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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공실 저온 창고가 늘어난다

공사대금 못 받은 시공사가 직접 인수 또는 책임 임차 계약 PF 대주단은 매각 추진, but 임차인 없으면 매각 어려움 신선 식품은 창고 규모가 아니라 빠른 배송 중요

2024-09-12 07:58:43김두영doyoung.kim@corebeat.co.kr

공급 과잉으로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100% 공실 상태에 이른 저온 창고가 늘어나고 있다. 공사가 완료돼 준공 승인까지 받았으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해 기한이익 상실(EOD) 직전까지 이른 것이다.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시공사가 아예 물류센터를 인수한 사례도 많고, PF 대출을 해준 금융회사는 막대한 손실이 현실화될 상황에 놓였다. 


컬리(Kurly)를 시작으로 야채와 과일, 우유 등 신선 식품의 새벽 배송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저온 물류센터가 대량으로 공급됐지만, 수요자는 제한돼 있음을 간과했다는 분석이다.


준공했는데 1년째 100% 공실 수두룩

탑로지프로가 인천 서구 원창동 393-53, 54 일대에 건축한 북항 물류센터는 2023년 11월 준공됐으나, 아직까지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완공 이전에 선매각을 추진했으나, 인수자와의 계약이 취소됐다. 2023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118억원, 2023년 94억원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고, 2023년말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283억원이다. 


문제는 PF 차입금이 2232억원으로 매우 크다는 점이다. 부산은행 등 20개 금융회사의 선순위 대출금이 1686억원(금리 5.5%), 중순위 대출은 키움캐피탈 300억원(금리 6.6%), 후순위 대출은 180억원(금리 10.0%) 등이다. 대주단은 재매각을 통한 원리금 회수를 추진하고 있지만, 임차인이 없어 매수자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근처인 원창동 394-35 일대 D&I코퍼레이션이 시행했던 저온 물류센터도 2023년 12월말 준공됐으나, 임차인을 찾지 못했다. 결국 2024년 4월 ‘웨스트 사이드 로지스틱스’가 985억원에 매입했다. 웨스트사이드로지스틱스는 OCI그룹 계열 건설업체 SGC E&C와 SGC에너지가 저온 창고 인수를 2024년 2월 설립한 회사다. 시공을 맡았으나 공사대금을 못 받아서 아예 인수한 것이다.


경기도 김포시 양촌읍에 위치한 레이더스밸리 물류센터도 올해 2월 준공됐지만, 시공사인 한양산업개발이 책임 임차(Master Lease) 계약을 체결했다. 실제 사용하는 임차인은 없는 상태다. 2023년말 기준 장기 차입금은 747억원으로 메리츠캐피탈(316억원), 메리츠화재(211억원), 오케이캐피탈(70억원) 등이다. 대주단은 한양산업개발이 임대료를 지급하고 있어, 올해 4월 만기 연장에 동의하며 매수자를 찾고 있다. 한양산업의 채무 인수 금액은 610억원에 달해 자금 부담이 매우 크다.


수요자 아닌 공급자 마인드로 접근해 공급 과잉 덫에 걸려

저온 창고의 수요 기반은 신선식품 배송이다. 컬리가 서울과 분당 등에 거주하는 맞벌이 부부를 겨냥해 시작해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쿠팡이 가세하고 여기에 11번가, SSG닷컴, 롯데온 등 e-커머스 대기업들이 가세하면서 출혈 경쟁이 벌어졌다. 하지만 대규모 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지면서 컬리와 쿠팡을 제외한 e-커머스 대기업들은 신선식품 판매 비중을 줄이고 있다. 


새로운 수요자로 떠오른 곳은 편의점이다. 일본과 비슷하게 매출 증가율도 높고, 도시락과 가공 음식 등 식품 판매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편의점은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 소비자와 접점이 가까운 곳을 선호한다. 전통 물류 센터가 몰려 있는 경기도 양지, 덕평, 안성 일대와 땅값이 싸다는 장점을 들어 대규모로 지어진 인천시 원창동 일대의 저온 창고는 편의점에게 인기가 없다.


부동산 투자 업계 관계자는 “신선 식품은 저장/보관보다는 빠른 배송이 중요하기 때문에, 예상만큼 대형 공간이 필요하지 않다”며 “투자자들이 이런 점을 간과하고, 토지 비용이 저렴하거나 교통망이 취약한 곳에 지어진 저온 창고는 공실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