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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엔드 도생, 잇따라 공매…이태원 크라운호텔은?

오데뜨오드 도곡 다시 공매로 나와 수요 확 꺾인 하이엔드 도시형 생활주택…용도변경 나서는 시행사들 크라운호텔 재개발 추진하는 현대건설 움직임에 관심 "정부 규제 완화로 전용면적 키워 도생 지을 수도"

2024-11-05 08:38:39신치영chiyoungshin@corebeat.co.kr

2, 3년전까지만 해도 강남권에서 아파트의 대체제로 고소득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하이엔드 도시형 생활주택이 수요자로부터 외면을 받으면서 단지 통째로 공매에 나오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다양한 커뮤니티와 호텔식 서비스를 앞세워 높은 분양가를 책정해도 어렵지 않게 분양자를 확보했지만 더 이상 고분양가를 수용할 만한 수요자를 구하기가 여의치 않다. 이에 하이엔드 도시형 생활주택을 추진해왔던 개발업자들은 오피스나 일반 아파트로 용도를 바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강남권 하이엔드 도시형 생활주택인 ‘오데뜨오드 도곡’에 대한 공매 절차가 이날 개시됐다. 4일 진행되는 1회차 공매 예정가는 1647억2000만 원이며,  3회차까지 유찰될 경우 12월 16일 마지막 4회차 공매 예정가는 1255억4700만원으로 떨어진다.

오데뜨오드 도곡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지하 6층~지상 20층 전용면적 31~49m², 총 86가구의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지어졌다. 특수목적기업(SPC)인 도곡닥터스가 시행하고 DL이앤씨가 시공을 맡았다. 헬스장, 골프연습장 등 고급 커뮤니티와 호텔식 서비스를 앞세워 3.3m²당 분양가를 7299만 원으로 정해 분양에 나섰으나 하이엔드 도시형생활주택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분양률이 한 자릿 수에 그쳤다. 오데뜨오드 도곡의 분양가는 당시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의 분양가(평당 5273만 원)에 비해 28% 높은 수준이었다.


PF 대주단이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하자 지난 9월 건물 전체에 대해 공매를 신청했다.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한 철거 업체들이 건물을 점거하는 바람에 공매가 중단됐다가 이번에 재개된 것이다.


이에 앞서 강남구 개포동에 지하 2층~지상 12층, 총 78가구의 하이엔드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지어진 대치 푸르지오발라드도 지난 4월 건물 전체가 공매로 나왔다. 시공사는 대우건설 자회사인 대우에스티, 시행사는 대치 176피에프브이(PFV)다.


골프연습장, 파티룸, 프라이빗라운지, 피트니스센터 등 다양한 고급 커뮤니티와 함께 조식딜리버리, 런드리 서비스 등 호텔식 서비스로 젊은층 고액 자산가들을 타깃으로 잡았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 받지 않아 3.3㎡당 분양가를 최대 7900만원으로 책정해 작년 11월에 분양에 나섰으나 분양률이 저조했다. 일부 분양된 물량마저 계약이 취소되면서 미분양 상태에서 올해 1월30일 준공됐다. 시행사가 3월 만기가 돌아온 PF 대출을 상환하지 못해 공매에 넘겨졌다.

이처럼 하이엔드 주거시설의 시장이 위축되면서 하이엔드 도시형 생활주택 건설을 계획했던 시행사들이 오피스 등으로 용도를 바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강서구 공항동에 지어진 하이엔드 도시형 생활주택 '더 트루엘 마곡HQ'는 2년전 하이엔드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분양에 나섰다가 분양이 저조해 지난달 하이엔드를 떼고 일반 아파트로 용도변경을 해 재분양에 나섰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6-3-3구역의 시행사인 디블록그룹(옛 한호건설)은 ‘세운 푸르지오 더 보타닉’이라는 이름의 도시형생활주택을 짓다 지난해 4월 공사를 중단하고 현재 오피스로 용도를 변경하는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현재 업계의 관심은 이태원 크라운호텔의 재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현대건설의 움직임에 쏠려 있다.

현대건설과 하나대체운용, 디벨로퍼인 RBDK 컨소시엄은 2021년 크라운호텔을 2500억 원에 인수해 지하 4층~지상 25층 규모로 하이엔드 도시형 생활주택 184가구와 오피스텔 10실, 근린생활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내년 상반기에 건축심의를 받고 하반기에 건축허가와 착공을 계획하고 있지만 시장의 분위기를 감안해 건축 계획을 바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상업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모든 도시형 생활주택을 전용면적 85m²로 건설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진행하고 있으므로 소형 평형보다는 큰 평형의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계획을 수정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