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velopment • 업계동향

SM상선 단기 대출로 땅 산 '삼환기업'...숨은 의도는?

SM그룹 자금줄 'SM상선'...계열사 대여액 3년 만에 7.6배 급증 2024년 삼환기업 등 계열 건설사 자금 지원 두드러져 SM 창업주 외아들 개인 회사, 최근 연이어 토지 매입

2024-12-12 08:46:34이현중hj.lee@corebeat.co.kr

실적 부진과 재무 리스크에 직면한 SM계열 건설사에 SM상선의 운영 자금 지원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삼환기업이 최근 SM상선 지원자금으로 토지를 매입, 논란이 예상된다. 삼환기업은 경영 실적이 좋지 않고, 미분양 물량이 쌓여있는 상황에서 연간 영업이익의 5배가 넘는 금액을 주고 매입했기 때문이다. SM그룹 우오현 회장의 장남은 작은 부동산 시행사를 설립해 소규모로 토지를 매입하고 있어, 계열사와 함께 개발 사업에 진출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SM그룹 자금줄 'SM상선'

SM상선은 코로나 확산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쇼크로 해상 운임이 급등하면서 큰 수혜를 봤다. 2021년(1조839 억 원), 2022년(1조805 억 원) 등 두 해 연속 1조 원 대 영업이익으로 주머니는 두둑했다. 하지만 선박과 컨테이너 등 영업 관련 유형 자산 매입에 이 돈이 쓰인 것은 2021년 유일하다. 이 투자도 상당 부분 선박 금융 등 외부 차입을 통해 조달했다.  


2023년 엔데믹 선언 후 해상 운임이 하락세로 돌아서자 실적은 곤두박질쳐 영업손실(149억원)을 기록했다. 2024년 중동 불안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 등 해상 운송 위험이 커지자 운임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2024년 경영 상황은 다시 개선되고 있다.


이 같은 변동성이 큰 해운 경기에도 SM상선은 호황 때 번 돈을 리스크가 큰 계열사에 쏟아붓고 있다. SM상선의 특수 관계인에 대한 자금 대여 공시는 올해만 28차례, 지난해에도 19차례에 달했다. SM상선의 그룹사 자금 대여액은 2020년 992억 원에서 2023년 7620억 원으로 7.6배나 급증했다. 올 들어 11월까지 경남기업(550억원), 동아건설산업(1288억원), 삼환기업(900억원), 우방(330억원) 등 건설사 자금 지원이 두드러진다. 


SM그룹 건설 계열사는 장기간 누적된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고, 울산, 안성 등에 사업장이 있어 잔여 물량 소진도 쉽지 않아 보인다. 안성은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정하는 미분양 관리지역이기도 하다.


SM 창업주 외아들 개인회사, 최근 연이어 토지 매입

SM그룹 창업주 우오현 회장의 외아들 우기원씨의 개인 회사가 최근 여러 건의 토지를 매입하고 있다. 우씨의 개인회사 ㈜나진은 법원 경매를 통해 2023년 5월과 2024년 6월 두 번에 걸쳐 서울 구로구 개봉동 일원의 땅을 사들였다. 취득가 약 5억원, 총 1648㎡(499평) 규모다. 지난 1월에는 광주시 서구의 토지 247.6㎡(75평)를 역시 법원 경매로 6억 9100만원에 매입했다. 적은 규모의 매입 자금이지만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매입 규모를 늘려 나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SM그룹 계열사 삼환기업이 공매로 나온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 일원에 위치한 개발부지를 낙찰 받아 이목을 끈다. 감정가(860억원)보다 34% 낮은 568억원에 낙찰 받은 이 땅은 평창동 113-1 소재로 신세계그룹이 VIP 회원 대상의 복합문화공간을 계획했던 곳이다. 


신세계그룹은 2010년 매입했지만 오랜 기간 사업이 지연되자 지역 시행사 한가람피엔씨유한회사에 2019년 매각했다. 이 회사는 원룸형 주택 개발을 계획하고 종로구청의 사업 계획 승인까지 받았지만 진행은 순탄치 않아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 삼환기업이 2024년 9월 공매를 통해 인수했다.


삼환기업의 2023년 말 현금 잔액은 157억 원,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11억 원으로 외부에서 차입하지 않는 한 매입 자금은 턱 없이 부족하다. 결국  매입 자금은 SM상선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1년 만기로 6.30% 금리에 SM상선으로부터 500억 원을 차입했다.


어떤 사업을 진행할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SM 계열 건설사들이 시공사로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후계자 우기원 씨의 회사인 ㈜ 나진이 본격적으로 시행업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부동산 업계는 추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