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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장기금리 급등...시장 금리 하락 기대에 '찬물'

미국 재정 적자 확대... 늘어나는 장기 국채 공급 국내 시중 금리도 추가 하락 경계 심리 확산 1400원 대 위협하는 환율도 추가 금리 인하에 부담

2024-10-28 08:48:55이현중hj.lee@corebeat.co.kr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의 피벗 전환으로 시장 금리 하락 기대감이 확산됐지만,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오히려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재정 적자 확대와 국채 공급 증가에 따른 수급 우려가 시장 금리 상승의 배경으로 꼽힌다. 정책 금리가 떨어지면서 시중금리도 여기에 연동돼 하락을 이어가며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다른 현실이다. 


국채 공급 늘어나며 장기금리 급등

연준이 기준금리 50bp 인하를 단행한 지난달 18일, 10년 만기 미국 국채수익률은 3.60%까지 하락했지만 지난 10월28일 4.27%로 상승하며 한 달 만에 67bp나 올랐다. 


최근 금리 상승에는 공급요인이 가장 큰 변수로 꼽히고 있다. 최근 수년 간 미국 경제는 탄탄한 성장세를 보였지만, 정부 부채는 오히려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의 GDP 대비 재정적자는 6.3%에 달했으며,  올해 적자 규모는 더 늘어나 6.7%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상황은 국채 시장의 공급 과잉을 초래하고,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국채 총 발행액은 199조 달러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17조 달러의 2배에 달하고 있다. 올해도 이미 지난 5월까지 191조 달러의 규모의 국채가 공급돼 지난해 연말 발행 규모에 근접하고 있다. 특히 연준이 보유 채권 매각과 만기 도래한 자산의 재투자 중단을 통한 양적긴축을 진행하면서 국채 순공급(총발행액 - 총상환액) 규모는 지난해 27조1000억 달러로 급증했다. 올해도 5월까지만 해도 17조4000억 달러가 순공급됐다. 


한편  지난 2022년 3월부터 시작된 연준의 긴축 정책 영향으로 근 2년 동안 계속된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 즉 10년물 금리가 2년물보다 낮은 현상이 바뀌고 있다. 앞으로 미국 연방 정부의 장기물 공급이 더 늘어날 경우 두 기간물의 차이인 스프레드는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시장 금리 추가 하락 쉽지 않을 듯... 환율 변수도 부담

미국 장기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 회복 기대도 수그러들고 있다. 부동산 데이터 기업 트렙(Trepp)에 따르면 지난 7월에 부도 처리된 사무용 빌딩 대출금은 19억 달러로 채무 불이행 (Default) 비율이 2013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8%를 넘었다. 트렙은 채무 불이행 상업용 부동산 대출금의 3분의 2를 오피스 빌딩이 차지했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 맨해튼 록펠러 센터의 재융자(refinancing) 결과도 여전히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보수적인 시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량 자산이라 총 35억 달러 규모의 재융자에 성공했지만 만기는 5년이었다. 통상 10년 이상 장기인 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 만기와 비교할 때 절반 수준이다. 그만큼 미래 상황이 불투명하다고 보고, 대출 기간을 줄인 것이다.


국내 금리도  미국 금리 상승 영향권에 들어갔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9월 2일 2.9% 후반 대를 기록하다 10월 2일 2.780%까지 떨어졌지만 11일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을 하루 앞둔 지난 10일 2.962%까지 올랐다. 금리 인하 이후에도 2.90% 근처에서 움직이고 있다. 금융 시장은 이미 기준 금리 인하를 선(先)반영한 것이다. 지난 2022년 11월 레고랜드 사태 전후로 6%대까지 올랐던 오피스 선순위 담보대출 금리는 우량물 기준으로 최근 5%대 초반까지 떨어졌지만 추가 하락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기 부양이 시급한 과제가 아니며, 환율 요인이 통화 정책 결정에 다시 고려되고 있다는 지난주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도 시장 금리 하락에 제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1307.8원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은 이달에만 80원 넘게 오르며 25일 장중 1390원을 넘어섰다. 이 총재 발언은 금리 인하가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해 추가적인 금리 인하에 신중한 스탠스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한 시장 관계자는 “시장 금리가 중앙은행 기준 금리에 영향을 받지만, 시장 금리는 기본적으로 자금의 수요/공급에 따라 움직인다”며 “기준 금리가 내려가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대출금리도 내려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위험한 발상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