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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하우징 투자 나선 인베스코가 주목한 아파트 커뮤니티 센터
신축 아파트 커뮤니티 고급화 경쟁 "액티브 시니어 겨냥 실버타운 수요 대체할 것" 인베스코, 액티브 시니어보다 어시스턴트 리빙에 투자
한국 시니어 하우징 투자 나선 인베스코
서울 ○○동 ○○○아파트에 사는 70대 남편 김 모씨와 부인 이 모씨 부부는 매일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집안을 정리하고 나면 오전 8시반 단지내 식당으로 아침식사를 하러 간다. 아워홈이 운영하는 식당에서는 저녁식사까지 세 끼를 해결할 수 있고, 양식과 한식, 일품식사 등 3가지 메뉴를 입맛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식사를 마치면 인공 연못 옆에 조성된 입주민 전용 카페에서 차를 마신 뒤 커뮤니티 센터 내 피트니스 센터에서 전문 트레이너의 지도를 받으며 요가와 근력운동을 한다. 다시 단지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면 오후에는 커뮤니티 센터 내 시니어라운지를 찾아 서예와 그림 등 취미강좌에 참여한다. 저녁식사는 단지 식당에서 먹거나 아파트 상가 내 맛집을 찾기도 한다. 저녁식사를 마치면 아파트 단지 둘레를 따라 조성된 3km 길이의 산책로를 걷고 나서 아파트 35층 꼭대기에 마련된 스카이 라운지에서 남산을 바라보며 차를 마신다.
요즘 서울 뿐 아니라 지방의 대부분 신축 아파트에 예외 없이 조성되는 호텔급 커뮤니티 센터가 최근 금융 투자업계의 새로운 투자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는 시니어 하우징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호텔급 커뮤니티 센터가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는 추세에 따라 실버타운에 대한 액티브 시니어들의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독립적인 생활이 어려워 돌봄이 필요한 어시스턴트 리빙으로 투자자들이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10위권 자산운용사인 인베스코는 최근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인 HHR자산운용을 통해 펀드 조성을 완료하고 시니어 토탈 케어 전문기업인 케어닥과 손잡고 국내 시니어 요양시설에 대한 투자를 개시했다.
2018년 시니어와 간병인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으로 출발한 케어닥은 지난해 시니어 하우징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현재까지 송추 포레스트점, 배곧신도시점 등 4곳의 주거형 요양시설을 열었다. 케어닥은 올해 10곳의 요양시설을 오픈하고 향후 30곳까지 늘린다는 계획인데, 인베스코는 이들 케어홈에 투자를 하기로 한 것이다. ‘케어닥 케어홈’ 1호점인 배곧신도시점은 지난해 7월 문열 연 지 7개월 만에 계약률 100%를 달성했을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인베스코는 요양시설 투자를 위해 케어닥과 공동으로 요양시설 전문 OPCO인 ‘케어오퍼레이션’을 설립했다.
최근 국내 금융사, 건설사 등은 대부분 액티브 시니어를 겨냥한 시니어 하우징에 투자를 하고 있는 가운데 인베스코가 어시스턴트 리빙에 주목한 이유는 다름 아닌 아파트 커뮤니티 센터 때문이었다.
인베스코 관계자는 "액티브 시니어를 대상으로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니어 하우징은 갈수록 고급화하고 있는 아파트 커뮤니티 센터로 인해 앞으로 수요가 점점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한국의 고령화 진행 속도로 볼 때 어시스턴트 리빙을 위한 요양시설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65세 이상 인구 20%…열악한 민간 요양시설
우리나라는 내년에 고령화율이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7월10일 기준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가 1000만62명으로 전체 주민등록인구(5126만9012명)의 19.51%를 차지했다. UN은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이 7% 이상인 경우 고령화사회, 14% 이상은 고령사회, 20% 이상은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그러나 노인을 위한 주거 공간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노인가구를 대상으로 한 주택 공급은 0.4%에 불과하다. 노인전용 주택은 9000호로 매우 저조하고 노인에 적합한 시설기준이 적용된 주택도 2만여호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신축 아파트 커뮤니티 센터에 대한 액티브 시니어의 만족감이 높은 만큼 실버타운 개념의 시니어 하우징은 유지를 위한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인베스코의 판단이다. 건설사들이 신축 아파트의 커뮤니티 센터를 경쟁적으로 고급화시키고 있고 고령층은 나이가 들수록 살던 곳을 떠나 낯선 곳으로 이사하기를 꺼려하는 특징을 갖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판단으로 보인다.
더구나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들어가면 없던 병이 생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민간 요양시설은 적절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되지 않고 있어 가족들의 불안이 큰 상황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신뢰할 만한 요양시설이 있다면 월 300만~400만 원의 비용을 감당할 만한 잠재적인 수요자는 상당히 많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인베스코는 앞으로 케어닥과 함께 새로 조성하는 요양시설은 입주 시니어들이 함께 살아가면서 외로움을 달랠 수 있도록 각 층마다 거실과 같은 공용공간을 조성하는 등 ‘시니어 코리빙’의 공간으로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또한 별도 디자인팀을 구성해 건물 외관과 인테리어 색깔 등 입주자들의 기분을 좋게 만들 수 있는 디자인까지 개발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