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velopment • 프로젝트
감감 무소식 CJ 가양 부지 개발
8월 착공 공언했지만 사업 지연
8월 착공 감감 무소식
인창개발이 가양동 CJ 부지에 진행하고 있는 개발사업이 아직 착공에 들어가지 못했다. 올 상반기에 8월 착공 얘기가 나왔지만 관련된 사항이 진행되지 않고 있어 사업 추진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인창개발이 시행사인 가양동CJ부지 개발 사업이 착공이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은 현대건설이 시공사로 지난 상반기말 기준으로 이 사업장과 관련된 브릿지론에 대한 연대보증 규모만해도 1조6940억에 달한다. 현대건설의 기타 사업과 관련된 우발채무 가운데 이 사업장의 규모가 가장 크다. 브릿지론은 대부분 ABCP를 통해 유동화 됐고, 몇 차례의 만기 연장이 이루지면서 차입 규모는 계속해서 늘어났다. 사업 착공과 프로젝트파이낸스(PF)가 미뤄지면서 이자부담도 커지고 있다. 오는 11월21일부터 차례로 만기가 도래한다.
지식산업센터 개발
인창개발이 가양동부지에 공급할 예정인 상품은 주력이 지식산업센터(지산)다. 프로젝트는 두 블록으로 구 성되어 있다. 1블록(연면적 20만7064㎡)엔 지하 7층~지상 11층에 업무시설과 판매시설, 교육 연구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2블록(연면적 20만5425㎡)엔 지하 4층~지상 12층에 공장과 근린생활시설, 문화시설 등을 조성한다.
사업초기 펀딩을 위해 증권사가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이 사업지 전체 예상 매출에서 지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8%정도로 나머지(22%)는 상업시설 분양 및 임대 등을 통해 거둔 다는 계획이다. 이 자료의 작성 시점이 2020년 상반기여서 현 분양가와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매출 추정에 사용한 지산의 평당 분양가는 1420만원이다. 상업시설은 평당 1950만원으로 분양가를 산정했다. 대략적이지만 총 4조 1454억 2400만원에 매출액 달성을 목표로 했다. 현 시점에서 올라간 공사 원가 등을 감안하면 이 프로젝트의 사업 규모는 약 5조 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망가진 지산시장
이 프로젝트의 성공여부는 역시 지산의 분양 성과에 달려있다. 프로젝트 입안 초기인 2020년 분명 지산은 뜨는 아니 뜬 상품이었다. 저금리에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환경에서 수익형 부동산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2021년까지 주택에 대한 각종 규제로 여기에서 자유로운 지산으로 투자 수요가 급격하게 유입됐다. 그러나 상황은 2022년부터 바뀌었다. 이 해 4분기 이후 지산은 분양과 매매 모두 급격하게 위축된다. 고금리 상황이 연출된데다 주택시장 규제가 완화되면서 투자 수요가 주택으로 쏠리는 흐름까지 겹쳤다. 수요를 뒤늦게 쫓아온 공급은 미분양으로 쌓였고 착공에 나서지 못하는 미착공 사업장도 늘어났다. 전체 미착공 지산의 총 연면적은 건축이 완료된 면적의 35~55% 수준으로 크게 늘었다.
망가진 수급 여건에 개발 원가는 인플레이션 환경이 나타나면서 크게 올랐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 지산의 분양 가격은 2년 전보다 적게는 55% 많게는 125%나 상승했다. 투자 매력 감소는 경매 낙찰률 하락으로도 확인된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2022년 120%를 넘던 서울 지역 낙찰가율은 지난해 80%수준으로 떨어졌다. 알스퀘어에 따르면 지식산업센터 매매지수는 2020년부터 2022년 2분기까지 연간 20% 이상 상승했지만 2018년 이후 공급량이 늘면서 수급 불균형이 생기고, 고금리와 경기 침체까지 더해지면서 공실 리스크가 확대됐다. 지난 2분기 서울 지식산업센터 매매지수는 전 분기(217.5포인트)보다 5.7% 낮아진 200.1포인트를 기록했다. 2022년 2분기 고점보다 20.0%나 하락한 수치다.
실제 마곡 D18-A블록(BL) 지식산업센터 개발사업(마곡아이파크디어반)은 준공 목표를 한 달 앞둔 지난 6월 시행사가 PF 대출을 일으키기도 했다. 프로젝트가 거의 마무리되는 단계에서 차입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사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진행했지만 낮은 분양률에 생각보다 유입되는 자금 규모가 줄어들자 외부 차입을 일으켰다는 전언이다. 이 사업장은 8월 준공 및 입주가 진행됐고 이 때까지도 미분양이 남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CJ부지 인접지인 지하철 9호선 증미역에서 지난 2021년 분양해 올해 초 입주를 시작한 가양동마스터밸류(시공사 에이스건설)는 분양 당시 완판 됐지만 최근 마이너스 프리미엄의 매물이 나오고 있다.
위 두 사례는 지금 서울 업무 중심지의 자신의 상품성을 낙관하기 쉽지 않은 분위기를 그대로 드러내는 사례로 볼 수 있다. 현 시점 지산의 시장 상황은 여전히 냉랭한 기운이다. 최근 지식산업센터114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지산의 평균 거래가격은 작년 4분기 대비 약 16.9% 하락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서울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서울의 하락률은 24%에 달해 전국 하락률보다 더 컸다.
현대건설이라는 브랜드 파워와 마곡 인접지, 입점이 예상되는 스타필드 빌리지의 인구 유입 효과 등이 이 프로젝트의 상품성을 구성하는 변수들이지만 전반적인 지산 상품의 가치 하락을 상쇄하고 남을 정도의 파급력 있는 재료들은 아니라는 평가다. 현대건설은 토지매입 단계부터 연대보증을 서며 우발채무 리스크를 떠안았지만 껑충 튄 공사원가와 금융비용, 지산의 상품성 저하 등에 발목이 잡힌 형국이다.
부동산 시장의 한 관계자는 “착공이 시작되면 현대건설은 브릿지 단계에 부담한 연대 채무뿐 아니라 공사비 지출이 시작되는 것”이라면서 “인창개발과 사업 초기 논의했던 지산의 상품성이 크게 떨어져 현대건설 입장에서는 분양이 실패할 경우 사업비 회수에 차질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착공을 앞두고 고민이 깊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