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velopment • 프로젝트
초고가 오피스텔의 공회전 '용산 유엔사 부지 개발'
1년 이상 미뤄지는 하이엔드 오피스텔 ‘더 파크사이드 서울 스위트’ 분양 거품 빠진 고급 주거 시장에 평당 9300만원 초고가 '부담' '책임준공 및 채무인수 확약' 현대건설에 부메랑 될 수도
서울 용산구 유엔사 부지에 들어서는 ‘더 파크사이드 서울’의 오피스텔 분양이 지연되고 있다. 지난해 하이엔드 오피스텔을 내걸고 분양 계획을 알렸지만 1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분양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여러 차례 사업 계획을 변경하면서 사업성 확보에 나섰지만 초고가 상품의 시장 소화 가능성은 물음표다. 분양이 지연되면서 금융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본 PF 1조3000억 원 초고가 하이엔드 오피스텔
1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용산공원 인근 유엔사 부지에 들어서는 하이엔드 오피스텔 ‘더 파크사이드 서울 스위트’의 분양이 당초 예정됐던 시점보다 1년 이상 늦어지고 있다.
‘더 파크사이드 서울’은 용산 유엔사부지에 아파트와 오피스텔, 판매시설 등을 짓는 복합 프로젝트로 한남1구역과 인접한 용산구 이태원동 22-34번지 일대가 사업지다. 아파트 420가구와 오피스텔 776실, 판매시설, 숙박시설 등을 짓는 사업이다. 시행사는 용산일레븐으로 ‘더 파크사이드 스위트’는 오피스텔이다.
이 프로젝트는 2017년 7월 일레븐건설이 유엔사부지를 LH(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1조552 억원에 인수하며 시작됐지만 높은 지가 때문에 토지 대금 납입부터 힘겨웠다. 토지대금 완납 시한인 2020년까지도 잔금 납입이 되지 않아 기한이익상실(EOD) 위기까지 갔지만 2021년에 완료하며 기사 회생 했다. 현대건설이 2022년 시공사로 나섰고 책임준공 및 미이행시 채무인수 확약을 했다. 2020년 한남3구역 재개발 시공사로 현대건설이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를 내세운 것도 프로젝트 신용도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시행사는 2023년 오피스텔을 먼저 분양할 계획이었다. 이태원동이 규제지역이라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 아파트는 후분양을 통해 분양가 심의를 피해 높은 분양가를 노릴 셈이었다. 착공은 2월에 시작됐고 오피스텔 분양은 9월이 점쳐졌다. 분양에 앞서 6월 PF대출도 성사됐다. 주관사인 메리츠증권을 포함해 신한은행, 국민은행, 삼성화재 등 10개 국내 금융기관이 대주로 참여, 1조3000억 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지난해 분양 무산된 데 이어 사업 계획 변경만 반복
사업계획안에 따르면 오피스텔의 목표 분양가는 평형에 따라 최소 35억 원에서 최대 80억 원 수준이다. 계약 면적 기준으로 3.3㎡당 9300만 원에 달하는 초고가다.
토지를 확보하고 사업을 위한 밑그림이 그려질 2020년 나인원 한남이 국내 고급 주거의 역사를 새롭게 쓰면서 인기를 끌었지만 이런 분위기는 이내 수그러들었다. 2021년부터 시작된 고금리 상황은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토지를 매입한 사업장들의 사업성을 갉아먹었다. ‘더 파크 사이드 서울’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9월 정도 예정됐던 분양은 불발됐다. 대신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사업계획 변경 승인만 6번이나 진행했다. 기존에 오피스텔은 723실로 계획됐지만 776실로 53실이 늘었고 연면적은 소폭 줄었다. 분양성 확보를 위해 오피스텔 타입과 호수를 변경한 데 따른 결과다.
지금도 분양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최근에는 발코니 확장 등 설계 변경이 관할 구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며 서울시에서는 교통 영향 평가에 관한 보완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할 구청의 승인이 나면 분양 관련 윤곽이 잡힐 듯하지만 내년 상반기 정도가 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당초 계획보다 1년 이상 늦어지는 셈이다. 늦어지는 사업일정은 고스란히 금융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시행사 용산일레븐의 자본 총계는 마이너스 3239억 원(지난해 말 기준)이고, 지난 한 해 지급한 금융 비용은 979억 원에 달한다. 공사가 완료되는 시점까지 3년 정도의 시간을 고려하면 이자만 약 3000억 원이나 나가는 꼴이다.
시공사 현대건설도 부담이다. 현대건설은 자금 보충 및 조건부 채무인수 등으로 신용 보강을 한 가양동CJ부지개발, 건설공제조합 책준 확약에 보증을 선 가산동 LG전자부지 개발 등이 지식산업센터로 사업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여전하다. 두 프로젝트의 착공이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용산 프로젝트까지 더해지면서 재무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오피스텔은 공급과잉과 수요위축으로 불황이 이어지고 있고, 2020년 붐이 불었던 고급주거는 거품이 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 채 당 30억원에서 80억원에 달하는 오피스텔이 과연 얼마나 수요를 확보할 지 의문”이라면서 “불어난 금융비용을 생각하면 시행사는 사업 이익이 거의 없는 수준일 수도 있고 현대건설도 불어난 재무 리스크가 계속되는 모양새”라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