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 오피스
부채비율 300% 넘긴 이수화학...강남파이낸스플라자 주인될 수 있나
현금성 자산, 9월말 999억원... 전년보다 945억원이나 줄어 올들어 이수건설 영구채 700억원 지급보증...유상증자로 700억원 또 지원 이수그룹 신용도 문제로 강남 파이낸스플라자 인수 자금 마련 어려움 예상
강남파이낸스플라자(GFP) 인수를 추진 중인 펀드 출자자로 이수그룹이 등장했다. 사옥 마련을 위한 전략적 투자자(SI)로 출자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룹의 재무 여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룹 중심축인 이수화학은 화학업종 불황 속에서 실적 부진을 겪고 있고, 계열사인 이수건설에 대한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5일 금융계에 따르면 이수그룹의 모태인 이수화학의 재무부담이 커지고 있다. 석유화화 사업 부진과 자회사 유동성 지원으로 재무 안정성이 악화 일로다. 이수화학은 그룹 연결 매출액의 77%를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다.
고공행진 부채비율… 계속되는 영업손실
2019년 181.9%였던 이수화학의 부채비율은 2023년 319.5%에 달했다. 2024년 들어 270%대로 떨어졌으나, 최근 유동성 리스크가 불거진 롯데케미칼(75.4%)이나 LG화학(198.34%)과 비교하면 이수화학의 채무 부담이 상당히 크다.
수익성도 좋지 않다. 2022년 영업손실(171억원)을 기록한 후 2023년 손실폭(560억원)은 더 커졌고 2024년 3분기까지도 손실(273억원)이 이어지고 있다. 2000억원 중후반을 유지해 왔던 현금성 자산은 2023년 1944억원으로 떨어진 후 9월말 999억원을 기록, 전년말보다 945억원이나 줄었다. 자회사 출자와 채무보증 등 계열사 지원이 늘었기 때문이다.지난 6월 한국기업평가는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로 낮추기도 했다.
미래도 어둡다. 석유화학 제품의 최대 수입국이었던 중국이 코로나 기간중 대규모 설비 확충을 통해 순(純)수출국으로 바뀌었고, 내수 부진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의 수입도 감소했기 때문이다. 수익성 개선이 단기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수그룹 리스크의 뇌관인 이수건설은 이수화학과 그룹의 지원으로 연명하고 있다. 2023년 영업손실(415억원)과 순손실(498억원)을 기록하며 두 해 연속 적자다. 매출원가율은 102%에 달해 장사를 할수록 손해로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장·단기 차입금이 급증하며 2021년 297%였던 부채비율은 2023년 817%로 급증했다.
강남파이낸스플라자 인수 나선 이수화학... 재무 리스크가 자금조달에 걸림돌 될 수도
올해에도 이수화학의 이수건설 자금 지원은 이어지고 있다. 9월(200억원)과 11월(500억원) 두 차례에 걸쳐 발행된 이수건설 영구채에 이수화학이 지급보증을 섰고, 700억원은 11월 유상증자로 지원했다.
이수그룹은 2018년 서울 서초구 반포동112-4에 소재한 사옥을 이지스자산운용(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248호)에 600억 원에 매각한 후, 현재 전층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당시 매각 대금 전액이 이수건설 채무 상환에 사용됐다. 이지스 사모펀드의 수익증권 지분(80.3%)을 2022년 212억 원에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가 인수했다.
이수그룹은 그래비티자산운용과 함께 강남 파이낸스플라자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약 1200억 원의 출자금이 필요한데 600억 원을 이수그룹이 보통주로, 나머지 600억 원은 시장 조달이 논의되고 있지만, 이수그룹의 보통주 투자에도 시장은 신중한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제시된 수익률이 시장의 기대에 부합하지 않으면 투자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빌딩에는 이수그룹, 이수화학, 이수페타시스, 이수건설 등 주요 계열사가 100% 임차하고 있고, 만기(2030년 12월)까지 5년 이상 남아있는 반면, 강남파이낸스플라자의 공실률은 약 20% 내외다. 신사옥 용도로 인수를 추진하는 이수그룹이 반포 사옥 임차를 중도 해지하고 강남파이낸스플라자로 계열사 모두를 이전할 명쾌한 이유를 찾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