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파이낸스센터 입찰에서 저조한 응찰 분위기가 확인되며 시장 유동성 부족을 드러난 가운데, DL그룹이 매각하는 호텔 자산 포트폴리오는 예외적으로 다수의 매수자들이 참여,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1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5성급, 중저가 호텔 구분 없이 대부분의 호텔들이 최근 최대 매출을 경신하는 등 서울호텔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DL그룹이 매각하는 호텔 자산 3개의 매각에 5곳의 매수자가 참여하며 호텔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했다. 

호텔시장이 전반적인 호황에도 불구하고 거래되는 자산의 숫자는 많지 않다. 개별 자산의 특수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마스터리스(Master Lease) 계약이 체결된 자산들은 정해진 임대료를 제외한 수익은 임차인인 호텔 운영자가 가져가는 구조라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입찰을 통해 매각을 타진한 머큐어 앰배서더 서울 홍대의 경우도 이 마스터리스 기간이 아직 많이 남아있어 거래의 걸림돌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몇 년 간 복수의 외국계 자산운용사와 협의했지만 DL그룹은 거래를 성사 시키지 못했다. 그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었다. 글래드 강남 코엑스센터는 객실당 장부가가 10억 원을 초과할 정도로 장부가가 매우 높다. 매수자 입장에서는 DL이 손실을 보지 않도록 매수가를 책정하기 어려웠고, 수익성 중심의 경영 전략 하에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는 DL그룹은 매도자로서 손실 매각은 어려운 결정이다.

글래드 여의도의 경우에는 통상적으로 호텔 투자자들이 목표로 하는 안정적인 객실 매출수입이 적고 예식장 매출 비중이 과도하게 높아 밸류에이션(자산가치 평가)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다. 웨딩홀 매출은 경기 불황이나 사회적 상황에 따라 큰 변동성을 보일 수 있어 이를 주요 수익원으로 삼는 것은 리스크가 따르기 때문이다.

글래드호텔 매각에 인수 의향을 내비친 곳으로는 싱가포르투자청(GIC), KKR, 블랙스톤, SG캐피탈파트너스그룹 등 외국계 대형 투자자들이다. VIG파트너스, 보고펀드 등 국내 사모펀드들도 입찰에 참여했다.  

이번 입찰에 참여한 매수자들은 개별 자산에 대한 자산 가치 산정을 어떻게 할 지, 어떤 투자전략을 가지고 입찰에 참여했는지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다. 

블랙스톤의 경우 호텔을 투자의 뜨거운 '테마(theme)'중의 하나로 보고 있어 호텔에 대한 투자 관심이 높고, DL 호텔폴리오를 투자검토하고 DL과도 협의를 한 자산이라 이해도도 높기 때문에 분명한 전략을 수립하고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GIC는 한국 포트폴리오 조정을 위해 호텔 투자를 검토 중이다. 오피스 자산을 매각하고 다른 섹터의 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호텔을 투자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그러나 이 자산들이 장기적인 코어 투자의 대상이 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어떤 밸류애드 전략을 고려하고 있는지 주목된다. 한 시장 관계자는 "GIC는 호흡이 긴 투자자이기 때문에, 호텔 운영자 변경 등을 통한 '운영 효율 극대화' 전략으로 자산 가치 상승을 꾀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내놨다. 

보고펀드는 시장에 알려진 바와 달리 PE 부문이 아닌 부동산 부문에서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그동안 해외 재간접펀드로만 운용하던 부동산 부문에서 실물 부동산 시장에 처음 뛰어든 사례로,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으로 시장에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몇 년간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자산들이 다양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면서 누가 거래를 성사시킬지 관심이 높지만, 개별 투자자들이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 이런 부분의 분석이 더욱 흥미로운 상황”이라면서 “이번 거래는 서울 호텔 시장의 뜨거운 관심 속에서도, 각 투자자의 전략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향후 진행 상황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