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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스퀘어, HDC 품으로 갈 수 있나

KKR, HDC산업개발의 '밸류 애드' 역량 높게 평가 관측 운용사 설립 준비 중인 KKR... 남산스퀘어 반드시 팔아야 할 자산

2024-10-10 08:05:52이현중hj.lee@corebeat.co.kr

핵심요약

HDC그룹 오너 일가 가족회사 'HDC자산운용' 정몽규 회장 개인 회사 및 3남 개인, 개인 회사 지분율 총 87% KKR, HDC현대산업개발의 개발 가능성에 초점 맞췄을 듯


남산스퀘어 우선협상 대상자 HDC자산운용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 빌딩의 우선 협상 대상자로 HDC자산운용이 선정됐다. KKR이 올 상반기 자문사를 선정하며 매각을 공식화한 지 10개 월 만이다. 입찰은 지난 9월이었고 모두 4개 회사가 입찰에 참가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입찰 이후 한 달여 만에 우선 협상 대상자로 HDC 자산운용이 선정된 것이다. 


11일 부동산IB업계에 따르면 입찰 참가자 모두 매도자의 눈 높이에 못 미치는 가격을 제시한 가운데 KKR이 고심 끝에 HDC 자산운용을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9년 KKR이 매수한 남산스퀘어는 수평 증축 무산으로 밸류애드가 여의치 않았던 데다 고금리 환경까지 겹치면서 팔아야 할 자산으로 분류돼 2022년부터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남산스퀘어는 KKR이 2019년 이지스자산운용, SK디앤디 등과 손잡고 '이지스 222호 펀드'를 통해 5050억원에 인수했다. 2022년 KKR과 이지스자산운용은 밸류애드 전략을 도모했다. 건물의 주차장 부지의 여유 공간을 활용해 수평 증축하는 것으로 서울시의 증축 허가를 받았다. 연면적을 기존 7만5252㎡ (2만2803평)에서 9만7806㎡ (2만9638평)으로 늘리고, 최대 용적률도 764%에서 1004%로 높였다. 친환경 건물 인증도 획득했다. 그러나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고금리 환경에 공사비 또한 당초 예상보다 크게 올랐다. 추가 출자가 필요했지만 KKR와 이지스 모두 매각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KKR은 HDC자산운용의 무엇을 봤을까?

업계에서는 이번 입찰에 참여한 네 곳 모두 매도자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가격을 제시했지만, KKR이 우선협상 대상자로 HDC자산운용을 선정한 것은 HDC현대산업개발의 계열사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남산스퀘어가 중심상업지역(CDB)에서 약간 벗어나 있어 프라임 자산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애매한데다, 최근 시장 흐름도 매각에 그렇게 우호적이지 않다. CBD 지역내 대형 오피스 매물이 쌓이면서 매물 소화에 적체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산운용사가 대형 건설사의 계열사라는 점이 거래 종결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했을 것으로 시장은 추정하고 있다. 당초 KKR이 주차장 부지의 수평 증축을 통한 밸류애드를 목적으로 매입했던 만큼, HDC산업개발이 디벨로퍼 관점에서 남산스퀘어에 접근한다면, 다른 재무적 투자자보다 높은 점수를 줬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실제 HDC산업개발은 디벨로퍼 전환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4조5000억 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인 서울 노원구 ‘광운대 역세권 개발사업’이 오는 11월 착공을 앞두고 있다. 이 사업을 시작으로 △용산철도병원부지 개발 △잠실 스포츠·MICE △청라 의료복합타운 등 4조2000억원 규모의 복합개발사업도 성공적으로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KKR의 한국 시장 전략 변화도 남산스퀘어의 매각에 영향을 주는 변수다. KKR은 현재 국내 운용사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운용사 설립은 아시아시장 확대 전략의 일환으로 지난 3월에는 싱가포르 기업 위브리빙과 공동으로 조인트 벤처(JV)를 설립해 국내 도시형 임대 주택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KKR은 다른 분야 진출을 앞두고 아픈 손가락인 남산스퀘어를 반드시 팔고 싶을 것”이라면서 “건설사를 끼고 있는 운용사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한 것을 보면 매각 가격이 예상보다 낮더라도 개발이 가능한 후보에게 매각하는 것이 거래를 종료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HDC그룹 오너 일가 가족회사 ‘HDC자산운용’

HDC자산운용은 HDC그룹 계열의 종합 자산운용사로 그동안 상업용 부동산시장에서 두드러진 성과는 없었다. 2020년 강남역 인근의 지원빌딩을 ‘HDC 제1호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유한회사’를 설립해 약 300억 원에 매입해, 같은 해 12월까지 리모델링을 통해 복합 공유공간 ‘유니언타운’을 만든 사례가 있다. 이 빌딩은 2023년 4월 수의 계약을 통해 약 384억 원 정도에 팔린 것으로 전해졌다.


HDC자산운용은 HDC그룹의 오너 일가 회사로 분류된다. 5월말 기준 주요 주주는 정몽규 회장의 개인회사인 엠엔큐투자파트너스(54.3%), 정회장의 3남인 정운선씨(13.01%), 차남 정원선씨(8.30%), 장남 정준선씨의 개인 회사인 제이앤씨인베스트먼트(6.8%), 정원선씨 개인 회사인 더블유앤씨인베스트먼트(4.7%) 등 이다. 오너 일가가 87%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