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e-series • 해외 부동산 투자 부실화

(해외 부동산 투자 부실 시리즈 5)

국내 증권사 라데팡스 몰빵 투자의 비극 미래에셋 인수한 마중가 타워 자산 가치 반토막 라데팡스 지역 공실률 16%, 금리는 5%로 상승해 대부분 투자 손실 국내 증권사들의 '묻지마' 인수 경쟁이 빚은 처참한 결과

2024-08-16 07:24:28김두영doyoung.kim@corebeat.co.kr

라데팡스(LA De’fense). 1989년 프랑스 파리 중심에서 서쪽으로 약 6km 떨어진 곳에 설립된 파리의 부도심이다. 이곳에 영국의 씨티 오브 런던 (City of London)에 필적하는 금융/기업 중심 지구를 설립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46만평 부지 위에 첨단 업무, 상업, 판매, 주거시설이 초고층, 고밀도로 들어섰다. 2019년 한국 증권사들은 라데팡스의 초고층 오피스 빌딩을 경쟁적으로 사들였다.


2019년 3월 한국투자증권의 투어 유럽 빌딩(Eurosites La Défense-Tour Europe) 3700억원, 히나금융투자의 르 크리스탈리아 빌딩 (Le Cristalia) 220억원 매입을 시작으로 메리츠/NH투자증권의 투어 에크호 빌딩, 하나금융투자/대신증권의 CBX타워, 삼성증권 크리스탈 파크 매입 등이 줄을 이었다. 1년 동안 무려 5조원이 넘게 투입됐다. 미국과 유럽의 투자자들은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시장에 오직 한국 증권사들이 몰려가 치열한 매입 경쟁을 벌였다. 


증권사들은 투자 지분을 국내에서 기관 및 개인 투자자들에게 대규모로 셀 다운(sell-down)했고, 미처 팔지 못한 지분은 아직 보유하고 있다. 5년이 흐른 2024년 이러한 ‘라데팡스 몰빵’ 투자의 결과는 처참하다. 기관/개인 투자자, 증권사를 불문하고 모두 엄청난 손실을 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마중가 타워 투자금 반토막

2019년 4월 미래에셋증권은 프랑스 아문디 자산운용사와 함께 마중가 타워(Tour Majunga)를 1조830억원에 인수했다. 마중가 타워는 47층, 194미터 높이의 오피스 빌딩으로 2014년 준공 당시 ‘프랑스에서 4번째로 큰 마천루(skyscraper)’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증권은 ‘멀티에셋해외부동산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제6호’와 ‘멀티에셋해외부동산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제6-1호’를 통해 인수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셀 다운에 실패해 6호 펀드는 71.1%, 6-1호 펀드는 99.9% 보유하고 있다. 


2023년 미래에셋증권 사업보고서를 보면, 6호 펀드의 총자산은 2019년말 3414억원에서 2023년말 1757억원으로, 6-1호 펀드의 총자산은 1054억원에서 506억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자산가치 하락분을 2023년에 대거 손실처리 하면서 6호 펀드는 1667억원, 6-1호 펀드는 45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고스란히 미래에셋증권의 실적에 반영됐다. 


다른 오피스 빌딩은 정확한 자료를 찾기 어렵지만, 상황은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라페당스 지역 공실율은 여전히 15% 수준이어서 현금 창출 능력이 떨어지고, 시중 금리는 5% 중반까지 올라 금융비용은 급등했다. 투자 당시 라데팡스 지역의 오피스 빌딩의 캡 레이트는 평균 4.5% 수준이었다. 증권사들이 지분 매각시 기관/개인 고객들에게 예상 수익률 연간 8%를 제시했으나, 실제 수익률은 마이너스다.


코로나가 결정적 원인이 아니다

증권사들은 대규모 투자 손실의 원인으로, 천재지변에 가까운 코로나 사태와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을 꼽고 있지만, 자세히 보면 꼭 그렇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쿠쉬맨 웨이크필드(Cushman & Wakefield) 리서치 자료를 보면, 2019년 라데팡스 지역의 오피스 공실율은 4% 수준이었으나 2024년 2분기 15.9%로 치솟았다. 반면 코로나 사태 이후 재택 근무가 확산됐지만, 기업들이 임대 면적을 줄이는 대신 도심 지역 오피스를 임차하면서 파리 도심의 공실율은 올해 1분기 2.1%까지 떨어졌다.


파리 도심은 신규 또는 리모델링 수요는 늘어나고 있지만 관련 자산의 공급이 부족해 임대료는 올라가고 있다. 반면 라데팡스 지역은 대중 교통이 편리하고 비교적 신축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정체됐거나 심지어는 떨어지고 있다. 이 같은 도심과 부도심의 양극화 현상은 코로나 사태 이후 매우 심화되고 있다.

한국 증권사들의 과열 경쟁이 빚은 결과

마중가 타워 입찰 당시 참여한 투자자는 미래에셋 이외에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등으로 한국 증권사들끼리 과열 경쟁을 보였다.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외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글로벌 투자자들은 라데팡스 지역이 도심에서 떨어져 있어 입지적으로 불리하고, 프랑스의 낮은 경제성장률과 미래 첨단 산업의 부족을 감안할 때 공실율을 낮추기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대부분 입찰에 불참하거나, 매우 낮은 가격을 제시했다”며 “마중가 타워가 1조원이 넘는 가격에 매각돼 굉장히 놀랐다”고 말했다. 


2019년 글로벌 저금리 현상이 이어지면서 한국 증권사들이 대체투자, 특히 해외 부동산 투자 열풍이 불었다. 공실율이 높고, 건물 관리 비용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으나 경쟁이 과열되면서, 매우 높은 가격을 지불하며 인수했고, 지금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