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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WS, 크레센도 빌딩 판다

내년 초 펀드 만기 앞두고 매각 프로세스 진행

2024-08-23 09:57:04이현중hj.lee@corebeat.co.kr

핵심요약

DWS자산운용 국내 보유 마지막 오피스 매각 전 면적 임차 '김앤장'이라는 우수한 싱글테넌트 보유 CBD 지역내 쌓이는 매물은 딜 흥행에 걸림돌


매각 주간사 선정 위한 RFP 발송

DWS자산운용이 국내에서 보유한 마지막 오피스 자산인 크레센도 매각에 나섰다. 이 빌딩은 DWS자산운용이 우정사업본부 자금으로 지난 2013년 매수했던 것으로 중간에 펀드 만기를 한번 연장했고 새로운 만기가 내년 초다. 


23일 부동산IB업계에 따르면 DWS자산운용은 지난 21일 매각 주간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하면서 매각 프로세스에 들어갔다. 이 빌딩의 물리적 스펙은 지하 7층, 지상 18층으로 연면적 1만 6538평이다. 지난 2000년 11월이 사용 승인일로 금호산업이 시공사로, 금호석유화학이 시행사를 맡았다. 


준공된 다음 금호그룹은 이 빌딩을 그룹의 사옥으로 사용했다. 2006년 11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 인수 본 계약을 체결하면서 대우건설이 금호그룹 품에 안긴 후인 2008년 9월 대우건설이 이 빌딩으로 이사 온다. 한 달 전인 8월 금호그룹은 이 빌딩 건너 편 신문로 1가에 금호그룹 광화문사옥을 완공하면서 계열사들을 불러 모은다. 이후 이 건물의 이름은 '금호아시아나 1관'으로 불렸다. 


크레센도 빌딩 전경

금호그룹 사옥-> JR투자운용->DWS자산운용

대우건설을 인수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앞길은 평탄치 않았다. 2008년 자금 유동성에 문제가 생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인수 4년 만인 2010년 10월 산업은행에 대우건설을 매각한다. 이 빌딩의 운명도 대우건설과 같이 우여곡절을 겪었다.


대우건설이 서울역 사옥에서 신문로 사옥으로 이사 온 그 해인 2008년 12월 금호아시아그룹은 빌딩 매각에 나선다.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과제였기 때문이다. 딜은 세일앤리스백 방식으로 진행됐고 대우건설에 콜옵션(4년 뒤 2867억원)이 있었다. 인수처는 2009년 설립된 신생회사인 JR투자운용이었고 매각 가격은 평당 1451만원에 2400억 원이었다. 매도 주체는 금호생명이었다. 오피스 시장의 경색 흐름 속에 적절한 매수처를 찾기 어려웠지만 금호생명과 대우건설이 5년 간 임차를 이어간다는 조건이 붙으면서 딜은 성사됐다. 


빌딩의 주인은 2013년에 다시 바뀐다. 현 건물주인 DWS는 약 3900 억원(평당 2358만원)에 빌딩을 인수한다. 당시 입찰에는 코람코자산신탁, 이지스자산운용, 베스타스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는 물론 삼성생명 등 10여 개 기관이 참여해 매수 열기가 달아올랐다. 


평당 1500만원 정도로 추산되는 대우건설의 콜옵션 행사가보다 약 800만원이나 높은 가격이었다. 2009년 JR투자운용과 딜이 있었을 때 악화된 오피스 시장 영향으로 대우건설은 투자자 유치를 위해 싸게 팔고 비싸게 사는 고육지책으로 콜옵션을 선택했지만 2013년에는 이 부분이 약 1100억 원 가량의 예상치 않은 수익으로 돌아왔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투자 대상에 기관들의 관심이 크게 늘어나던 때가 2013년이다. JR투자운용이 인수 비히클로 한 제이알1호 리츠도 매입가와 대우건설 콜옵션 행사가격 차이인 486억 원만큼 매각 차익을 얻었다. 


2013년 매매 당시 대우건설이 5년 간 빌딩을 임차하는 약정을 맺었다. DWS자산운용은 건물 인수 후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금호 사옥으로 쓰였기 때문에 금호아트홀을 비롯해 여러 공간이 오피스용도로는 부적절했기 때문이다. 

공실 100%의 위기.... DWS 살린 김앤장

대우건설의 임차 만기가 끝난 다음 해인 2019년 대우건설은 을지트윈타워 서관으로 모두 이사를 갔다. 을지트윈타워는 대우건설이 을지로4가 세운재정비 사업으로 건설한 것으로 사업시행사는 한호건설과 대우건설이었다. 2018년 5월 이 건물은 KT AMC-BC카드 컨소시엄에 매각됐다. 대우건설은 이 가운데 서관 1개 동 전체에,  동관에는 비씨카드가 각각 입주했다. 


2013년 DWS가 우정사업본부 자금을 끌고 와 이 건물을 매입했던 이유는 싱글 테넌트의 안정적인 임차 상황과 향후 자본차익에 대한 기대였지만 갑자기 건물의 공실이 100%가 된 것이다. DWS로서는 돌출 사건이었다. 싱글테넌트가 안정적으로 임차 상황이 유지된다면 관리에서도 효율성이 있지만 한꺼번에 공실이 생기는 리스크도 있다. 

대우건설이 이사간 을지트윈타워 전경

이런 상황이 발발하자 상업용 부동산 업계에서는 DWS에 원가 수준의 매입을 타진하는 투자자들이 생겨났다. 마침 도심의 임차 상황도 좋지 못해 DWS와 우정사업본부로서는 텅빈 빌딩의 수익성 확보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었기에 원본 정도에라도 매각 하는 게 최악을 벗어나는 방법일 수 있었다. 


이때 구세주가 등장한다. 노스게이트 빌딩, 세양빌딩, 한누리 빌딩, 센터포인트 광화문, 정동 빌딩 등으로 사무실 공간이 분산 되었던 김앤장이 임차인으로 나타난 것이다. 김앤장은 이 빌딩 전부를 임차하겠다는 의지를 표시했고, DWS는 사무 공간을 모두 김앤장으로 채우게 된다. 김앤장의 입주와 함께 일부 효율이 떨어지는 공간을 모두 고친 것으로 알려졌다.



딜 흥행 가능성은

싱글테넌트 김앤장의 임차는 안정적 수익을 목표로 하는 기관투자자의 구미를 당기는 대목이다. 코로나를 지나오면서 예상과 달리 국내 사무실 근무가 크게 줄어들지 않는 상황에서 변호사 업계는 법률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이런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김앤장이 한꺼번에 이전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지난 2020년 공평동 센트로폴리스로 법무법인 태평양이 이전해 오면서 CBD지역이 로펌의 구미를 당기는 곳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CBD 지역과 서울역 등 인근 지역에 한꺼번에 많은 매물이 쏟아지는 부분은 딜 흥행에 걸림돌이다. 현재 서울파이낸스센터(SFC)가 매각 주간사 선정을 위한 프로세스를 시작했고, KKR이 매각하고 있는 남산스퀘어(9월9일 입찰)도 있다. 남대문에 GRE파트너스가 매각 중인 서울N스퀘어는 금융결제원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한 후 아직 매매협약에 대한 얘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우량 임차인에다 CBD 핵심 지역으로 매물의 매력도는 다른 어떤 것에 뒤지지 않는다"면서 "다만 올해 더에셋, 디타워 돈의문 등 대형 딜이 잇따라 우협을 선정하면서 SI위주의 딜이 성공을 거뒀지만 FI 앵글의 딜은 이런 분위기와는 다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