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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준 약정'에 부는 변화의 바람

시공사가 공기 연장 조건 추가, 시공사 책임의 범위 손해배상으로 한정 등

2024-09-25 09:11:11이현중hj.lee@corebeat.co.kr

책준 약정 규모 자기자본보다 3배 많은 곳... 롯데건설, 코오롱 글로벌, 금호건설 등

시공사의 책임준공 약정(책준 약정)의 세부 내용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책준 약정에서 시공사 권한이 강화되고  의무 또한 채무인수가 아닌 손해 배상인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으로 책임 준공을 해야 하는 규모가 자기자본의 3배를 초과하고 매출액 대비 미수채권 비중이 30%를 상회하는 업체로 롯데건설, 코오롱글로벌 등이 꼽힌다. 매출액 대비 미수채권 비중이 30%라는 얘기는 사업장이 10개 중 3개 이상이 공사 대금을 못 받는 연체 사업장이라는 얘기다. 


금호건설의 경우 미수채권 비중은 30%를 밑돌지만 책준 약정 규모가 자기자본의 3배를 넘어섰고, 신세계건설은 신종자본증권 발행 이전 기준으로 3배를 상회했다. 


한기평은 롯데건설의 경우 정비 사업을 제외한 책준 약정 제공 규모가 동일 등급 군 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면서 PF 신용 공여와 운전자본투자 등으로 재무부담이 커진 가운데 과중한 책준 약정 제공은 재무 안정성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오롱글로벌은 같은 등급의 건설사에 비해 정비 사업의 매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정비 사업에 제공한 책준 약정 규모도 크다. 정비 사업은 인허가 등에 긴 시간이 걸리는 데다 최초 계약 시점 공사비와 착공 시점 공사비가 크게 차이가 날 수 있어 조합과 공사비 협상 등에 따라 수익성이 변동되는 위험이 있다. 금호건설은 분양률이 저조하고 예정 원가율이 다소 높은 일부 프로젝트에 책준 약정을 제공하고 있어 공기 준수 압박 등으로 인해 추가적인 원가 상승과 운전자본 부담이 늘어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우량사 위주로 책준 약정 세부 내용에 변화 나타나

일부 상위 시공사 위주이긴 하지만 변화의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시공사가 준공 기간 연장을 가능하게 하는 경우를 세부적으로 적시하거나 채무인수가 아닌 손해배상으로 시공사 책임의 범위를 한정하는 사례 등이다.   


DL이앤씨가 전자의 예다. 자체 사업으로 추진하는 종로구 효제동 오피스개발 사업의 본PF 조달 과정에서 대주단과 맺은 책임준공 계약서에 ◇시공사 책임 없는 사유로 공사 지연 ◇ 건축계획 변경에 따라 공사기간 추가 소요 ◇ 우천이나 폭염, 홍수, 태풍 등에 준하는 기상이변 ◇근로시간 단축 등과 관련한 법령 재개정 ◇감염병 예방조치 이행 등 여러 구체적인 사례를 나열하며 이런 경우에 시공사가 기한 연장을 요구할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등은 올 들어 사업 수주 때 책임준공 미이행시 손해배상으로 계약서 문구를 변경해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최근 씨제이대한통운 건설부문은 성수동 오피스 개발사업에서 공사 지연시 지연 기간만큼 지체 상금을 내는 약정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도가 떨어지는 시공사의 경우 책준 의무를 보증하는 상품도 등장했다. 건설공제조합의 책임준공 보증으로 보증 발급 사업장에서 시공사가 책임 준공 의무를 다하지 못하면 건설공제조합이 6개월을 가산한 기간 내에 보증시공을 완료한다. 만일 보증 시공을 완료하지 못하면 미상환 PF대출 원리금을 보증 금액 한도에서 보상하는 구조다.


한기평은 “우수한 신용등급 내지는 대형 건설사 위주로 책준 약정의 세부 내용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진다면 건설업계 전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대주단의 경우 채권 확보와 관련해 협상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