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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계열 ‘디앤오’, 리츠 운용사 설립 잰 걸음

연내 리츠 인가 신청...내년 상반기 내 본격 활동 관측 LG그룹도 보유 부동산 유동화로 자금 확보 시도

2024-10-08 07:56:47이현중hj.lee@corebeat.co.kr

LG그룹 계열사 디앤오(D&O)가 리츠 사업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계열사 보유 자산의 유동화 수단으로 리츠의 활용 방안을 고민 중인 가운데 외부 자산 인수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리츠업계에 따르면 디앤오가 올해 안으로 리츠 자산관리회사(AMC) 인가 절차에 착수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리츠 AMC 설립을 위해서는 국토교통부의 인가가 필요하다. 자기자본 70억 이상, 상근 자산운용 전문 인력 5인 이상, 일정 규모의 전산 설비 및 물적 시절 등이 인가의 주요 요건이다. 


AMC 설립 절차 가운데 예비 인가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부동산투자회사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8월부터 시행됐다. 보통 2~3개월 걸리던 예비인가가 없어지면서 연내 설립인가 작업에 착수하면 내년 상반기 중에는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LG 100% 자회사...서브원이 모태

디앤오는 LG그룹 지주사인 (주) LG가 지분 100%를 보유한 계열사로 '서브원'에서 출발했다. 서브원은 소모성 자재 유통 사업인 전략구매관리(MRO)와 시설관리(FM), 건설, 레저, 곤지암 리조트 관리 등 여러 분야에 걸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었다.


서브원은 여러 차례 자회사 분할 작업을 거치면서 지금의 디앤오가 됐다. 현재 주요 사업은 레저와 부동산 전반에 걸친 자산관리(AM)다. 강남구 도곡동에서 ‘플래그원’ 브랜드로 공유 오피스 사업도 펼치고 있고, 강서구 마곡동에서 글로벌 호텔 체인 메리어트와 함께 호텔도 운영도 하고 있다. 


최근 상암동 상암디지털드림타워 매각 입찰에 디앤오가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리츠 사업 진출과 무관하지 않은 행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LG헬로비전이 본사 사옥으로 쓰고 있는 이 빌딩은 이화자산운용이 매물로 내놨고 코람코자산운용, 제이알투자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등 운용사를 제치고 디앤오가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디앤오와 같은 자산관리 회사가 오피스 입찰에 나서며 운용사와 경쟁하는 일은 드문 사례로 꼽힌다. 


LG 보유 자산 유동화 나설 듯

올해 상반기 기준 LG그룹의 부동산은 LG트윈타워, LG전자 가산동 사옥, LG광화문빌딩, LG서울역빌딩, CNS 상암DDMC, 디앤오강남빌딩 등이다. 자산 가치는 3조 5794억 원 가량에 달한다.



디앤오가 리츠 설립에 나선 것은 보유 부동산의 유동화를 통한 현금 확보가 주된 이유로 꼽힌다. 


LG그룹은 계열사 전반에 걸쳐 투자 자금 수요가 크다. LG전자는 주력인 가전 부분의 영업 이익률이 낮은 반면 성장동력인 자동차 전장 사업은 앞으로 막대한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 지난해에만 전장 부분에서 8685억 원이 투자돼 전년보다 31%나 늘어난 가운데 올해 연초 밝힌 투자 규모는 1조 970억 원에 달해 1조 원을 넘어선다. 


중국발 공급 과잉에 업황 부진까지 이어지고 있는 LG화학도 돈 들어갈 곳이 많다. 석유화학과 2차 전지 생산설비의 신.증설 등에 들어가는 자금 수요가 이어지면서 올해 1분기 말 기준 순차입금은 8조 4975억 원에 달했다. 지난 2022년 말 5조 7598억 원이었던 순차입금은 2023년 1분기 7조 8409억 원으로 급증하더니 올 1분기에는 8조 원을 넘었다.  LG화학이 지분 81.8%를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도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하다. 

 

이런 가운데 거시 환경의 주요한 변화인 글로벌 통화정책 피벗은 기업들의 자산 유동화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최근 신세계그룹은 신세계프라퍼티의 자회사인 신세계프라퍼티투자운용이 스타필드 하남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신세계스타리츠 영업인가를 이달 중 신청할 예정이다. 앞으로 리츠에 편입되는 기초 자산을 여타 지역의 스타필드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 다른 대기업 스폰서 리츠인 한화리츠는 본사 사옥인 서울 장교동 빌딩, 롯데리츠는 L7 호텔 강남타워 등의 편입을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하며 적극적인 조달에 나서고 있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오피스와 리테일 점포 등 우량 자산을 유동화해 현금 확보에 나서는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다”면서 “정부도 리츠 활성화를 위한 제도를 개선에 나선만큼 앞으로 기업 스폰서 리츠가 더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