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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끝나지 않은 세운 4구역의 시련

세운지구에서 가장 먼저 정비구역 지정되고도 아직 첫삽도 못 떠 종묘 맞은편에 위치해 최고 71.8m로 높이 규제…다른 구역의 절반 이하 4구역 높이 상향 위한 서울시 협의 요청, 국가유산청 거부 세계유산법 11월 시행…유산영향평가 대상에 포함돼 착공 더 늦어질 수도

2024-11-01 07:53:26신치영chiyoungshin@corebeat.co.kr

세운 재정비촉진지구에서 가장 먼저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세운 4구역이 종묘 맞은 편이라는 위치의 한계 때문에 아직까지 첫 삽도 못 뜨고 있는 기구한 운명에서 당분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세운지구를 한국판 롯폰기 힐스’로 키우겠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원 덕분에 기존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용적률과 높이로 초고층 빌딩을 추진하고 있는 다른 구역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세운 4구역의 시행을 맡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140여명의 토지 소유자들은 세운지구내 다른 구역들처럼 개방형녹지 등으로 용적률과 높이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서울시에 요청했다.


이에 서울시는 국가유산청에 세운4구역의 높이 상향을 위한 협의에 응해 줄 것을 요청했다. 세운4구역은 종묘 바로 맞은편에 위치하고 있어 국가유산청의 동의를 받아야 높이 변경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유산청은 “현재 정해진 높이를 유지해달라”며 서울시의 협의 요청을 거부했다.

세운 4구역은 2004년 세운 제정비촉진지구 가운데 가장 먼저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종묘 맞은편에 위치하고 있어 국가유산청(당시 문화재청)의 심의가 2009~2014년 진행되면서 2018년 6월에야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았다. 세운4구역은 122m의 높이로 숙박시설(관광호텔), 업무시설, 판매시설로 이뤄진 복합건물을 짓기를 희망했지만 열 두 차례의 문화재 심의를 받은 끝에 높이 52.6m(종로변)~71.8m(청계천변)로 결정됐다. 이후 2021년 12월 숙박시설을 삭제하고 층수를 변경하는 사업시행계획 변경인가를 받았다. 높이는 54.3m(종로변)~71.8m(청계천변)로 큰 변화가 없었다.


21년 12월 이주를 완료하고 작년 2월 철거도 끝마쳤지만 아직까지 공사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2022년 8월부터 시작된 매장문화재 조사가 아직까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세운지구의 다른 구역들은 지난해 개방형녹지와 공개공지 조성 등으로 서울시로부터 큰 폭의 용적률·높이 인센티브를 받아 정비계획을 변경해 세운4구역과 대조를 이뤘다. 세운 5-1·3구역의 용적률은 1503%, 높이는 169.8m로 정해졌다. 세운 3-2·3구역과 3-8·9·10구역의 경우 용적률이 각각 1524%, 1555%로 높아졌고, 높이는 무려 182.8m와 203m로 정해졌다. 이는 지난해 서울시가 개방형 녹지 등으로 용적률과 높이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서울도심 기본계획과 2030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을 고쳤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서울시의 정책 변화도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은 국가유산청의 벽을 넘을 수는 없었기에 세운 4구역은 혜택을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세운 4구역의 시련은 앞으로 더 이어질 수도 있다. 11월부터 세계유산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특별법(세계유산법)이 시행되면서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세계유산법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문화재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발사업에 대해 국가유산청장이 사업자에게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실시하도록 요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세운 4구역은 이미 열 두차례의 문화재 심의와 국가유산청과의 협의를 통해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았기 때문에 세계유산영향평가 대상에 포함될 지는 미지수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세운 4구역이 세계유산영향 평가를 받게 된다면 또다시 착공이 상당 기간 늦어질 수밖에 없어 사업비가 큰 폭으로 오르고 그만큼 사업성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