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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4구역, 마천루의 꿈 이룰까

서울시, 용도이양제 도입과 앙각규제 완화 잇달아 추진 세운4구역 고밀 개발 가능 VS 세계유산법은 큰 걸림돌

2025-02-24 08:20:25황재성js.hwang@corebeat.co.kr

서울시가 도심 내 문화재 주변 지역의 개발 밀도를 대폭 높이는 방안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문화유산 주변부 건축물의 높이 제한 완화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올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건물 개발 밀도를 결정하는 용적률을 사고파는 ‘용적이양제’ 도입 추진을 선언한 것이다. 


이에 따라 종묘 등 문화재에 가로막혀 사업이 답보상태인 세운상가 개발사업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조치의 최대 수혜주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11월부터 시행 중인 ‘세계유산의 보존 관리 및 활용에 관한 특별법(약칭 세계유산법)’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적잖다.

서울시, 25일 용도이양제 도입 위한 컨퍼런스 개최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23일 ‘(가칭) 서울특별시 용적이양제 운영에 관한 조례’를 새로 만들고, 상반기 중 입법 예고한 뒤 하반기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또 25일 오후 2시부터 서울시청(서소문청사)에서 용적이양제 도입에 대한 시민과 전문가들의 공감대 형성을 위해 컨퍼런스를 개최할 예정이다. 


용적이양제는 경관지구나 고도지구, 문화재보호구역, 그린벨트 등에 속한 탓에 법적으로 주어진 용적률(건물을 지을 수 있는 밀도)을 100% 활용하지 못하는 필지 소유주가 남은 용적률을 팔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이다. 용적률 구매자는 더 높이 건물을 올릴 수 있고, 판매자는 용적률 판매 대가를 지역 개발사업 재원 등으로 쓸 수 있다. 


서울시는 이에 앞서 지난 10일 ‘문화유산 및 주변부 도시 관리 방안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핵심은 문화유산 주변부 건물의 높이를 제한하는 ‘앙각 규제’ 완화 방안 수립이다.


앙각 규제는 문화재 담장에서 27도(앙각) 위로 선을 그었을 때 건축물이 걸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1981년 최초 도입된 이후 현재까지 문화유산 주변부 건축물 높이를 제한하는 관리원칙으로 활용됐다. 문화재로부터 100m 이내 위치한 건물이 규제 대상이다. 


이런 앙각 규제로 인해 서울 송파구 풍납동 씨티극동 아파트처럼 세모 형태의 기형적 건축물이 지어질 수밖에 없었다. 또 문화재 주변 지역의 개발을 제한함으로써 서울 도심 문화재 주변지역의 노후화에 주원인으로 지목됐다.

   

관련 업계에서는 서울시의 이러한 움직임과 관련해 세운 재정비촉진지구(이하 세운지구)를 주목하고 있다. 서울시 계획대로라면 세운지구 개발의 걸림돌이 모두 제거될 수 있어서다. 특히 세운 4구역은 종묘 맞은 편이라는 입지적인 문제로 인해 첫 삽조차 뜨지 못했다.


서울시가 용적이용제 도입 방침을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용적이양 제도의 핵심은 양도지역 선정 기준이다”며 “문화유산 주변지역과 장애물 표면 제한구역 등 장기적으로도 규제 완화가 어려운 곳을 위주로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힌 점도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싣는다.


지난해 11월부터 시행 중인 세계유산법 적용 가능성

세운 4구역은 2004년 세운 재정비촉진지구 가운데 가장 먼저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하지만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종묘 맞은편이라는 이유로 국가유산청(당시 문화재청)의 심의가 2009~2014년까지 진행되면서 2018년 6월에 가까스로 사업계획 인가를 받았다. 


당시 세운 4구역은 122m의 높이로 숙박시설(관광호텔), 업무시설, 판매시설로 이뤄진 복합건물을 짓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열두 차례의 문화재 심의 끝에 높이 52.6m(종로변)~71.8m(청계천변)으로 낮아졌다. 이후 2021년 12월 숙박시설을 없애고 층수를 조정하는 사업계획 변경 인가를 받았지만 높이는 54.3m(종로변)~71.8m(청계천변)로 큰 변화가 없었다.


이후 2021년 12월 이주를 완료하고 2023년 2월 철거까지 마쳤으나 아직까지 본공사에 착수하지 못한 상태이다. 2022년 8월부터 시작된 매장문화재 조사가 끝나지 않은 탓이다.


반면 세운상가 다른 구역들은 2023년 서울시로부터 큰 폭의 용적률·높이 인센티브를 받았다.  이에 따라 5-1·3구역의 경우 용적률 1503%, 높이 169.8m로 각각 높아졌다. 3-2·3구역과 3-8·9·10구역도 용적률이 각각 1524%, 1555%로 올라갔고, 높이도 182.8m와 203m로 정해졌다.


따라서 서울시가 계획대로 용적이양제와 앙각 규제 완화를 시행한다면 다른 구역만큼 고밀 개발이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다만 열쇠를 국가유산청이 쥐고 있다는 게 문제다. 세운4구역은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세계유산법 적용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법 11조의 2에 따르면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건축물 또는 시설물을 설치 증설하는 사업은 세계유산 영향 평가를 받게 돼 있다. 종묘 맞은편에 있는 세운 4구역은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