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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중공업, 전력 기기 이익으로 건설 부실 메운다

책임준공 확약에 따라 지방 부실 사업장 채무 2000억원 인수 AI 열풍으로 2024년 전력 기기 부문 영업이익 3100억원 넘을 듯 부산, 대구 등 지방 대도시 주상 복합 개발은 무덤으로 전락

2025-01-06 08:04:10김두영doyoung.kim@corebeat.co.kr

효성중공업 건설 사업 부문의 2024년 1-9월 영업이익은 303억원. 하지만 2024년말, 2025년초에만 2000억원의 부채를 떠안으며 시름하고 있다. 과거 브랜드 가치의 약점을 극복하고 공격적인 수주를 위해 수도권이 아닌 개발 사업장의 책임준공 확약을 남발했기 때문이다.


부산과 대구 등은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꺾이면서, 아파트 분양이 고전하고 있지만, 주상복합 개발은 더더욱 힘들어진 상황이다. 다만, 세계적인 AI(인공지능)와 데이터 센터 개발 열풍을 타고, 기존 전력 기기 사업의 매출 및 영업이익이 급증하고 있어 건설 부문의 부실을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효성중공업, 부산과 대구 주상복합 개발 사업에 발목 잡혀

효성중공업은 2024년 12월말 ‘온천동디에이’가 시행하는 부산 온천동 주상복합 사업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원리금 1038억원을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효성은 2022년 6월 공사를 수주했고, 책임준공 기한은 2026년이지만 이를 지킬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해 미리 인수했다. 


이 사업은 부산 동래구 온천동 1423-3일대 4.096㎡(약 1331평)에 지하 5층~지상 39층, 연면적 57,059㎡(약 1만7260평) 규모의 공동주택과 오피스텔 및 상가를 짓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미(未)착공 상태다.


효성중공업은 또한 ‘한영아이앤피’가 시행하던 대구 신천동 주상복합 개발 사업의 채무 436억원도 인수했다. 책임준공 기한이 2025년 1월초인데, 여전히 미착공 상태다. 이 사업은 대지면적 3,434㎡(약 1038평)에, 지하 4층~지상 25층 아파트 172세대를 건축할 계획이었다.


효성은 2025년 1월에도 추가로 500억원 규모의 PF 채무 인수를 예고해, 순식간에 2000억원의 채무 부담을 지게 됐다.


전력 기기 사업 이익으로 부실 사업장 채무 감당

효성은 사실 변압기와 차단기 등 전력 기기 중심의 중공업 사업 부문이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중공업 부문 영업이익은 2023년 1745억원에서 2024년 31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AI 산업을 뒷받침하는 데이터 센터의 대규모 건립으로 전력 기기 수요가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보다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수요가 몰리고 있어, 그동안 ‘미운 오리 새끼’의 설움에서 벗어나 ‘캐시 카우’(Cash Cow)로 변모했다.


효성중공업이 미착공 상태인 부산 사업장을 만기 이전에 서둘러 인수한 것도, 전력 기기 사업의 영업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전력 기기도 연구개발(R&D) 및 설비투자가 많이 소요되는 사업이어서, 건설 사업 부실을 모두 떠안기는 역부족이다. 2024년말 9월말 기준 효성의 PF 관련 책임준공 약정 금액은 6조3489억원 (대출잔액 4조4755억원)에 이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효성은 사업 포트폴리오가 좋아서 다른 중견 건설사보다는 상황이 많이 나은 편”이라며 “부실 사업장 채무를 감당할 수는 있지만, 회사 전체 이익이 크게 줄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