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velopment • 프로젝트
화교사옥에 발목...과기공 을지로3가 6지구 오피스 선매입 철회
시행사, 화교사옥 소유주인 대만대표부 지분 매입 조건 못 지켜 "준공전까지 매입하겠다"는 시행사에 과기공, 실패 시 페널티 담아 계약 요구 양측 이견으로 계약 파기...과기공, 강남 엔씨타워로 선회
과학기술인공제회(과기공)가 을지로3가구역 6지구에 들어서는 신축 오피스 빌딩을 매입해 사옥으로 사용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6지구 시행사가 사업지에 포함된 대만대표부 소유 화교사옥 부지를 매입하지 못해 신축 건물 지하 아케이드 상가 일부를 대만대표부에 분양하기로 하자 과기공이 매입을 포기한 것이다. 삼성SRA자산운용과 삼성생명이 선매입을 추진하다가 포기한 을지로3가구역 1·2지구에 이어 6지구도 화교사옥 부지에 발목이 잡힌 셈이다.
17일 상업용 부동산 투자업계에 따르면 과기공과 KT투자운용은 최근 을지로3가 6지구 시행사인 우림에이엠씨에 선매입 계획 철회를 통보했다.
과기공은 KT투자운용이 설립한 리츠 ‘케이리얼티제12호’에 단독 투자해 우림에이엠씨 지분을 전부 인수한다는 계획이었다.
우림에이엠씨는 을지로3가 6지구에 지하 6층~지상 17층, 연면적 6만392m²(약 1만8268평)의 오피스 건물을 짓고 있다. 2023년말 착공했으며 2026년 3월 완공 예정이다.
“시행사가 화교사옥 부지를 매입하지 못했기 때문”
을지로3가구역 내에는 한때 재한 화교들이 모여 거주하던 곳이어서 화교사옥이라고 불리는 부지가 있다. 중구 수표동 11-9 일대 1002m²(약 303평) 규모의 땅이다. 화교들은 1928년 지금의 서울중앙우체국 부지를 넘기는 대신 이 땅을 환지 형태로 받았다. 1970년 이후에는 생활형편이 어려운 내국인들이 모여 들어 무허가 쪽방촌을 이루고 살았다. 화재에 취약한 이 곳에 2014년 불이 나면서 2명의 노인이 사망했다.
중구청은 등기 명의인인 대만대표부와 실소유주이자 관리인인 한성화교협회가 재난위험시설인 화교사옥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골머리를 앓았다.
서울시와 중구는 화교사옥 부지를 포함해 을지로3가 정비구역을 지정했고 2020년부터 1·2지구와 6지구 재개발 사업이 본격 진행됐다. 중구청은 골치 아픈 화교사옥 부지를 처리하기 위해 1·2지구와 6지구 사업자들에게 화교사옥 부지에 공동으로 역사공원을 조성해 기부채납 하는 조건을 붙여 사업시행계획을 인가해줬다.
결국 1002m²의 화교사옥 부지는 수표동 11-9(524m²)와 11-26(478m²)로 분할돼 각각 1·2지구와 6지구의 사업지에 포함됐다.
6지구의 경우 관리처분계획에 따르면 대만대표부는 신축 건물에서 6487m²(약 1962평)의 상가를 분양받게 돼 있다.
지난해 3월경 KT운용과 과기공은 우림에이엠씨와 신축 건물의 선매입 계약을 맺었고, 계약금 30억 원도 지급했다. 우림에이엠씨가 대만대표부의 지분을 사들인다는 조건이 달렸다. KT운용과 과기공은 재산권을 행사하는데 문제가 있을 수 있어 대만대표부가 신축 빌딩을 구분소유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림에이엠씨의 대만대표부 지분 매입은 계속 지연됐다. 사실 대만대표부는 처음부터 신축 건물의 상가를 분양받기를 원했다. 지분을 매각할 경우 거액의 양도소득세를 물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대만대표부는 화교사옥 부지를 넘기고 단독 건물을 매입하자는 화교들의 요구도 거부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림에이엠씨는 결국 금액의 문제이므로 대만대표부 지분을 매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대만대표부 지분을 준공전까지 매입하겠다고 KT운용과 과기공을 설득했다.
이에 KT운용과 과기공은 준공전까지 매입한다는 사항과 매입하지 못할 경우 페널티를 부과한다는 내용을 담아 계약서를 작성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우림에이엠씨는 KT운용과 과기공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결국 과기공은 우림에이엠씨와의 계약을 파기하고, 13일 실시된 강남구 삼성동 엔씨타워1 입찰에 퍼시픽자산운용과 손을 잡고 참여했다.
상업용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과기공은 당초 사옥으로 강남업무권역(GBD) 내 빌딩을 선호했다”며 “중심업무권역(CBD) 오피스 공급과잉으로 향후 자산가치 방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과기공이 을지로3가 6지구를 포기한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