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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도 을지파이낸스센터 포기, 왜?
을지로3가구역 1·2지구에 포함된 화교사옥 부지 리스크 처리 방안 놓고 대만대표부와 화교사회 갈등 커져 을지로3가구역 6지구도 영향
삼성SRA자산운용, 을지파이낸스센터 매입 포기
삼성SRA자산운용이 을지로3가구역 1·2지구에 들어설 예정인 을지파이낸스센터(EFC) 인수를 포기했다. 삼성생명 투자를 받아 EFC를 인수하려 했으나 삼성생명이 토지 소유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투자 보류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로써 EFC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이지스자산운용에 이어 3번째 인수 후보였던 삼성SRA자산운용과도 인연을 맺지 못하고 또다시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시행사인 아이비네트웍스는 작년 상반기부터 EFC의 선매각을 추진해왔다. 작년 3월 실시한 매각 입찰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공사비 증액 문제 등으로 매도자 측과 입장 차를 보여 5개월 만에 인수의사를 철회했다. 이후 이지스자산운용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역시 가격을 두고 매도자와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올해 2월 계약을 철회했다. 곧이어 아이비네트웍스는 삼성SRA자산운용이 관심을 보여 협상을 벌여 왔으나 삼성SRA가 최근 아이비네트웍스에 포기 의사를 전달했다. 삼성SRA는 사업지에 포함된 일부 토지의 소유자와 관련된 리스크를 이유로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을지로3가구역 정비사업에 포함된 화교사옥 리스크
EFC가 들어서는 을지로3가구역에는 ‘화교사옥’ 부지가 포함돼 있다. 1002m²(약 303평) 부지에 허름한 목구조 슬레이트 2층 건물이 있던 땅으로, 1층에는 공구 상가 등 점포 26개, 2층 쪽방촌에는 방 42개가 있었다. 등기부등본상 이 땅의 소유주는 중화민국으로 돼 있지만 실소유주는 재한화교들이다. 화교들이 1928년 지금의 서울 명동 서울중앙우체국 부지를 넘기는 대신 화교사옥 부지를 환지 형태로 취득했다. 한동안 화교들이 집단거주하다가 나중에는 무의탁 노인들이 집단거주하는 쪽방촌이 됐다. 이 부지는 감정가만 400억 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청계천복원 사업을 하면서 이 부지에 역사공원을 조성할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이 부지와 연접한 을지로3가구역 1·2지구 및 6지구의 사업시행계획을 수립하면서 시행사들이 이 부지를 사업지로 포함시켜 공원 부지로 기부채납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1002m²의 화교사옥 부지는 22년 6월 수표동 11-9(524m²)와 수표동 11-26(478m²)으로 분할돼 수표동 11-9는 지하 8층~지상 24층(연면적 6만4990m²) 규모의 EFC가 들어서는 1·2지구 사업지에 편입됐고, 11-26은 또다른 오피스 빌딩이 준공될 예정인 6지구에 포함됐다.
1·2지구의 시행사인 아이비네트웍스와 6지구의 시행사인 우리에이엠씨는 대신 대만대표부에 신축 건물의 지하 상가를 분양하는 방안을 관리처분계획에 포함시켜 서울시의 인가를 받았다.
화교사옥 처리를 둘러싼 대만대표부와 화교사회의 갈등
문제는 화교사옥의 보상 방안을 두고 대만대표부와 화교사회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만대표부는 세금 문제를 감안해 신축 빌딩의 지하층을 분양 받자는 입장인 반면, 화교들은 서울내 다른 지역의 빌딩을 취득하자고 맞서고 있다.
대만대표부는 이 부지가 외교용지지만 1992년 한국과 대만의 단교로 외교용지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어 팔거나 명의를 변경할 경우 막대한 세금이 부과된다고 화교사회를 설득하고 있다. 하지만 화교들은 명의만 대만 정부로 돼 있을 뿐 자신들의 소유인데 대만대표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부지 처리방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만대표부와 재한화교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면서 한성화교협회 등 재한화교 단체들은 얼마전 10월 10일 쌍십절 행사의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10월 10일은 1911년 청나라를 멸망시킨 신해혁명이 발발한 날로, 대만은 매년 쌍십절을 건국절로 기념하고 있다. 대만대표부도 매년 화교단체 지도부와 한국과 대만 정재계 인사들을 초청해 기념행사를 열어왔는데 화교 단체들이 집단으로 올해 행사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을지로3가구역 준공 지연 리스크 되나
대만대표부와 재한화교 사회의 갈등은 중국과 대만 관계까지 얽혀 있는 문제라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하기가 어렵다.
삼성생명이 이런 불투명성을 안고 EFC 매입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부동산 업계의 시각이다.
이 문제는 을지로3가구역 1·2지구뿐만 아니라 6지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행사인 우림에이엠씨는 6지구에 연면적 6만387m², 지하 6층~지상 16층 규모의 오피스 빌딩을 지을 계획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책임준공을 맡아 시공을 진행하고 있으며, 과학기술인공제회가 사옥으로 사용하기 위해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