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velopment • 프로젝트
을지로 재개발에 리스크로 떠오른 화교사옥 부지
대만대표부와 화교단체들, 소유권 두고 갈등 을지로3가구역 1·2지구와 6지구 사업에 미칠 파장 관심
화교사옥 기부채납 조건으로 진행된 정비사업
을지로3가구역 1·2지구와 6지구의 사업지로 포함된 화교사옥 부지를 둘러싸고 대만대표부와 화교 사회의 갈등이 증폭되면서 두 지구의 정비사업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지구는 올해 3월 중구청으로부터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고 착공을 준비하고 있고 6지구는 작년 4월 착공해 26년 5월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두 지구의 사업에 돌발 변수가 발생한 것이다.
서울 중구 수표동 11-9 일대는 한때 재한 화교들의 집단 거주하던 곳이어서 화교 사옥이라고 불렸다. 화교들은 1928년 지금의 서울중앙우체국 부지를 넘기는 대신 이 땅을 환지 형태로 받았다. 1970년대 이후에는 내국인들이 모여 들기 시작했고 생활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이 목조 슬레이트 2층에 무허가 쪽방촌을 이루고 살았다. 2014년에는 방화설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이 곳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2명의 노인이 사망했다.
중구청은 등기 명의인인 대만대표부와 실소유자이자 관리자인 한성화교협회가 재난위험시설인 화교사옥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골머리를 앓았다. 서울시와 중구는 2016년 수표동 일대를 ‘을지로3가 정비구역’으로 지정했고, 화교사옥 부지는 공원용지로 지정했다.
그러다 2020년부터 1·2지구와 6지구에서 재개발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중구청은 두 지구의 사업자들에게 화교사옥 부지에 역사공원으로 공동으로 조성해 기부채납 하는 조건을 붙여 사업계획을 인가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당시 중구청은 골치 아픈 화교사옥 부지를 처리하기 위해 1·2지구와 6지구의 시행사들을 강하게 설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1002m²의 화교사옥은 수표동 11-9(524m²)과 11-26(478m²)로 분할돼 각각 1·2지구와 6지구의 사업지에 포함됐다.
을지파이낸스센터(EFC), 본PF 전환이 관건
1·2지구의 시행사인 아이비네트웍스는 대만대표부에 신축 건물 지하층 일부를 분양하는 내용을 담아 올해 3월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았다. 그런데 실소유주인 재한 화교들이 지하층을 분양 받기로 한 대만대표부의 결정에 반기를 들고 나서면서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화교단체들은 지하층 분양 대신 서울 다른 지역의 빌딩을 받자고 주장하고 있다. 대만대표부와 재한 화교 간 갈등은 대만-중국 관계가 얽혀 있어 쉽게 해소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국 정부가 나설 수도 없는 문제다.
삼성SRA운용과 삼성생명이 EFC 인수를 포기한 것도 이 같은 리스크에 대한 부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비네트웍스는 EFC를 인수할 다른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다. EFC를 선매도해야 브릿지론을 본PF로 전환하고 착공에 들어갈 수 있다. 최근 PF 부실 문제가 불거진 이후 준공 예정 건물의 선매도가 이뤄지거나 앵커 테넌트가 유치된 개발사업이라야 수월하게 PF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과학기술인공제회가 사옥으로 사용하기 위해 매입을 추진하고 있는 6지구는 26년 완공 되는대로 관리처분계획을 이행해야 사용승인을 받을 수 있다. 관리처분계획의 이행은 관처계획의 내용대로 토지등 소유자에게 분양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사업주체가 대만대표부에게 분양한 면적에 대해 화교단체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서면 사용승인이 미뤄질 수밖에 없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도심의 토지는 수십 년간의 사연과 우여곡절을 안고 있다”며 “복잡하게 얽혀 있는 소유권을 정리해야 하는 정비사업은 어떤 리스크를 만날지 알 수 없으므로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