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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을지파이낸스센터(EFC) 시공권 포기
GS건설 자회사, ‘자이S&D’ 공사계약 협의 중 EFC 브릿지론 대주단 출자 전환 완료된 듯
서울 중구 수표동 을지파이낸스센터(EFC) 시공사가 현대건설에서 GS건설 자회사인 자이 S&D로 교체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최근 EFC 개발사업의 대주단이 기존 대출을 사업 시행 지분으로 출자전환 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사업에 속도를 내왔기 때문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자이S&D 관계자는 “EFC 공사계약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며“이르면 이달 중 결론을 짓고, 결과를 공시할 계획으로 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 관계자도 이와 관련해 "해당 사업 시공권을 포기하는 것으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EFC는 을지로 3가구역 1·2지구(수표동 56-1번지 일대)에서 추진되는 도시 정비형 재개발사업으로, 부지 4756.1㎡(약 1439평)에 지하 7~지상 24층, 연면적 6만 4989.6㎡(1만 9659평) 규모의 오피스 빌딩을 짓는 프로젝트이다.
자이S&D가 이 사업을 수주하면 도시 정비형 재개발사업으로는 지난해 11월 을지로 3가 5-1 프로젝트에 이어 두 번째가 된다.
EFC의 시공사는 그동안 현대건설이 유력했다. 공사에 필요한 초기자금 80억 원을 최후순위의 낮은 금리(7.6%)로 대여하는 등 강력한 사업 참여 의지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사업시행자인 아이비네트웍스는 이를 지렛대로 2837억 원을 브릿지론(금리·9.57~18.57%)으로 확보하고, 2027년 2월 준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해 왔다.
아이비네트웍스는 당초 선매각을 통해 8000억 원 규모로 추정되는 사업비를 조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공사비 증액이나 매매가 수준 차이 등을 이유로 2차례나 협상 과정에서 거래가 중단됐다. 최근에는 사업 부지에 포함된 ‘화교 사옥’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또다시 협상이 결렬됐다.
이후 EFC 대주단은 프로젝트를 살리기 위해 대출을 출자 전환한 뒤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유치하기로 했다. 브릿지론의 규모를 줄여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개선하겠다는 취지였다.
이를 위해 총대를 맨 곳은 메리츠증권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증권은 계열사이자 최선순위 채권자인 메리츠화재를 포함해 전체 브릿지론의 62%(1750억 원)가량을 담당한 최대 대주이다.
결국 대주단은 기존 대출을 사업 지분으로 출자 전환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시공사가 교체되는 것은 사업 장기화 우려에 따라 현대건설이 손절을 택했고, 자이 S&D가 구원투수로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이S&D, 시공능력평가 순위 수직 상승 중
자이S&D는 2000년 설립된 아파트 홈네트워크 전문업체다. 당시 사명은 ‘이지빌.’ 2005년 GS건설의 자회사로 편입됐고, 2018년 사명을 ‘자이 S&D’로 바꾸고 본격적으로 주택사업에 뛰어들었다. S&D는 서비스(Service)와 개발(Development)의 약자다.
자이S&D는 모기업 GS건설과 차별화를 위해 500세대(실) 미만의 중소 규모 주택과 오피스텔 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이(Xi)의 자매 브랜드인 오피스텔 ‘자이엘라’와 아파트 ‘자이르네’를 사용하는 것도 이를 강조한 전략이다.
2019년 11월에는 코스피 상장에 성공했다. 이어 2022년 3월에는 LG그룹 계열사인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등을 주요 고객으로 둔 자이C&A(옛 S&I건설)도 인수했다. 주택사업에만 머물지 않고 클린룸, 첨단공장, 업무·연구시설 등을 짓는 건축사업과 석유화학 공장을 짓는 플랜트 사업까지 처리하는 종합건설업체로 거듭나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 결과 건설사의 업무능력을 보여주는 시공능력평가순위가 수직상승하고 있다. 2019년 최초 1047위에서 2020년 512위, 2021년 211위로 올라섰고, 2022년 91위로 100위권 안에 처음 진입했다. 이어 2023년 64위, 2024년 54위로 거침없이 치솟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