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e-series • 해외 부동산 투자 부실화

(해외 부동산 투자 부실 시리즈 1)

단일 or 소수 임차인 오피스 인수로 대규모 손실 EOD 발생으로 도산, 공개 매각 사례 다수 발생 임차인과의 협상력 약화로 자산 관리 한계 노출

2024-08-09 07:59:26김두영doyoung.kim@corebeat.co.kr

한국 운용사, 단일 또는 소수 임차인 빌딩에 투자로 대규모 손실

이지스자산운용이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를 통해 2018년 10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트리아논(Trianon) 빌딩을 8890억원(수수료 등 부대 비용 포함)에 인수했다. 펀드 운용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10월 기준 임대율은 약 97.0%로 데카방크가 임대면적의 52.5%, 분데스방크가 38.3%, 프랭클린 템플턴이 4.3%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데카방크가 2024년 6월말 임대차 계약 만기 연장을 하지 않고 퇴거하기로 결정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시장 금리가 급격히 올라간 상황에서 대체 임차인까지 구하지 못해 대규모 공실이 발생하면서, 결국 올해 6월 파산 처리됐다. 절차상 대주단은 빌딩 매각을 통해 투자 원금을 회수하고, 펀드 투자자는 대출금 상환 이후 남는 금액을 배당받게 된다. 하지만 배당금은 매우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펀드의 기준 가격은 최초 설정 당시 1000원에서 8월8일 기준 173원으로 떨어져 손실률이 최소 8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대체운용이 2017년 3월 나사부동산투자신탁1호를 통해  4410억원(부대비용 포함)에 매입한 미국 워싱턴 나사(NASA) 건물도 마찬가지다. 전체 면적의 98.6%를 나사가 사용하고 있었으며, 임대 기간은 2013년 8월~ 2028년 8월으로 총15년이다. 그런데, 2019년 트럼프 행정부가 나사 본사를 알라바마(Alabama)로 옮길 수 있다는 계획이 언급되면서 공실 이슈가 불거졌다. 아직까지 이전 계획은 구체화되지는 않았다. 운용사는 펀드 설정 이후 5년내 매각을 목표로 2022년초 미국 부동산 투자사 오팔 홀딩스와 매매 계약을 체결했으나, 금리 상승이 겹치면서 신규 투자자는 인수 자금 조달에 실패했고, 펀드 만기는 2029년 3월로 5년 연장됐다. 금리 상승에 따른 자산 가치 하락으로 펀드 기준 가격은 8월8일 628원으로 떨어져 30% 이상 손실이 발생했다.


지난 6월19일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이 설정한 '벨기에코어오피스 부동산투자신탁2호'는 선순위 대출 원금을 갚지 못해 기한이익 상실(EOD) 사유가 발생했다. 한투리얼에셋은 2019년 6월 벨기에 브뤼셀 소재 'The Toison d’Or (TDO)' 빌딩을 매입하면서 선순위 7262만 유로, 중순위 1452만 유로 대출을 받았으나 6월에 선순위 대출금을 갚지 못한 것이다. 한투리얼에셋은 대주단과의 협의를 통해 2029년 5월까지 만기를 연장하겠다고 밝혔지만, 대출금리가 크게 올라서 협상이 매우 어려울 전망이다. 대주단은 7월초 리파이낸싱 협의를 진행하는 것과 동시에, CBRE를 자문사로 선정해, 매각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통보했다. 이 빌딩은 벨기에 법무부 산하기관인 RDB(Regie Des Batiments)가 오피스 전체를 사용하고 있어 임대율 100%이며, 임대차기간은 2001년 1월~ 2030년 12월까지 총 30년이다. 펀드 기준가는 8월8일 기준 261원으로 폭락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17년7월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11호를 설정해 미국 애틀란타에 위치한 오피스 빌딩(Park Center 1)을 약 3386억원(부대비용 포함)에 인수했다. 미국 보험사인 스테이트 팜(State Farm Mutual)이 96.5%를 사용한다. 하지만, 2023년 4월 “현지 선순위 대출 약정에 따라, 임차 면적의 최소 50%에 대한 지속적인 점유가 이뤄지지 않아서 임대 수입의 현금 유보 의무(Cash Trap)을 이행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스테이트 팜은 정해진 임대료를 100% 지급하고 있지만, 임직원들의 재택 근무가 많아지면서 발생한 일이다. 부동산 펀드 투자의 최대 장점이 안정적인 배당 수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커다란 리스크가 발생한 것이다.


투자자의 협상력이 너무 약하다

단일 또는 소수 임차인 자산 투자의 단점은 첫째, 투자자의 협상력이 매우 약하다는 점이다. 펀드 운용사 입장에서는 다수가 아닌 소수 임차인을 상대하며 협의하기 때문에 운용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독일 트리아논 빌딩 사례처럼 만기 시점에 기존 임차인이 연장계약을 맺지 않으면, 대체 임차인을 구하는 것이 어렵다. 소수 임차인이 기존에 사용하는 면적이 너무 넓어서, 새로운 임차인의 눈높이를 맞추기 힘들다.


이 빌딩 38%를 사용하는 분데스방크도 2027년 3월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데, 임대료 및 빌딩 환경 개선 등에 있어 상당한 혜택을 주지 않으면 연장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임차인이 비교적인 넓은 면적을 사용하는 물류센터도 마찬가지다. 이지스자산운용이 2019년 7월 공모 펀드를 통해 인수한 아마존 영국/프랑스/스페인 물류창고를 약 6000억원에 인수했다. 아마존이 100% 사용하고, 임대 기간은 약 20년이다. 아마존이 전략적으로 유럽 물류 센터 포트폴리오 조정 이야기만 언급돼도 공실 리스크에 따른 자산 가치 하락이 발생하게 된다. 


둘째는 임대차 기간이 15년, 20년 등으로 고정돼 있어 경기 활성화로 시장 임대료가 올라도, 이를 반영할 수 없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반대로 경기 침체기에는 임대료 하락을 방어할 수 있지만, 역사적으로 전쟁과 경제위기 등의 시기를 제외하고는 임대료가 꾸준히 상승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셋째는 잠재 투자자 입장에서는 임차인 숫자가 소수이면, 향후 계약 만기시 임차인 확보와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특히 환경 관련 규제를 맞추기 위한 시설 투자 리스크가 높아지기 때문에 매력도가 떨어진다. 따라서, 신규 투자자가 이런 자산을 매입할 때는 상당한 가격 할인을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게다가 한국 해외 부동산 투자 펀드의 만기는 대부분 5년이어서 매각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 국내 운용사들은 만기 이전 자산 매각 실패의 원인으로 고(高)금리와 코로나 사태를 언급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자산의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점이 더 크게 작용한다.

상업용 부동산 투자 회사 관계자는 “외국 투자자들이 단일 또는 2~3개 임차인으로 구성된 자산을 매입할 경우에는 현금흐름, 임대료 조정 등의 리스크가 높기 때문에 상당한 디스카운트를 요구한다”며 “한국 운용사들이 원하는 시점에 제값을 팔고 나오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