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e-series • 해외 부동산 투자 부실화
(해외 부동산 투자 부실 시리즈 2)
과도한 차입이 칼날이 되어 돌아왔다 투자 당시 대부분 LTV 60% 선순위 대출 경제 상황 변화에 따른 리스크 헷지가 안된다 외국 투자자는 LTV 40~45% 유지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며 배당금 보류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외 부동산 투자 펀드의 공통점은 외국에 비해 담보인정비율(LTV)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2008년 이후 시작된 글로벌 저금리 당시에 투자했는데, 대부분 LTV 55~60% 수준이었다. 하지만,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오피스, 물류센터 등 매입 자산의 담보가치가 떨어지거나, 대출 만기 시점의 리파이낸싱 (Refinancing) 금리가 올라가면 곧바로 위험에 빠진다.
부동산 투자 펀드는 주식, 채권펀드에 비해 기대 수익률은 낮지만, 안정적 현금흐름에 기반한 배당수익이 커다란 장점이다. 그런데, LTV 상승으로 배당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뒤이어 자산가치가 크게 하락한 상황에서 강제 매각에 들어가면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LTV 60%에 근접한 무리한 대출
손실을 겪고 있는 해외 부동산 투자 펀드의 공통점은 미국, 유럽 등 현지 금융기관에서 선순위 대출을 받고, 펀드는 보통주 투자로 들어갔다는 점이다. LTV는 약속이나 한 듯 60%로 거의 유사하다. 100% 선순위 대출 모집이 어려우면, 나머지 금액을 중순위 대출로 채우기도 한다. 대출 기간은 펀드 만기와 같은 5년으로 설정돼, 사실상 인수 이후 5년 이내에 매각한다는 전략이다. 자금 거래 규모가 커서 거래 빈도가 낮다는 상업용 부동산 자산의 성격을 감안하면 지나친 단기 투자인 셈이다.
하나대체투자운용이 2017년 인수한 미국 나사(NASA) 본사 건물의 담보대출 금액은 2596억원으로 LTV 59% 수준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이 2019년 인수한 아마존의 유럽 물류센터도 대출금 3262억원으로 LTV 60%를 채웠으며, 독일 트리아논 빌딩도 60%였다. 한투리얼에셋이 2019년 인수한 벨기에 TDO빌딩 빌딩도 마찬가지로 LTV 60%였다. 이는 투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레버리지 비율을 최대한 높인 것이다.
인수 당시는 글로벌 저금리 상황이었으나, 코로나 사태 이후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금리를 급격히 올리면서 사방에 적신호가 켜졌다. 하나대체투자운용은 2017년 대출 당시, 고정 금리 3.23%였으나 2022년 만기를 6년 연장할 때 금리는 6.145%로 거의 2배 수준으로 올랐다. 이러한 금융 비용 상승은 곧바로 투자 수익률 하락과 배당금 축소, 빌딩 담보 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경제 환경 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감당하지 못한다
투자 당시 대출조건을 보면 대부분 LTV 65% 초과시 펀드의 배당금 유보 (Cash Trap), 70% 초과시 초과분만큼 대출 원리금 상환, 80% 초과시 기한이익상실 (EOD) 발생으로 돼 있다. 해외에서는 보통 1년 단위로 담보 물건의 자산 재평가가 이뤄지는데, LTV가 5% 포인트만 높아져도 곧바로 배당금이 묶이는 상황이 발생한다. 거시 및 미시 경제 상황 변화에 따른 리스크에 거의 무방비적으로 노출된 것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인수한 아마존 유럽물류센터 펀드의 2024년 3월말 운용보고서는 “지속적인 금리인상 영향으로 2023년말 감정평가 결과는 1년전보다 약 11% 하락해 LTV가 67.8%로 높아졌으며 Cash Trap 발동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물류센터 감정가는 11% 하락했으나 펀드의 보유증권 가치는 이보다 훨씬 큰 28% 하락했다. 이 펀드는 또한 원-유로 환율 급등으로 올해 7월10일 환헷지 정산금 378억원을 지급해야 했으나, 펀드 유보금이 부족해 130억원만 먼저 정산하고, 나머지는 대출금 증액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외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일반적으로 대출 금액을 LTV 40~45% 수준에서 정하는데, 한국 투자자들은 이 비율이 과도하게 높다”며 “경기침체, 금리 상승 등의 리스크를 흡수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곧바로 투자 손실로 이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