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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복점에 발목 잡힌 힐튼 호텔 재개발

힐튼 양복점, 문 닫은 호텔에서 나홀로 영업 중 "10년 간 영업 보장" 요구하며 명도 합의 거부 관처 전 계약갱신권 행사 가능해 호텔 철거 늦어질 수도

2024-08-14 08:01:21신치영chiyoungshin@corebeat.co.kr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 입점해 있던 임차인 가운데 힐튼 양복점이 명도를 거부하고 있어 힐튼 호텔 재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이 난감해하고 있다. 힐튼 양복점 대표는 이지스자산운용과의 합의를 거부하며 10년 간 영업 유지를 주장하고 있어 건물 철거가 지연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13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은 2021년 12월 CDL호텔코리아로부터 밀레니엄 힐튼 호텔을 약 1조1000억 원에 매입하면서 임차인 명도를 이지스 측이 책임지기로 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의 힐튼호텔 인수 당시 영업을 하고 있던 10개의 입주 업체 가운데 9개는 이지스 측과 22년 하반기에 명도에 합의해 23년 3월까지 모두 퇴거했다. 하지만 호텔 2층에서 영업중인 힐튼 양복점은 현재까지 명도합의를 거부하고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힐튼 호텔은 22년 12월31일 문을 닫았다.

힐튼 양복점의 인터넷 홈페이지 캡처

힐튼 양복점은 21년 2월 당시 소유주였던 CDL호텔코리아와 상가 임대차 계약을 맺고 영업을 개시했다. 이후 힐튼 양복점은 CDL호텔코리아와 22년 1월과 23년 1월에 두 차례 각각 1년간 계약을 연장했다. 힐튼 양복점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따라 10년간 임대차 계약갱신권을 행사할 수 있다.


힐튼 양복점과의 명도 협의에 나선 이지스자산운용은 7억 원의 합의금을 제안했다가 다시 14억 원으로 증액했지만 양복점 측은 이지스와의 합의를 거부했다.


힐튼 양복점 이덕노 대표는 코어비트와의 통화에서 “법으로 10년간의 운영이 보장된 만큼 양복점 운영을 계속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지스 측이 호텔 문을 닫은 뒤 호텔 간판이 철거되고 냉난방도 되지 않아 영업상의 큰 손실을 보고 있다”며 “이지스는 5성급 호텔의 기준에 맞게 호텔 영업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지스는 지난 5월 1조4400억 원의 담보대출을 만기연장하면서 대주단에게 힐튼 양복점 명도와 관련해 “내년 2월 철거가 개시될 수 있도록 명도합의를 진행하는 한편, 건물인도 조정을 통해 명도를 완료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지스는 “현재 100억 원(명도소송비 포함)의 예산이 확보돼 있다”며 이 예산을 명도합의금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이 대표는 이지스의 신청으로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 6조정부에서 열린 건물인도 조정에서도 “합의금을 원하지 않으며 10년간 영업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이덕노 대표는 이지스에 거액의 보상금을 요구했다는 소문을 부인하며 “지금은 보상금에 대해서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며 “그동안 두 차례 법원에 출석해서도 힐튼호텔에서 양복점을 계속 영업하기를 원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 대표가 이지스에 1500억 원의 보상금을 요구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지스가 힐튼 양복점과 명도 합의에 이르지 못해 2월 철거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막대한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 이지스가 받은 1조4400억 원의 담보대출의 금리는 △트렌치 A(8400억 원) 6.7% △트렌치 B(2500억 원) 8.7% △트렌치 C(1500억 원) 11.0% 등이다. 연간 금융비용만 1200억 원에 육박한다. 매월 100억 원씩 나가는 셈이다. 


물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른 개발 사업은 도정법이 우선 적용돼 임대차보호법이 보장하는 10년 임대차계약갱신권이 효력을 잃는다. 하지만 이는 사업자가 관리처분인가를 받아야 가능하다. 현재 힐튼호텔 재개발 사업은 서울시 정비사업 심의가 통과된 단계다. 이지스는 11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뒤 내년 2월 철거를 진행하면서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이지스는 관리처분인가는 빨라야 내년 하반기에나 받을 수 있다. 힐튼 양복점 명도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수개월 간 철거 작업을 진행하지 못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