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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송스퀘어 딜 무산 배경 '위기의 SK'

리밸런싱 중인 SK그룹 상황이 보통주 투심위 통과 걸림돌된 듯

2024-08-29 08:35:59이현중hj.lee@corebeat.co.kr

SK와 깊은 인연 수송스퀘어

디앤디인베스트먼트(DDI)가 인수를 추진하던 수송스퀘어 딜이 보통주 투자가 무산되면서 최종 결렬됐다. 매도자인 모건스탠리는 엑시트 플랜을 다시 짜야 하는 국면이다. 올 들어 오피스 시장에서 대형 딜들이 우선 협상자를 선정하면서 시장 분위기 호전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유동성 환경에서 캡레이트 4.05%라는 비싼 가격에 수송스퀘어를 인수하기에는 DDI로서는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면서 최근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SK그룹 전반의 경영 여건도 이번 딜 무산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수송스퀘어는 연면적 1만 5261평(지하 6층, 지상 19층)으로 삼성물산이 지난 2002년 시공했고, 삼성계열사인 제일모직이 사옥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지난 2015년 SK디앤디가 당시 삼성생명이 매각한 빌딩을 매수한 후 수평 증축으로 연면적을 기존 4만 4825㎡에서 5만 313㎡로 확장했다. 이때 13년 동안 입주해 있던 제일모직은 강남구 도곡동으로 사무실을 이전했고, 100% 공실을 새롭게 주인이 된 SK 의 관련 기업들로 채웠다. 2017년 입주한 SK계열사는 SK건설, SKT, SK가스 등이다. 모두 시내 주요 빌딩을 임차해 사용해오다 수송스퀘어로 이사해 오면서 100% 공간을 채운 것이다. 현재 임차인은 SK에코플랜트(86.7%), SK가스(4.2%), SK이노베이션(8.9%) 등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SK계열사의 사옥과 비슷하게 이용되고 있다. 외부에서는 SK에코플랜트의 본사 건물로 인식되고 있다.


이번 딜은 현재 주인인 모건스탠리가 이전 주인인 SK디앤디와의 인연을 계기로 SK쪽에 매각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그때가 3월이다. 과거에 팔았던 자산을 되 사오는 모양새였다. 과거에 팔았던 자산을 웃돈을 주고 사는 셈이었다. 모건스탠리가 매각가로 원했던 가격은 평당 3500만원 이상으로 대략적인 딜 밸류는 5500억~6000억 원 수준이었다. 모건스탠리가 인수했을 당시 평당 약 2000만원 중반 정도로 만약 딜이 성사됐으면 적지 않은 차익을 챙기는 셈이었다.

대수술중인 SK그룹...임대차 등 전반적 리밸런싱

문제는 인수처가 SK그룹이라는 대목이다. 현재 SK그룹은 대수술 중이다. SK이노베이션과 E&S가 합병했다. 사업 구조조정을 위한 여러 대안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었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적자 폭이 커지는 등 전반적으로 그룹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노베이션 자회사 SK온을 지원하기 위해 이노베이션의 덩치를 키우는 조치로 해석된다. 


SK그룹 지주사인 SK㈜는 올 상반기에 종속회사를 크게 줄이며, '리밸런싱(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 한해 SK그룹은 불필요한 계열사들의 합병과 매각에 나서면서 재무구조 개선을 경영이 최우선 과제로 설정한 상태다.

 

비상 경영으로 평가될 현재 상황은 SK 계열사들의 임차 현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전언이다. SK그룹 내부적으로 주요 계열사의 현 임차 상황을 체크했으며 경영 현황이 좋지 않은 곳들이나 임차효율이 떨어지는 곳들은 임차공간을 줄이거나 비용 절감 차원에서 대체 임차 공간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송스퀘어가 있는 광화문과 을지로, 종각 일대는 SK그룹 계열사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종로타워SK그린캠퍼스, SK서린빌딩, SK-T타워 등이다. 


수송스퀘어의 대부분을 임차하고 있는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336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단기 차입금은 1분기 말 기준으로 1조6744억 원이며 이 수치는 2021년 말 5963억원에서 크게 늘어난 것이다. 그동안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진행하면서 친환경과 에너지 중심의 회사로 변모했지만 아직 실적 개선을 이루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환경 자회사의 무리한 인수도 재무 건전성 악화에 한 요인으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수송스퀘어를 평당 3500만원, 캡레이트 4.05%에 매수하는 것은 SK에게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수송스퀘어 입주사 모두가 SK계열사라고 하지만 지금 그룹 전반의 자금 사정 개선이 최우선 과제인 상황에서 비싼 가격에 매수할 만한 메리트를 발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750억 원의 보통주 가운데 DDI가 25%를 소폭 웃도는 수준의 금액을 보통주로 투자하겠다는 당초 계획은 그룹 전반의 긴축 경영 기조, 계열사들의 임차공간 재조정 가능성, 계열사 간 합병 및 계열사 축소 등 리밸런싱 앞에서 수포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DDI가 지난 5월 작성한 투자설명서에는 DDI의 보통주 투자에 대한 투자확약서(LOC) 발급 완료와 5월 이사회에서 투자 승인을 예상했지만 현실은 투심위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딜이 무산된 것이다. 


한편 올 연말 SK이노베이션의 임차 만기가 도래한다. 과거 계약한 수준보다 현재 임차료가 높아 임차기간을 연장할지, 다른 대체지로 옮길지 주목된다.  


수송스퀘어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