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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호흡기로 연명하는 이지스 공모펀드

CGV대학로 투자한 펀드 만기 3년 연장

2024-09-12 08:42:54이현중hj.lee@corebeat.co.kr

만기 2027년10월로.. 생명 연장

이지스자산운용이 서울 종로구 'CGV대학로' 건물과 토지에 투자한 공모펀드 '이지스리테일부동산투자신탁299호'(CGV대학로 펀드) 만기를 3년 연장했다. 2019년 설정된 이 펀드의 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 11일 수익자 총회를 열어 펀드 계약 기간을  5년에서 8년으로 변경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2019년 CGV 대학로를 인수한 이 펀드는 이제 2027년 10월까지 생명이 연장됐다. 


CGV대학로 인수는 건물 대금 615억원과 부대 비용(세금과 수수료 포함) 41억원을 합해 656억원이 소요됐다. 이 가운데 펀드 공모 자금은 211억원, 대출금 420억 원이다. 여러 차례 자산 매각이 불발되고 자산 가치는 큰 폭으로 떨어져 일반 투자자의 원금 손실이 40%를 넘는다. 9월 12일 기준가는 523.44원으로 떨어졌다. 설정 때와 비교하면 거의 40%가까이 기준가가 하락했다. 

지난해 실시한 감정평가법인의 자산재평가 금액은 537억 원(2024년 7월 말 기준)이다. 재평가 금액으로 자산이 팔린다는 가정 아래 대출금(416억 원)을 갚은 후 남는 금액은 121억 원. 216억 7000만 원의 공모 자금의 44%(95.7억)이 허공에 사라진 꼴이다. 

책임임차(마스터리스)인 CGV 대학로의 임차 기간은 2027년 6월 27일까지다. 펀드 만기보다 4개월 정도 앞선다. 만약 임차 기간 만료 후 CGV가 연장을 하지 않으면 이 빌딩은 100% 공실이 된다. 이미 여러 차례 매각을 시도했다 실패한 만큼 건물 가치의 추가 하락은 불가피 해 보인다.  

CGV의 경영전략…폐점 늘고 있다

영화관 업종의 상황은 계속 나빠지고 있다. CJ CGV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 5458억 원, 영업이익은 491억 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이후 3년 내내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다가 지난해 몇 편의 흥행작이 터지면서 겨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2020년부터 누적된 적자는 1조원을 넘는다. 올해 상황도 낙관보다는 비관 쪽이 우세하다. 영화 관람료 인상, OTT 성장 등 오프라인 영화관을 찾는 고객의 발길은 뚝 끊겼다. 


점포 폐점도 올 들어 이어지고 있다. CGV원주점, CGV인천논현점이 문을 닫았다. CGV인천논현점의 경우 지난해 직영점으로 전환하고 내부 시설을 교체하는 등 매출 상승을 노렸지만 허사로 돌아가면 결국 문을 닫았다. 임차 계약도 2034년 8월로 아직 10년이나 남아 중도 해지할 경우 임대료나 원상복구 등 비용 부담이 컸지만 수익성 개선이 요원하다는 판단 아래 폐점 결정을 내렸다. CGV의 상영관 폐쇄는 지방 뿐 아니라 서울 핵심 지역에도 있었다. 지난 2022년 서울 목동 CGV 현대백화점이 없어지고 그 자리에 스포츠 매장이 들어섰다. CGV 송파는 유휴 공간을 리뉴얼해 골프 숏게임장을 만들기도 했다. 경쟁사인 메가박스도 올해 6개 지점을 폐점했다. 수원영통점, 경주점, 전주송천점, 강남대로(씨티)점, 파주출판도시지점, 일산점 등이다. 상반기 영업손실 13억원을 기록해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내려진 조치다. 


전체 영화관으로 범위를 넓혀 폐점 상황을 보면 상황은 더 암울하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2010~2019년까지만 해도 영화관 폐업은 연간 20곳을 넘어선 적이 없었는데 지난해에는 27곳에 달했고 올해 들어서는 8월까지 18곳이 문을 닫아 연간 기준으로 지난해 수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대출만기 10월… 이자 지급 가능할까?

이 펀드가 일으킨 대출 416억 원의 만기는 오는 10월 18일이다. 선순위 386억원, 후순위 30억원으로 각각 메트라이프생명과 SBI저축은행이 대주다. 이자율은 선순위가 5.50%(취급 수수료 포함시 6.5%), 후순위는 8.50% 고정 금리다. 연간 기준으로 선순위 이자는 약 25억원, 후순위는 2억5500 만원으로 연간 27억5000만원에 달한다.


이 건물의 연면적은 1559평으로 장부가(656억원) 기준으로 보면 평당 4200만원이다. 2019년 하반기 오피스매매시장 기준으로 여의도 오피스 빌딩이 평당 약 2500만원 정도여서, 매우 비싸게 매입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장부가 기준으로 연간 30억원의 임대는 수익률 5%도 나오지 않아, 선순위 대출 금리에도 미치지 못하는 역마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대주단이 금리를 대폭 올리면서 이자 비용이 증가해, 올해부터 펀드 배당금은 지급되지 않고 있다. 이지스는 투자자 불만을 감안해 운용 보수를 0.2%에서 0.001%로, 판매보수는 0.5%에서 0.001%로 자진 삭감했다. 


이 펀드의 유일한 수익원인 CGV 대학로점의 임대료 지급 방식은 지난 2022년 1월부터 바뀌었다. 당초 고정 임대료였지만 코로나 영향으로 영화관 수입이 곤두박질치며 임대료 일부가 미납되자 매출에 연동되는 수수료 (매출수수료)로 변동됐다. 매출 수수료는 유료 관람객 수에 평균 티켓가격을 곱하고 여기에 수수료율을 다시 곱해 산정한다. 다만 업황이 좋아지더라도 변경 전의 연간 고정임대료를 초과할 수 없다는 조건을 달았다. 공모에 참여한 개인 투자자의 이익을 훼손하는 임대료 인하를 대기업 CJ 직영점에 해준 꼴이다. 


2022년 당시 CGV대학로점의 연간 임대료 수준은 30억 6000만원 수준이다. 이 수준이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고 가정하면 이자를 지급하고 연간으로 약 3억 원 정도가 남는다. 그렇지만 계속 나빠지는 영화관 업황 속에 대학로 상권의 침체도 이어지고 있어 경영환경은 녹록치 않다. 혜화동 대학로보다 훨씬 유동 인구가 많은 강남역에서도 이제 영화관은 퇴물이다. 강남역 일대에서 메가박스가 2곳의 영화관을 운영해왔으나 최근 한 곳을 폐업했다. 유동 인구 전국 1위인 강남역 상황이 이 정도이니 혜화동 대학로의 영화관 상황은 더 좋지 않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그렇다면 올해 연간 임대료가 2022년 수준보다 줄고 그 감소폭이 3억 원보다 크다면 10월 대출 만기 때 이자 지급의 불확실성은 커질 수 있다.  


2019년 이지스가 공모펀드를 조성해 CGV대학로에 투자했을 때는 영화 산업에 이런 불황이 올지 사실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하나의 업종에 쏠린 투자는 '모 아니면 도'식의 위험이 큰 투자다. 이미 일반 공모 투자자의 원금에 손실이 났고 이를 복구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아 보인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층고 등 모든 면에서 범용성이 떨어지는 자산에 임차인도 단일 임차인이어서 위험이 배가된 자산이었다"면서 "그 결과  기관투자자 모집이 어려웠을 것이고, 이 빈 자리를 개인 공모 자금을 모집해 투자하는 것은 투자 윤리 측면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평당 매입 단가가 너무 높고, 대학로 주변 상권을 감안할 때  대체 임차인을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서 "이제는 실제로 이지스가 진정한 자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형국"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