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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 정책 '피벗'...조달 문 활짝 연 '리츠'

유상증자 봇물…예정 물량만 1조 원 훌쩍 넘어서

2024-09-24 08:24:07이현중hj.lee@corebeat.co.kr

금리 인하에 정책 훈풍까지

올 하반기 리츠의 유상증자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로 글로벌 통화정책의 피벗 전환이 이루어지면서 투자매력이 부각되는 흐름이다. 상장 리츠들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10월 이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유증 규모는 1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자본시장 변두리에서 위축됐던 리츠의 활성화를 추진하겠다는 정책 발표도 훈풍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2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오는 10월 이후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는 곳은 한화리츠(4730억), 롯데리츠(1674억), 맥쿼리인프라(4991억), 신한알파리츠(1999억원),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403억원), 이지스레지던스리츠(320억원), ESR켄달스퀘어리츠(764억) 등이다. 삼성FN리츠는 지난 9~10일 진행한 유상증자 구주주 청약을 통해 642억원을 확보하기도 했다. 


맥쿼리, 하남데이터 센터 인수 자금…한화리츠 장교동 사옥 매입 위해


가장 큰 규모인 4991억 원의 유상증자에 나서는 맥쿼리인프라는 유상증자와 신규 차입한도(1487억원)를 통해 총 6445억 원의 투자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모인 자금은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민간 투자사업(2148억 원) ▲하남 데이터센터 매입(4230억 원)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맥쿼리인프라는 지난 7월 30일 이지스자산운용으로부터 하남데이터 센터 지분 100%를 인수했다. 거래대금은 7340억 원으로 부대 비용을 포함해 총 투자금액은 9180억 원에 달한다. 국내 인프라펀드가 데이터센터에 투자한 최초 사례로 꼽힌다. 동부간선도로 지하화사업은 2023년 이후 5년 간 공사 기간을 거쳐 준공 후 민간사업자가 30년 간 사업을 운영하는 민간투자사업이다. 맥쿼리인프라는 약 1조2847억 원의 총 사업비 중 2148억 원을 투자하기로 약정했다.


다음으로 큰 규모인 4730억원 유상증자에 나서는 한화리츠는 모집된 자금으로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 인수를 위해 발행했던 전자단기사채(전단채)를 상환한다. 한화리츠의 장교동 한화빌딩 매입가격은 8천80억원. 평당 가격은 3590만원이다. 한화리츠는 매입자금 마련을 위해 지난달 4216억 원의 부동산 담보대출을 받고 4500억 원의 전단채를 발행했다.


신한알파리츠의 증자 규모는 1999억원으로 씨티스퀘어를 매입한 신한알파서소문 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리츠) 지분투자에 자금 일부가 쓰인다. 신한알파리츠 운용사인 신한리츠운용은 지난 7월 한강에셋자산운용으로부터 씨티스퀘어 인수를 매듭지었다. 인수가는 평당 3750만원, 연면적 환산 시 약 4300억 원 규모다. 매입 당시 신한알파서소문리츠를 만들었고 이 자리츠에 1000억 원 규모의 종류주에 신한알파리츠가 투자한다. GS서초타워를 매입(2023억)한 신한알파서초리츠 지분투자 목적으로 진행한 브릿지론의 상환 자금으로 쓰인다.


롯데리츠는 유상 증자로 1674억을 조달한다.  L7 호텔 매입 자금 용도다. 2021년 이후 약 3년 만에 이뤄지는 유상증자로, 상장한 이후 두 번째로 진행되는 증자 건이다. 롯데리츠는 그간 리테일에 편중됐던 포트폴리오를 오피스와 호텔 등으로 확대를 꿰하고 있다. 롯데리츠는 지난 5월 강남DF타워(옛 A+에셋타워)를 보유하고 있는 코람코더원강남1호리츠 우선주에  약 70억원을 투입해 지분 3.5%를 확보했고, L7 호텔 강남타워를 3300억 원에 매입했다. 


ESR켄달스퀘어리츠는 이천시 마장면에 위치한 로지포트 이천의 매입자금 용도로 764억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선다. ESR켄달스퀘어리츠는 DWS자산운용이 내놓은 로지포트 매각 딜에서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올해 ESR켄달스퀘어리츠의 첫 자산 편입이다. 인수 가격은 700억원대 중후반 정도다.  코람코인프라리츠는 DF타워 우선주 투자 자금으로 쓸 403억 원을 이번 유상증자로 조달한다.  코람코인프라리츠는 지난 6월 코람코더원강남1호리츠가 보유하고 있는 DF타워 우선주 약 395억 원을 매입했다.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담보 대출 상환에 사용할 목적으로 320억 원의 유상증자를 한다. 유상증자 이후 담보인정비율(LTV)은 기존 60.3%에서 57.7%로 2.6%포인트(p) 하락할 전망이다.  


힘겨운 시기 끝…. 금리 하락기에 성장전략으로 선회 관측

리츠는 지난 2년 간 금리 급등 속에 힘겨운 시기를 보냈다. 예상을 뛰어넘는 미국 통화당국의 긴축 강도는 국내 리츠에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일부 리츠는 배당컷을 할 수밖에 없었고 주주들의 불만도 쏟아졌다. 자산의 밸류에이션 하락도 이어졌다.

 

그러나 이제 금리 하락기를 맞아 성장으로 전략의 방향을 선회하는 곳이 하나 둘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금리 하락기로 레버리지 추구가 가능해짐에 따라 과감히 프라임급 자산 편입에 나서는 곳들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근거다. 그간 고금리로 재원 조달이 어려울 뿐 아니라 적정한 배당수익률을 창출하기 어려웠다. 이런 여건은 중소 규모의 자산, 높은 일드의 자산 위주로 방어적 전략에 치중하게 만들었다. 우선주 위주로 투자가 몰린 것도 고금리의 여파다. 이제 대출금리 하락으로 과감한 편입 전략으로의 선회가 전망된다. 그 결과 프라임급이면서 상징성 있는 대형 자산을 편입해 리츠의 정체성을 살리는 곳들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유상증자 규모 1조원 대는 증자를 추진하는 리츠의 시가총액의 약 30% 정도로 추정되는데 적은 물량은 아니지만 너무 우려할 정도도 아니다”라면서 “그렇지만 지금이 리츠의 외형 확장의 적합한 시점인지, 여러 시각이 존재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시중금리 동향과 부동산 경기 등 다양한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체크해야 한다"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