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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스, 1.2조 대출 투자한 캐나다 개발 프로젝트 법정관리

2023년 10월, 현지 시행사가 대출금 상환 불이행 한국 기관의 해외 단일 투자로는 역대 최대, but 원금 회수 불투명 하나대체운용도 550억원 후순위 대출해줘 손실 불가피

2024-11-01 07:59:50김두영doyoung.kim@corebeat.co.kr

이지스자산운용이 2019년 국내 기관의 해외 부동산 투자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1조2000억원을 대출해준 캐나다 고급 주상복합 개발 사업이 법정관리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 개발 시행사가 준공 기한을 지키지 못하고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해 2023년 10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것이다.


개발 프로젝트의 총 대출금은 1조6600억원인데, 이지스는 이 가운데 74%를 사모신탁을 통해 단독 대출해줬다가 크게 물린 것이다. 하나대체투자운용도 550억원 후순위 대출자여서 원금 손실 가능성이 매우 높다. 2019년은 국내 기관들의 ‘해외 부동산 묻지 마 투자’가 절정에 이른 시기로, 5년이 지난 2024년 엄청난 후폭풍을 맞은 것이다.


The One 프로젝트, 캐나다 토론토 중심부에 85층 최고급 주상복합 개발 예정

캐나다 현지 시행사인 미즈라이 개발 그룹(Mizrahi Development Group)은 2014년 온타리오 주(州) 토론토 시(市) 1 Bloor Street에 개발 프로젝트를 위한 토지를 3억 달러(캐나다 달러, CAD 1=약 1000원)에 매입했다. 시행사는 이곳에 1~4층 리테일, 5층과 7~16층 하얏트 호텔(175실), 17~84층 주거용 콘도(416 세대) 등으로 구성된 85층(높이 306 m) 주상복합 건물 ‘The One’을 지을 계획이었다. 완공은 2022년말, 총 비용은 14억 달러(약 1조4000억원)로 추정됐다. 


하지만 사업을 둘러싸고 시행사와 공동 투자자의 갈등이 빚어지고,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공사 기간이 계속 지연됐다. 이에 1층 대형 리테일 공간을 임차했던 애플(Apple)이 2020년 매장 철수를 결정하면서 사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미즈라이 개발은 2022년말 완공 기한 약정을 지키지 못했다. 


이지스, 사모신탁 조성해 단독으로 1조2000억원 선순위 담보 대출...하나대체투자도 550억원 투자

온타리오 주 대법원은 2023년 10월 이지스자산운용이 현지 수탁사인 KEB하나은행을 통해 제출한 법정관리(Court Receivership) 신청서를 승인했다. 법정관리인으로는 2008년 리만 브라더스 파산 신청과 청산 과정을 맡았던 미국계 구조조정 전문 기업 알바레즈 앤 마샬(A&M. Alvarez & Marshal)이 선임됐다.

법정관리 신청서에 따르면, 이지스는 2019년 글로벌사모부동산신탁 301호, 434호를 조성해 개발 프로젝트에 선순위 담보대출 (Senior Secured Loan)로 12억3500만 달러(약 1조2350억원)를 빌려줬다. 만기는 3년이고, 추가로 1년 연장이 가능했다. 이 금액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019년 4월 프랑스 아문디 자산운용과 함께 인수한 마중가 타워(Tour Majunga) 투자금 1조87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지스는 2023년 8월, 9월에 대출 만기가 돌아오자 원리금 전액 상환을 요구했으나, 시행사가 갚지 못해 법정관리에 들어간 것이다.


후순위 대출자는 영국 생명보험사인 아비바(Aviva) 캐나다 법인 1억3000만 달러, 하나대체투자운용의 글로벌 사모부동산신탁 137호 5500만 달러, CERIECO(중국 국영 은행) 1억8200만 달러다.


이지스는 법정관리 신청서에서 “당초 계획과 달리 2023년 10월 기준 40층까지만 지어졌고, 외부 컨설팅 결과 총 비용은 20억 달러, 완공은 2025년 3월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외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캐나다 현지 금융회사가 아닌, 한국 운용사가 태평양 건너 토론토에서 진행되는 대형 개발 프로젝트에 1조원 넘게 혼자서 대출해준 사례는 찾아볼 수가 없다”며 “2019년 해외 부동산 열풍을 타고 묻지 마 투자가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