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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코어, ‘불닭면' 삼양식품 매입한 용산 부지에 제대로 ‘알박기’

시행사 소유 국.공유지 8평을 공매에 넘기지 않고 단독 매입 사업부지 정중앙에 위치해 시티코어 부지 없으면 개발 불가능 삼양, 에스크컴퍼니 소유 옆 부지만 1000억원에 인수

2024-11-19 08:57:32김두영doyoung.kim@corebeat.co.kr

‘불닭면 신화'로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삼양식품이 부동산 개발사(디벨로퍼)의 이른바 ‘알박기’에 제대로 걸렸다. 사옥 건축을 위해 서울 용산에서 500평 규모의 토지를 공매와 매매를 통해 샀는데, 개발사가 사업 부지의 한 가운데 위치한 작은 국.공유지를 매입한 것이다.


삼양식품은 인근 부지를 모두 매입했으나, 이 땅을 추가로 매입하지 않으면 개발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개발사는 용산 프로젝트 투자자로 참여했으며, 사업 추진 과정에서 얻게 된 정보를 이용했다는 논란과 함께 투명성과 도덕성 이슈가 제기되고 있다.


한강로2가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 인근 개발 사업 좌초

시행사 HD홀딩스는 2021년 11월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41, 42 일대 개발을 위해 코너스톤에이치디PFV를 설립했다. 시행사는 초기에 지하 6층~지상 20층, 107실 규모로 3.3㎡당 1.1억~1.2억원의 고급 오피스텔을 기획했다. 


토지 매입은 2021년 12월부터 이뤄졌고, 2023년말 기준 브릿지 대출 규모는 약 1365억원이다. 이 사업은 인허가 과정에서 지하 7층~지상 17층 규모의 업무 복합시설(오피스)로 변경됐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2023년 10월 대출 만기 연장에 실패해 사업 부지는 공매로 넘어갔다. 이때 대주단이 담보로 잡은 토지가 달라서 공매 부지는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2가 42 외 7필지, 한강로2가 41로 쪼개졌다.


삼양식품과 에스크컴퍼니, 공매로 토지 인수

토지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2024년 3월 공매에서 삼양식품은 한강로2가 41 일대 453.5㎡(약 137평)를 265억원에 인수했다. 대구의 화장품 관련 기업인 ㈜에스크컴퍼니는 나머지 42외 7필지를 인수했으며, 인수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2023년 에스크컴퍼니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라온제나제일차(주) 등 PFV가 발행한 4개 유동화 증권을 인수하는 형식으로 돈을 빌려주며 1384억원의 담보를 설정했다. 토지 담보는 통상 대출금의 130%라는 감안할 때, 회사의 대여금은 1090억으로 추정된다. 


삼양식품은 11월초 에스크컴퍼니가 공매로 인수한 토지 1,209㎡(약 366평)을 1035억원 (평당 2.82억원)에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에스크컴퍼니는 거의 공매로 인수한 가격에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시티코어의 절묘한 ‘알박기’....삼양식품은 눈뜨고 당했다

한강로2가 일대 부지 공매 시점은 2024년 3월인데, 문제는 38-2의 26.4㎡(약 8평)는 빼고 진행됐다는 점이다. 토지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 땅은 기획재정부가 소유한 국공유지인데, 코너스톤에이치디PFV는 2023년 7월 8억9300만원에 인수했다. 그리고, ㈜삼평은 2024년 5월 코너스톤에이치디PFV와 38-2 토지 예약 매매를 진행하고, 소유권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 가등기를 설정했다. 


㈜삼평 주소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5길 29 태화빌딩 9층 901호이며, 사내 이사는 이모 씨다. 이곳은 시티코어 주소지이며, 이모 씨는 시티코어 임원이다. 일반적으로 시행사가 보유한 부지가 공매로 넘어가면 모두 매각하는데, 시티코어가 인수한 땅만 제외된 것이다. 


부동산 개발 업계 관계자는 “시티코어의 행태는 전형적인 ‘알박기’에 해당된다”며 “에스크컴퍼니는 공매 이후 38-2의 존재를 알고, 손해를 감수하며 삼양식품에 토지를 팔았으며, 삼양식품은 이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코너스톤에이치디PFV는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이 설정한 '119호 사모부동산신탁'이 53%(우선주 포함)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시티코어는 이 펀드에 투자한 수익자다.


한편, 시티코어는 올해 코람코자산운용과 함께 국민연금 투자금으로 서울 광화문 더익스체인지서울(TES. 옛 코오롱빌딩)을 인수했으며, 중구 서소문 제11·12지구에서 연면적 13만7211m²(약 4만1507평) 규모의 대형 오피스 재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