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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신탁, 터질게 터졌다...책준형 신탁 부실, 계열사 적자에 몸살
영업용 순자본비율 125%, 기준치 150% 밑돌아 경영개선 권고 예정 책준형 신탁계정대 2800억원, 자산운용사/캐피탈 영업 적자 전환 외부 투자 유치 및 경영권 매각 병행, but 시간 걸릴 듯
국내 6위 부동산신탁회사로 자산운용사 2곳과 캐피탈을 보유한 무궁화신탁의 재무상태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감독 당국의 건전성 기준을 밑돌아, 조만간 경영개선 권고 조치가 내려갈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은 또한 계열 자산운용사를 둘러싼 무궁화신탁그룹의 기업지배구조가 불투명하다고 지적하며,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한바 있다.
회사측은 외부 투자자 유치에 나서는 것과 동시에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나,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잠재 손실 규모가 드러나지 않아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낮은 상태다.
무궁화신탁, 책준형 신탁 부실에 발목 잡혀...금감원, 경영개선 권고 예정
무궁화신탁 2024년 1-9월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연결 영업이익은 54억원으로, 규모는 줄었지만 2023년에 이어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하지만 건설사가 책임준공을 마치지 못하면 신탁사가 관련 채무를 떠안는 책임준공 확약형 토지신탁(이하 책준형 신탁)에 발목이 잡혔다.
2024년 9월말 기준 책준형 신탁은 총 35건, 보증한도액 1조1063억원 (대출 잔액 9370억원)에 이른다. 시공사의 자금부족으로 무궁화신탁이 먼저 건설 사업장에 자금을 투입한 신탁계정대는 2808억원에 이른다. 책준형 신탁계정대는 후순위 담보대출로 분류되기 때문에, 채권 변제순위가 뒤로 밀린다.
이에 따라, 신탁사의 재무건전성 지표인 영업용 순자본비율(NCR. Net Capital Ratio)은 2023년말 388%에서 2024년 9월말 125%로 떨어졌다. NCR은 위험가중자산을 영업용 순자본(자기자본에서 고정자산을 뺀 금액)으로 나눈 것인데, 위험도가 높은 책준형 신탁 규모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영업 현금흐름도 좋지 않아, 9월말 기준 현금 (현금성 자산, 예치금 포함)은 109억원인데,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은 1497억원에 이른다.
금융감독원은 무궁화신탁의 NCR이 기준치인 150%를 밑돌아, 적기시정 조치 1단계인 경영개선 ‘권고’ 조치를 내릴 예정이다. 이 비율이 100% 밑으로 내려가면 3단계 조치인 경영개선 ‘명령’을 받게 돼, 자산 매각을 비롯한 강제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가야 한다.
자산운용사 지배구조 불투명성 지적받아...경영권 매각 추진중, 결과는 지켜봐야
무궁화신탁은 현대자산운용과 케이리츠투자운용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자산운용은 직접 보유하고 있는데, 케이리츠투자운용은 무궁화신탁이 최대 출자자인 사모펀드를 통해 지배하고 있다.
명백한 법규 위반은 아니지만, 지배구조의 불투명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금감원은 2023년 정기검사에서 이 부분의 개선을 요구했다. 무궁화신탁은 이에 케이리츠투자운용의 외부 투자자를 유치해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방법으로 경영권 매각을 시도했으나, 아직까지 성과는 없다.
현대자산운용은 2023년 87억원, 2024년 1-3분기 30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케이리츠투자운용은 2023년 55억원 영업이익을 냈으나, 2024년 1-3분기는 41억원 적자를 냈다. 한편, 계열사인 무궁화캐피탈 2023년 영업이익은 3억원이었으나, 2024년 상반기 128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오창석 무궁화신탁 회장은 계열사 대부분이 영업적자에 시달리고 있어, 케이리츠투자운용 뿐만 아니라 회사 전체를 매각하기 위해 자신이 보유한 무궁화신탁 지분 51%를 시장에 매물로 내놓았다.
국내 인수합병(M&A) 업계 관계자는 “무궁화신탁 대주주 지분이 매물로 나와 있는데, 부동산 경기 악화에 따른 추가 잠재 손실 규모를 가늠하기 어려워, 투자자들이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며 “지배구조 투명성 이슈가 불거진 기업이어서 기업 매각에 앞서 정밀 실사가 필요한 어려운 물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