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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 자기자본비율 강화로 주목받는 증권업계 기관전용 PEF
영세한 시행사·자산운용사 부동산 개발사업 어려워질 듯 대신 증권사 기관전용 PEF이 부동산 시행 주도할 전망 NH·메리츠·미래에셋·KB 등 증권업계 앞다퉈 조성
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자기자본 비율을 20%까지 높이기로 하면서 증권업계의 기관전용 사모펀드(PEF)가 주목받고 있다.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자금력이 딸리는 시행사와 자산운용사들의 자리를 증권사들이 대체하는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14일 자기자본 비율이 낮은 부동산 PF 사업장에 대출해주는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자본금과 대손충당금을 더 많이 쌓도록 하는 방법 등을 통해 현재 3~5%에 불과한 PF 사업의 자기자본비율을 선진국 수준인 20% 이상으로 높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은행, 보험사, 증권사가 PF 대출을 해줄 때 자본금과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데 자기자본비율이 20% 미만인 PF 사업장에 대한 대출에 대해서는 현행보다 높은 위험가중치와 대손충당금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금융회사의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지고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으로 이익이 줄어든다. 금융회사들은 자기자본비율이 낮은 사업장에 대해 대출을 기피하게 된다.
금융당국은 또 상호금융, 캐피털, 새마을금고는 저축은행과 마찬가지로 자기자본비율이 일정 수준 미만인 PF 사업장 대출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사들은 시행사들이 3억 원의 자본금을 가지고 고금리 대출에 기대 100억 원 규모의 부동산 개발 사업을 벌이다 보니 부동산 PF 위기가 고질적으로 반복되면서 금융시장의 건전성까지 해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부동산 투자업계는 이 같은 부동산PF 제도 개선방안이 앞으로 부동산 개발 사업의 판도를 뒤흔들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자금력이 떨어지는 영세한 시행사와 자산운용사가 도태되고 대신 자금 모집 능력을 가진 금융회사들이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측면에서 증권사들의 기관 전용 사모펀드(PEF) 조성 움직임이 부동산 투자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21년 4월 라임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도입된 기관 전용 PEF는 경영참여 목적의 투자는 물론이고 파생상품, 메자닌증권, 금전대여, 부동산 등으로 운용할 수 있는 펀드다. 이에 따라 기관 전용 사모펀드 라이선스가 있는 증권사는 이 펀드를 통해 부동산 자산운용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증권사들은 정부의 부동산 PF 개선안을 계기로 부동산 개발 사업이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다고 보고 기관 전용 PEF 조성을 서두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2월 증권업계 최초로 기관전용 PEF를 설립하고 2000억 원 규모로 운용을 시작했다. 딜 소싱부터 금융조달, 운용, 매각까지 전 과정을 운용한다. 농협금융그룹이 전체 출자금액의 60% 이상을 출자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5월 3000억 원 규모의 ‘스페셜시츄에이션 1호 펀드’ 조성에 나서 기관 자금 2000억 원, 메리츠화재 등 메리츠금융그룹으로부터 1000억 원의 출자를 받았다.
미래에셋증권은 연내 1800억 원 규모의 기관전용 PEF를 조성해 내년부터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PF 사업장 에쿼티 투자, 부실채권 투자 등 에쿼티 투자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KB증권도 1000억 원 중반대 규모의 기관전용 PEF 조성을 진행하고 있다.
부동산 투자업계에서는 미래에셋금융그룹이 시행사인 시티코어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회사로 고용해 포시즌스호텔을 개발한 것처럼 증권사들이 기관전용 PEF로 조성한 자금을 앞세워 시행사에게 인허가를 맡기는 방식으로 부동산 자산운용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PF 사업의 자기자본비율 기준을 높이면서 앞으로는 자본력을 가진 회사가 부동산 개발의 주도권을 잡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며 “증권사가 부동산 자산운용사에게 운용을 맡기고, 시행사에 PM을 맡기면서 부동산 자산운용업을 확장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자리잡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