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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증권, PF 모집 위해 세운 3-2·3구역 선매입 '승부수'
A동은 시공사 지급보장에 대주단 우선매수권 보장 B동은 선매입 약정하고 후순위 총액인수 NH증권에 성공신화 안겨준 여의도 파크원과 유사한 금융구조…'파크원 시즌2' 될까
선매입에 대주단 우선매수권까지 보장
치밀한 부동산 금융기법으로 2조1000억 원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를 유치해 여의도 파크원을 완성했던 NH투자증권이 똑같은 방식으로 세운 재정비촉진지구 3-2·3구역에 뛰어들어 눈길을 끌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세운 3-2·3구역에 지어지는 오피스 2개 동 중 한 개동을 선매입하기로 약정하고 본 PF 주관사를 맡아 9500억 원의 PF 모집을 책임지기로 했다.
NH투자증권은 여의도 파크원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수수료 수입으로 1000억 원의 이익을 낸 바 있다.
9일 상업부동산 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세운 3-2·3구역의 본PF 주관사를 맡아 1조7500억 원 규모의 대출을 모집하고 있다.
디블록그룹(옛 한호건설)이 시행하는 세운 3-2·3구역에는 지하 9층~지상 36층 총 연면적 17만909m²(약 5만1700평) 규모의 오피스 2개 동이 들어설 예정이다. 지난 7월 브릿지론의 일부 대주단이 사업시행계획 인가 지연을 이유로 브릿지론 만기연장을 거부해 기한이익상실(EOD)에 처하기도 했다. 그러다 서울시가 8월 3-2구역과 3-3구역의 통합개발을 인허가하면서 가까스로 브릿지론이 만기연장됐다.
NH투자증권은 A동과 B동을 나눠 A동은 총 8000억 원의 PF를 선순위 6400억 원, 중순위 1100억 원, 후순위 500억 원의 규모로 모집하고 있다.
원활한 PF 유치를 위해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가 후순위 500억 원에 대해 지급보증을 서도록 했고 대주단에게 준공 후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우선매수권을 주기로 했다. 선순위일수록 인수 가격이 낮아지는 구조다.
B동의 경우 NH투자증권은 디블록그룹과 선매입 약정을 맺었다. 오피스 개발 프로젝트는 선매입 약정이 체결돼 있어 엑시트가 보장돼야 PF 대주단 모집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NH투자증권은 선매입 약정을 토대로 9500억 원의 PF를 모집하고 있으며 후순위 1500억 원은 총액인수하기로 했다.
부동산 투자업계는 NH투자증권이 이번 거래를 통해 1000억 원 이상의 수입을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B동 선매입을 하면서 디블록으로부터 수백억 원의 매각자문 수수료를 수취했을 것으로 추산되며, PF 모집이 완료되면 수백억 원의 PF주관 수수료를 받게 된다. 또 매각이 완료된 후에는 후순위 대출 이자를 받는다.
세운 3-2·3구역, '파크원 시즌2' 될까
이 같은 구조는 NH투자증권이 주관사를 맡았던 여의도 파크원과 유사하다. 파크원은 토지 소유주인 통일교 재단과 시행사의 지상권 소송으로 10년간 공사가 전면 중단되고 종교적인 문제까지 얽히면서 미래에셋, 하나금융, KB국민은행 등이 뛰어들었다가 포기한 사업장이었다.
그러다 2016년 NH투자증권이 PF 주관사를 맡아 치밀한 금융구조로 2조10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해 프로젝트 완공까지 이끌어냈다.
파크원은 오피스 2개 동과 백화점 및 호텔로 이뤄져 있다. 오피스 빌딩인 타워1은 시공사인 포스코건설과 책임임차계약을 체결해 3년 간 임대료를 보장하도록 해 신용도를 보강함으로써 1조4000억 원의 PF를 조달하는데 성공했다.
오피스 빌딩 타워2는 NH투자증권이 완공 후 인수한다는 선매입 약정을 맺어 7000억 원의 PF를 별도로 조달했다.
백화점에 유치한 현대백화점이 매년 최소 임대로 300억 원을 최장 20년간 지급하기로 계약한 것도 PF 대주단 유치에 도움이 됐다.
당시 여의도의 오피스 공실이 20%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같은 금융 구조가 아니었다면 PF 조달은 어려웠을 것이다. 결국 NH투자증권은 파크원 프로젝트를 통해 수수료 수익으로만 1000억 원을 벌어들였다.
NH투자증권은 타워2 준공 후 2020년 11월 매각 입찰을 통해 3.3m²당 1936만 원 수준인 1조 원에 매입해 현재 2~18층을 사옥으로 쓰고 있다. 당시 여의도 오피스 빌딩의 평균 거래가격 2200만 원에 비하면 좋은 조건이라고 볼 수 있다.
부동산 투자업계 관계자는 “존재감이 없던 NH투자증권은 파크원을 통해 부동산 금융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며 “세운 3-2·3구역을 ‘파크원 시즌2’로 삼으려는 NH투자증권의 의도가 엿보인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