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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유동성 부족 확인된 SFC 입찰
대표적 트로피에셋, 흥행 저조 투자자들 욕심낼만한 자산이지만 유동성 부족으로 포기한 듯 연기금·공제회, 유동성 공급 주춤…국민연금에 대한 시장 의존도 갈수록 커질 듯
서울파이낸스센터(SFC) 입찰의 저조한 흥행으로 유동성이 말라가는 상업부동산 시장 상황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금융회사들이 신규 투자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다 연기금·공제회들이 회원 대출 등 자금 수요에 대비해 시장에 ‘뉴 머니’를 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일 이뤄진 서울의 대표적인 트로피에셋인 SFC에 대한 입찰에는 외국계 1곳과 국내 2곳 등 3곳이 참여하는데 그쳤다. 벤탈그린오크(BGO)가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과 함께 참여했고, 코람코자산신탁과 코람코자산운용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입찰 가격도 3.3m²당 3500만~3600만 원 수준으로 매도자 측인 싱가포르투자청(GIC)이 희망하는 4000만 원 이상과는 괴리가 있었다.
부동산 투자업계 관계자는 “SFC는 한국 코어 부동산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라면 욕심을 내기에 충분한 자산”이라며 “입찰 참가자가 적었던 것은 그만큼 시장에 유동성이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오피스 시장에는 매물이 쌓이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후에도 딜 클로징이 지연되거나 매입을 포기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서소문에 위치한 정안빌딩의 경우 이든자산운용이 지난 7월 잠재 인수자들에게 투자 안내문까지 배포했다가 9월에 흥행 저조를 우려해 매각을 철회했고, 2027년 준공예정인 을지파이낸스센터는 선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나 미래에셋자산운용, 이지스자산운용, 삼성SRA자산운용 등이 잇따라 매입을 포기했다.
대신증권은 을지로 사옥인 ‘대신343’을 매각하려다 원매자와의 가격 협상이 번번히 결렬되자 자회사인 대신자산신탁의 리츠로 운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케펠자산운용도 T타워의 매각을 추진하다 보류했다.
개발 프로젝트의 경우에도 한화가 진행하고 있는 서울역 북부역세권 복합개발 사업 등 자금 회수가 확실한 사업에만 돈이 몰리고 있다.
시장의 유동성이 부족한 이유 중 하나는 자금줄 역할을 해온 연기금이나 공제회의 투자 재원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청약저축 가입자의 예금과 국민주택채권 발행으로 조성되는 주택도시기금의 경우 여유자금을 주식, 채권, 대체 시장 등에 투자해왔는데, 청약 통장 가입자와 국민주택채권 발행이 계속 줄면서 기금의 여유자금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2021년 45조410억 원이었던 여유자금은 올 2분기 15조8000억 원까지 줄었다.
부동산 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부동산 대출이 줄어들면 공제회의 회원 대출이 늘어난다”며 “공제회들이 회원 대출 등 새로운 자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현금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금 수입이 끊이지 않아 유동성이 마르지 않는 국민연금에 대한 시장의 의존도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본다"며 "이번 SFC 입찰에도 국민연금이 여러 운용사와 참여 여부를 논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