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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부동산 투자 시동 건 '국민연금'

국민연금, 공동투자 펀드 형태의 국내 부동산 위탁운용사 선정 작업 3개 운용사에 7500억원 배정... 레버리지 감안한 투자 여력 3조 7500억원 희망과 우려.. 저가 매입 기회 될 지, 쌓인 매물 exit 창구될 지

2024-12-18 08:46:43이현중hj.lee@corebeat.co.kr

그동안 국내 부동산 투자에 소극적이던 국민연금이 단독으로 7500억 원을 배정하며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다. 위탁 운용사들이 매칭 형식으로 공동 투자자를 유치하면, 최대 3조 7500억 원의 투자가 가능해진다. 서울파이낸스센터(SFC)를 3개 살 수 있는 막대한 투자 규모로 , 국내 부동산 시장의 유동성 부족을 감안하면 파급력이 클 전망이다.


서울 오피스 시장은 공급 과잉 우려와 유동성 부족으로 인해 가격 조정이 조금씩 현실화 되고 있어,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신규 투자 움직임이 향후 좋은 자산을 싸게 매입할 기회가 될 지 희망의 목소리가 높다. 반면, 이제야 가격 조정 사례가 조금씩 나오고 있고, 서울파이낸스센터 매각 철회처럼 매도자의 눈높이가 낮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쌓인 매물의 엑시트(exit)창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연금, 7500억 원 출자

국민연금은 오는 12월 20일까지 국내 코어 플랫폼(Core-Platform)펀드 운용을 위한 위탁 운용사 선정 제안서를 마감한다. 형태는 운용사가 다른 투자자를 모아 국민연금 출자금과 함께 투자하는 '공동 펀드(Joint Fund)'다. 

국민연금 출자 규모는 최대 7500억 원으로 3개 사 이내의 운용사를 선정한다. 펀드 별로 2500억 원 내에서 운용사가 배정 금액을 자율적으로 제안할 수 있고, 외부 투자 자금 유치를 합해 최대 규모는 5000억 원이다. 따라서 펀드 규모는 최대 1조 5000억 원이 될 수 있다.

왜 지금일까?

국민연금은 펀드 별 차입 한도를 건별 LTV 65%이내, 전체 60%를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 레버리지(leverage)를 최대로 활용하면 이번 펀드의 자산 매입 규모는 최대 3조 7500억 원으로 늘어난다. 


2024년 3분기까지 서울 오피스시장 총 거래 규모(약 15조 5000억 원)의 25%에 가까운 큰 규모다. 최근 매각에 나섰다가 철회한 서울파이낸스센터(SFC)의 예상 거래 규모가 약 1조3000억~1조4000억원을 고려하면 이 빌딩을 3개나 살 수 있다. 


규모 뿐만 아니라 유동성 부족으로 거래 성사가 어려워 시장에 쌓인 매물을 감안하면 최대 3조 7500억 원에 달하는 유동성이 미치는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유동성 부족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대규모 투자가 좋은 자산을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희망의 목소리가 높다. 


다만, 현실적인 어려움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연금 가이드라인을 충족하는 공동펀드 형태(Joint Venture)의 투자자 모집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오피스 비중을 줄이고 데이터센터나 물류센터 등 다른 분야로 투자처를 확대하고 있는 외국계 투자자들의 공동 출자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현실적 어려움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시장에 쌓인 매물이 많다 보니 국민연금의 이번 투자가 매물 소화 창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거래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는 운용사들이 매입 여력이 있는 국민연금 펀드로 대거 몰려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운용사들이 투자를 집행할 때 이런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