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velopment • 정책

정부, 디벨로퍼도 건설회사처럼 매년 순위 매긴다

건설사 시공능력평가제 같은 시행능력평가제 도입 추진 국토부, 21일 전자 입찰 통해 관련 연구 용역 사업자 선정 올 3분기에 연구 결과…하반기에 관련 법 개정안 발의

2025-01-20 08:46:42김두영doyoung.kim@corebeat.co.kr

정부가 부동산개발 사업자(디벨로퍼)의 업무 능력을 평가한 뒤 그 결과를 매년 공시하는 ‘시행 능력 평가제도’를 도입한다. 건설회사의 시공 경험과 경영 상태 등을 종합 평가해 공시하는 ‘시공 능력 평가제도’와 유사한 방식이다.


검증된 정보 제공을 통해 역량을 갖춘 디벨로퍼를 육성함으로써 최근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부동산 PF 산업구조의 선진화를 유도하겠다는 취지이다. 분양 수익만 노리고 부동산 개발업에 뛰어드는 영세 디벨로퍼들을 걸러내겠다는 뜻이어서 관련 업계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우수한 역량 갖춘 디벨로퍼 육성 위한 제도 기반

2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에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을 통해 ‘부동산 PF 제도 선진화를 위한 부동산 개발업 제도 개선 방안 연구’ 용역을 위한 긴급입찰을 진행한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부동산 PF 제도 개선 방안’(이하 ‘PF 개선 방안’)의 후속 조치이다. 우수한 역량을 갖춘 디벨로퍼를 중심으로 부동산 개발사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인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이다.


입찰 제안요청서에 따르면 연구과제는 모두 4가지. 우선 시행 실적 확인이다. 비주택 개발사업의 시행 역량을 판단할 수 있는 기초자료가 될 시행 실적을 공식 검증하고 증명서를 발급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시행 능력 평가제도 도입이다. 이번 연구용역의 핵심 사업으로, 검증된 시행 실적을 바탕으로 전문성을 갖춘 평가 기관을 통해 디벨로퍼의 시행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뒤 공시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건설업체의 업력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인정받는 시공능력평가를 디벨로퍼에도 적용하겠다는 뜻이다.

1961년 도입된 시공능력평가는 정부가 국내에서 활동 중인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공사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금액(시공능력평가액)으로 환산해서 매년 7월 말 공시하는 제도이다. 이를 위해 ①최근 3년 간의 공사 실적의 연 평균액 ②경영 및 재무 상태 ③기술 능력 ④신인도 등을 종합 평가한다. 정부나 공공기관 등은 시공능력평가액을 도로 공항 등 SOC(사회간접자본) 건설사업이나 신도시 개발사업 등에서 시공사 선정 기준으로 활용한다.


세 번째는 부동산개발 전문인력의 학력-경력-참여사업-교육실적 등에 대한 종합 관리체계를 구축 운영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이다. 마지막은 우수 디벨로퍼 지원 및 육성 방안 수립이다.


연구용역은 계약체결일로부터 6개월(180일)간 진행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올 3분기(7~9월) 중에는 연구 용역 결과가 나온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올 하반기 중 ‘부동산개발업법’ 개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치고 빠지기식 영세 디벨로퍼 걸러내기 수단

정부가 시행 능력 평가제 도입을 추진하려는 배경에는 최근 건설업계의 자금난 등 사회 문제로 대두된 부동산 PF 부실화에 영세 디벨로퍼들이 큰 몫을 차지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부동산개발업법에 따른 국내 디벨로퍼는 현재 2400개. 이 가운데 연 매출 100억 원 이하의 영세 사업자가 95%로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이들은 5% 이내 자기자본으로 토지 대입부터 고금리 대출(브릿지론)을 받아 진행한다. 대출기관은 영세 사업자 리스크를 보완하기 위해 사업성을 평가하기보다는 건설사나 신탁사 보증에 100% 의존한다. 이들은 또 분양 수익을 기대하고 치고 빠지기 식으로 단기적인 경영 전략만 고집한다. 이러한 구조적인 약점들은 부동산 경기 위축이나 사업 여건 악화 등과 같은 환경 변화에 구조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


반면 미국 일본 네덜란드 등 주요 선진국은 디벨로퍼가 금융사나 연기금과 같은 지분투자자를 유치하면서 30~40% 자기자본으로 토지를 매입하고 건설단계에서 PF 대출을 받는다. 또 단순 분양 수익 뿐만 아니라 운영 및 임대 수익도 갖춰 수익 구조가 안정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 미쓰이 부동산이다. 이 회사는 총자산만 79조 원(2023년 기준)에 달하는 데, 수익 구조가 분양(36%)과 임대(31%) 매니지먼트(20%) 등으로 고르게 나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