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시장동향

외국계 기업 진출 러시에 임대주택용 오피스텔 가격 급등

CPPIB, M&G,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큰손 진출 이어져 서울 신촌 홍대 일대 중심으로 매물 확보 경쟁 과열 우려

2025-04-16 08:38:00황재성js.hwang@corebeat.co.kr

“370억 원이던 물건이 430억 원으로 뛰었습니다.”


외국계 회사와 손잡고 임대주택사업을 진행 중인 국내 부동산 서비스업체 관계자는 “외국계 투자기업들의 대규모 참전으로 서울시내에 위치한 수익성 있고 우량한 임대 물건의 경우 매도자 우위 시장으로 급변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그는 이어 “현재 수준이라면 우리가 기대한 수익률을 올리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포기하기로 했다”며 “당분간 서울에서는 이런 현상이 계속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국내 임대주택시장에 국내외 투자자들이 경쟁적으로 진출하거나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 신촌과 홍대 등을 중심으로 대상 물건 가격이 크게 오르는 등 과열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CPPIB 등 국내회사와 수천 억 합작사 등 설립해 진출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싱가포르투자청(GIC), 하인즈 등 ‘글로벌 큰손’과 이지스자산운용 등 국내 자산운용사, KT SK 등 대기업 등이 잇따라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에 참여를 선언했다.


CPPIB는 올해 1월 국내 부동산 개발 및 운영 전문업체 ‘맹그로브(MGRV)’와 5000억 원 규모의 합작 투자법인을 설립하고 임대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두 회사는 지난 3월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있는 의류업체 ‘세미어패럴’ 사옥을 인수해 임대주택으로 개조할 계획도 세웠다.


영국 푸르덴셜생명 계열의 부동산 투자 회사 ‘M&G 리얼에스테이트’는 올 상반기 중 진출을 목표로 아시아 주거펀드를 조성하고 서울에서 후보지를 물색 중이다.


미국계 부동산 개발회사인 하인즈는 지난해 하반기에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에서 106실 규모의 오피스텔을 매입한 뒤 국내 임대주택시장에 뛰어들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지난해 7월 국내 자산운용사 그래티자산운용과 부동산개발회사 SK디앤디의 부동산 운영 자회사인 디앤디프라퍼티솔루션(DDPS) 등과 손잡고 임대주택 사업에 나섰다. 


이밖에 영국계 자산운용사 ICG는 부동산 운영사 ‘홈즈컴퍼니’와 3000억 원 규모의 부동산펀드를 조성하고 지난해부터 서울 강남구와 금천구 등지에서 임대주택 사업을 시작했다. 또 글로벌 사모펀드 KKR은 지난해 홍콩계 주거서비스 업체 ‘위브리빙’과 공동으로 국내시장에 진출했다.


“잠재적 투자자 중심으로 임대시장 활발해질 것”

세빌스코리아에 따르면 이들의 참여 형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전문 운영업체와 협업하여 물건을 매입하거나 건설(리모델링 포함)한 뒤 운영하는 직접 투자형과 리츠 지분 매입 등을 통한 간접 투자형이다.


직접투자형은 다시 투자 대상의 용도에 따라 주거시설형과 숙박시설형으로 세분화할 수 있다.

 

주거시설형은 원룸형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주거용 오피스텔, 임대형 기숙사 등 주거시설로 분류된 자산을 매입하거나 개발(리모델링)하여 운영하는 방식이다. 


숙박시설형은 관광호텔 등을 매입하여 단/장기 숙박 서비스를 제공한다. 관광 또는 단기 숙박 위주의 내국인과 관광 및 장기 체류형 외국인 등 주 타깃 수요층이다.


간접 투자형은 공공지원 임대주택 리츠의 지분에 투자하거나 건설사가 출자한 지분을 담보로 하는 유동화 채권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지난 2024년 9월 롯데건설이 출자한 3개 사업장(엘티 제1,2,3호 뉴스테이)의 지분을 캡스턴자산운용이 매입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세빌스코리아는 “이미 국내 임대주택 투자를 진행 중인 기업들 이외에도 국내 주거시장 진입을 계획 중인 곳이 여럿이다”며 “이런 잠재적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국내 임대주택시장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쓸만한 물건이라면 여지없이 가격이 치솟고 있어 이런 전망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부동산 임대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국계 자본의 대규모 유입으로 서울에서 리모델링이 용이한 오피스텔이나 옛 사무실 건물 등을 중심으로 임대주택 매물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과당 경쟁은 결국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민간 기업임대시장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