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e-series • 서울 오피스 공급 과잉 이슈

(오피스 공급폭탄 시리즈 4)

오피스 개발 사업에 적극 나서는 자산운용사와 건설사들 이지스-마스턴-미래에셋, 공격적 사업 시행 오피스 개발 사업에 지분 늘리는 현대건설, 삼성물산

2024-08-07 07:40:50신치영chiyoungshin@corebeat.co.kr

부동산 자산운용사, 부지매입부터 인허가까지

서울시의 고밀도 개발 정책으로 오피스 빌딩 개발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면서 부동산 펀드 운용에 주력하던 자산운용사와 건설사들이 부지 매입부터 인허가까지 오피스 빌딩을 개발하는 시행에 직접 뛰어들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시행사들이 부지 매입과 인허가를 마친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에 투자해 투자 이익을 펀드 투자자들에게 돌려주고 펀드 운용 수익을 얻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프로젝트 시행에 나서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자금난에 처한 시행사로부터 부동산 개발 사업을 인수해 인허가 작업을 마무리하거나 아예 부지나 낡은 빌딩을 매입해 인허가와 건물 준공까지 마친 뒤 매각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한다.


최근 부동산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부동산 자산운용업계 1위인 이지스자산운용이다. 운용자산규모(AUM)가 65조 원이 넘는 이지스자산운용은 서울 전역에서 여러 개의 개발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서울역 앞 양동지구에서는 힐튼호텔과 메트로타워/서울로타워 통합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2029년까지 연면적 총 14만 평에 이르는 3개 동의 업무시설과 숙박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가 5조 원을 넘는 프로젝트다. 이지스는 또 세운5-1·3지구에서는 연면적 4만 평에 이르는 업무시설 및 근린생활시설을 2029년까지 공급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오피스 시행에서 영역 확장하는 마스턴, 미래에셋

부동산 개발에 강점을 가진 마스턴투자운용은 낡은 건물을 매입해 오피스 빌딩을 새로 지은 뒤 매각하는 밸류애드 방식의 부동산 시행을 적극 추진해왔다.


마스턴은 지난해말 역삼동 홍은빌딩을 재개발한 신축 오피스 빌딩 ‘센터포인트 강남’을 국내 패션기업인 F&F에 3436억 원에 매각했다. 지하 6층~지상 14층, 연면적 약 8100평 규모다. 마스턴은 지난 2020년 역삼동 824-22에 위치한 홍은빌딩을 600억 원에 매입한 바 있다. 


센터포인트는 마스턴투자운용이 만든 오피스 빌딩 브랜드다. 마스턴은 앞서 2021년 신도림 테크노마트를 재개발한 센터포인트 웨스트를 KB자산운용에 4000억 원에 매각했고, 2019년엔 남부터미널역 인근 센터포인트 서초(옛 국제전자센터)를 케이리츠앤파트너스에 1300억 원에 매각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최근 부동산 개발 사업에 적극적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게임업체인 크래프톤과 컨소시엄을 이뤄 서울 성수동에서 총 사업비 3조원, 연면적 7만평 규모의 ‘성수 K-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하 8층~지상 17층 규모의 빌딩이 2028년 완공되면 크래프톤이 본사 사옥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2022년 1월 이마트로부터 해당 부동산을 인수했다.


미래에셋은 이와 함께 판교에서는 사업비 2조 원 규모의 판교 641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성남시 삼평동 641번지 일원에 연면적 11만평, 지하 8층~지상 14층 규모의 빌딩을 짓는 사업이다. 미래에셋은 2027년 9월 건물이 완공되면 IT분야의 우량 혁신기업과 스타트업들이 입주해 기술적, 인적 교류를 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미래에셋은 2021년 총 사업비 1.8조 원을 들여 판교 알파돔시티를 완공한 바 있다. 연면적 11만평에 이르는 판교 알파돔시티는 네이버, 카카오 등 간판급 IT 기업들이 입주해 판교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오피스 개발 이익 추구하는 건설사들

공사비 상승과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주거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사들은 오피스 빌딩 건설 분야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다. 건설사들은 단순 시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행 PF에 지분을 투자해 수익을 공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건설사는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은 이지스자산운용이 힐튼호텔 재개발을 위해 설립한 시행사의 자본금 2800억 원 가운데 2100억 원을 투자했다. 현대건설은 이 사업을 위해 2000억 원의 연대보증도 제공했다. 현대건설은 또 코람코자산운용, 한국투자증권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위례신도시 복정역세권 복합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예상 사업비가 10조원 규모에 이르는 대형 프로젝트다.


힐튼호텔과 통합 개발하는 메트로타워와 서울로타워 재개발의 시행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이 설립한 와이디816 PFV에는 삼성물산이 800억 원의 지분투자를 했다. 자본금 2463억 원의 30%가 넘는 최대투자 규모다.


세운5-1·3지구의 경우 이지스자산운용과 GS건설이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092㎡에 지하 8층~지상 37층에 연면적 4만 평에 이르는 업무시설 및 근린생활시설을 2029년에 공급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GS건설은 지난해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로부터 세운5구역의 시공권과 함께 지분 16.2%를 인수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재건축 재개발 사업의 수익률은 한자리 수를 넘기기 힘든 데다 최근 조합과의 공사비 갈등으로 사업환경이 더욱 어려워졌다”며 “사무용 빌딩 프로젝트는 15% 안팎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어 건설사로서는 적극 공략해야 하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