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e-series • 서울 오피스 공급 과잉 이슈

(오피스 공급폭탄 시리즈 5)

오피스 빌딩 투자자, 임차인 확보 여부 관심 가져야 임차인 확보 없이 20만평 오피스 공급하는 마곡 준공 전에 키 테넌트 확보한 수표구역

2024-08-08 07:44:09신치영chiyoungshin@corebeat.co.kr

새로운 오피스 빌딩, 임차인 유치 경쟁 치열할 듯

2029년까지 서울 도심, 강남, 여의도 등 전통적인 업무지구 뿐만 아니라 마곡, 성수, 복정 등 세컨더리 마켓 등 서울 전역에서 200만 평에 이르는 오피스 공급이 예정돼 있어 대규모 공실과 임차 기업 유치경쟁에 따른 수익성 하락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오피스 개발 프로젝트가 대부분 임차인을 확보하지 않은 채 진행되고 있어 준공 후 투자금 회수가 지연될 수 있어 투자기관들이 유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오피스 개발 프로젝트 가운데 임차인이 확보된 프로젝트는 삼성 금융계열사들이 입주하는 서소문빌딩 재개발, JB금융지주 계열사들이 입주하게 될 서소문 동화빌딩 재개발, 게임 개발사 크래프톤이 입주하는 성수동 이마트 부지 개발 프로젝트 등에 불과하다. 사무공간을 임차하는 기업은 제한돼 있는데 새로운 오피스 빌딩이 한꺼번에 무더기로 공급되니 공실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80만평의 오피스 공급이 예정된 2029년에는 대규모 공실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임차인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오피스 빌딩을 세우는 스펙 개발은 한국 부동산 개발업자들의 독특한 개발방식이다. 통상 해외에서는 임차인의 50%를 채워야 공사를 시작하는데 한국은 일단 짓고 나서 임차인을 구하기 시작한다. 4년 간의 건축 기간에도 임차인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해 준공 시점에 이르러 임대율은 10~20%에 불과하다.

텅 빈 마곡 오피스 빌딩, 임차인 채우는데 10년 걸릴 듯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마곡이다. 올 3분기중 마곡에서는 총 20만 평의 오피스가 한꺼번에 공급된다. CP1 르웨스트 5만9000평, CP3 케이스퀘어 4만8000평, CP4 9만3000평 등이다.


3개 구역이 한꺼번에 공급되는 만큼 각 구역의 개발 주체 간에 임차인을 구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CP1의 시행주체는 롯데건설 컨소시엄이고, CP3는 코람코자산신탁이 2021년 리츠로 선매입했다. CP4는 이지스자산운용이 사업을 주도하고 있고, 국민연금인 2021년 2조3000억 원에 준공조건부로 매입했다.


마곡은 기존 임대시장이 갖춰져 있지 않은 새로운 업무지구이기 때문에 임차 기업을 구하기 위해서는 렌트프리 등 임차 유치 마케팅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대시장이 갖춰져 있는 여의도에서 국제금융센터(IFC)가 임차인을 채우는데 7, 8년 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마곡은 최소 10년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매입 계약을 맺은 CP4의 경우 임차기업을 한 곳도 구하지 못해 비상이 걸렸다”며 “렌트프리(임대료 면제), 핏아웃(공사기간 동안 임대료 면제), TI(Tenant Improvement·인테리어 공사 비용 지원) 등을 적극적으로 제공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곡의 공실이 장기화될 우려가 큰 이유는 여의도 IFC 3개에 육박하는 초대형 규모의 오피스를 한꺼번에 공급하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부지를 제공하고 미국 AIG 부동산개발이 시행한 여의도 IFC의 경우 임대율을 높이기 위해 3개 오피스동을 순차적으로 준공했다. IFC는 원(one), 투(two), 쓰리(three) 등 3개 건물로 구성돼 있고, 총 연면적은 9만9700평이다. 연면적 기준으로 쓰리 IFC가 4만9000평으로가장 크고 이어 원 IFC가 2만7000평, 투 IFC가 2만3000평이다.

원 IFC는 2011년 10월 완공해 준공과 동시에 입주를 시작했고, 투 IFC와 쓰리 IFC는 2012년 8월 준공해 그 해 11월 임차인 입주가 개시됐다. 이때 원 IFC는 이미 임대율이 100%에 육박한 상태였다. 이렇게 원IFC 임차기업을 채우고 나서 입주를 시작했는데도 쓰리 IFC는 몇 년 동안 건물을 채우지 못했다. 2015년 상반기 한국IBM이 입주할 때까지 쓰리 IFC는 거의 공실로 남아 있었다.


 상업부동산 업계 전문가들은 향후 오피스 빌딩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투자에 앞서 키 테넌트(핵심 임차인) 확보가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수표구역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부동산 디벨로퍼 이도가 연면적 5만4000평, 33층 규모의 오피스 빌딩을 짓는 수표구역은 이미 게임업체 컴투스를 임차인으로 확보했다. 컴투스를 임차기업으로 확보한 수표구역은 영국 자산운용사 에버딘이 평당 3100만 원에 선매입을 결정, 최근 이도와 계약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