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e-series • 해외 부동산 투자 부실화

(해외 부동산 투자 부실 시리즈 3)

과도한 초기 수수료, 펀드 관리 부실 초래 매입/매각 보수는 거래대금 1% 이상, 펀드 판매수수료 2% 지급 국내 & 현지 운용사에 모두 지급하는 이중 수수료 구조 펀드 운용 보수는 매우 낮아 자산 관리 업무는 소홀해져 외국은 매입/매각 보수 낮고, 운용 보수 높게 책정해 자산 관리에 무게

2024-08-13 08:01:03김두영doyoung.kim@corebeat.co.kr

국내외 부동산 펀드 투자자는 보이지 않게 수수료를 많이 지급한다. 투자 운용 보수 뿐만 아니라, 초기에 은행과 증권사 등 판매 회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도 만만치 않다. 현실적으로 전국적인 점포 네트워크와 고객들을 확보한 은행, 증권사 창구를 통해 판매하기 때문이다.


주식, 채권 형 펀드는 운용사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액티브 펀드는 약 1%, 인덱스(INDEX) 등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는 0.1~0.2%에 불과하지만, 해외 부동산 투자 펀드는 수수료 비율이 훨씬 높다. 투자 부동산 매입과, 운용 및 관리, 매각 등 전 과정에 걸쳐 수수료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운용사의 해외 부동산 펀드는 부동산 매입 및 매각 시점에 수수료가 대폭 지급되고 운용 보수는 매우 적은 편이다. 이에 따라, 운용사들은 정작 중요한 펀드 관리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투자 초기에 몰려 있는 수수료, 운용 보수는 매우 낮다

한투리얼에셋운용이 2019년 벨기에 TDO 빌딩을 인수할 당시 총 매입 비용은 2032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빌딩 매입대금은 1898억원, 매입 부대 비용이 약 135억원으로 총 매입 비용의 6.6%에 이른다. 




이 가운데 한투리얼에셋운용은 매입 금액의 1.1%(20.9억원), 벨기에 현지 운용사인 IKO Real Estate 1.2%(22.8억원)를 매입 보수로 받았다. 펀드 설정 금액 기준으로는 두 회사 합해서 4.98%가 초기에 지급됐다. 한국투자증권, 국민은행, 우리은행에는 판매 수수료 2%가 선지급됐다. 즉 설정 초기에 펀드금액의 약 7%가 수수료 형식으로 지급된다. 

매각 보수는 차익이 발생할 경우 한투리얼에셋이 매각 금액의 0.2%, IKO는 차익이 발생하지 않아도 매각 금액의 0.3%를 받도록 돼 있다. 반면 운용 보수는 펀드 설정 금액의 연간 0.01%에 불과하다. 이 펀드는 빌딩 매각에 실패하면서 지난 5월 수익자 총회에서 만기가 5년 연장됐으며, 6월에는 선순위 대출금을 갚지 못해 기한이익 상실(EOD) 사유가 발생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의 독일 트리아논 빌딩도 비슷한 구조다. 


담보대출 5070억원과 펀드 투자자 3724억원 등 총 8890억원에 인수했는데, 매입 부대비용이 382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이지스자산운용이 매입가의 0.3%(28.7억원), 현지 운용사인 Colony Capital이 0.5%(43.6억원)를 매입 보수로 받았다. 쿠쉬맨 웨이크필드 (Cushman & Wakefield)은 중개 수수료로 0.7%(61억원)를 받았다.

매각 보수의 경우 이지스는 매각 차익의 15%, 현지 운용사는 매각가치의 0.125% 및 매각차익의 1%로 설정돼 있다. 이지스의 운용보수는 펀드 설정 당시 0.332%로 높은 편이었으나, 이후 배당금 축소로 투자자들의 불만이 폭주하자 2021년 12월부터 운용 보수를 3차례에 걸쳐 낮추면서 현재는 연간 0.0001%으로 사실상 무료다. 

하나대체투자운용은 미국 나사(NASA) 본사 빌딩 인수를 위해 지분 투자 1814억원, 담보대출 2596억원 등 총 4410억원을 조달했다. 하나대체는 매입금액의 약 1%(펀드 설정금액의 2.28%)인 42억원을 보수로 받았다. 또한 매입자문 수수료로 25억원을 지불했으며 삼성증권, 하나은행, 한국투자증권에 선취 판매 수수료 2%가 지급됐다. 매각보수는 부동산 매각 금액의 0.5%를 지급하도록 돼 있다. 반면 운용 보수는 연간 0.01%에 불과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17년 6월 총 3368억원을 조달해 애틀란스 오피스(Park Center 1)를 인수했으며, 매입 보수는 46억(매입금액의 1.3%)원에 달한다. 운용 보수는 연간 0.375%로 다른 운용사에 비해 비교적 높은 편이다. 매각 보수는 매각 대금의 1%로 설정됐다. 미래에셋증권은 선취 판매 수수료 2%를 받았다.


운용 보수가 아닌 매입/매각 보수에 치중하는 기형적 구조

외국 투자자들은 한국 운용사의 수수료 구조를 ‘바벨’(Barbel)이라고 부른다. 역기처럼 양끝의 매입, 매각 시점에 많은 수수료를 부과하고, 중간의 펀드 운용 보수는 매우 작기 때문이다. 운용사 입장에서는 국내 펀드 조성, 해외 현지 대출을 통해 자산을 매입하는 시점에 수십 억원의 수수료를 지급받고, 운용 수수료는 낮게 유지하다가 매각 시점에 다시 매각 대금의 0.5~1%를 수수료로 받는 구조다. 이지스자산운용은 훨씬 공격적으로 매각 대금이 아닌 매각차익의 15%를 보수로 제시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운용사들은 매입, 매각에 집중하고 펀드 운용은 사실상 방치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운용 기간에 반드시 필요한 임차인 및 건물 관리, 금융 리스크 점검과 사전적 대응 등은 업무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운용사 임직원의 보너스도 당연히 매입, 매각 보수 시점에 연동되기 때문에, 운용 담당 직원들은 적극적으로 관리할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펀드의 운용역이 자주 바뀌어 펀드 및 부동산 자산의 과거 히스토리를 상세히 아는 직원이 없는 경우도 발생한다. 


외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형적인 수수료를 바꾸기 위해서는 외국처럼 매입 보수를 연도 별로 나눠서 지급하고, 운용 실적과 연계해야 한다”며 “운용역이 자주 바뀌는 현상은 펀드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갉아먹기 때문에, 운용사도 직원 인센티브를 분할 지급해 펀드 투자자와 운용사, 운용역의 이해관계를 일치시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