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e-series • 해외 부동산 투자 부실화

(해외 부동산 투자 부실 시리즈 4)

미래에셋, 홍콩 골딘파이낸셜 글로벌센터 투자 대거 손실 사례 빌딩 가치보다는 그룹 회장 연대 보증 믿고 2800억원 중순위 투자 골딘파이낸셜 파산으로 미래에셋 투자자는 손실률 90% 이상 펀드 상품 판매한 우리은행, 미래에셋 대상 구상권 청구 검토 2020년 7월 대출 부실 발생했으나 2023년에야 투자자에게 알려

2024-08-14 08:02:39김두영doyoung.kim@corebeat.co.kr

20237미래에셋그룹 계열사인 멀티에셋자산운용이 홍콩 골딘 파이낸셜 글로벌센터(GFGC. Goldin Financial Global Center) 대출 펀드의 90%를 상각 처리했다는 뉴스가 전해지면서 투자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일반적으로 부동산 투자는 실물 자산에 근거하기 때문에, 원금을 거의 다 날릴 수 있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그 이면에는 투자의 기본인 실사(Due Diligence)를 소홀히 했던 점이 뚜렷하게 보인다. 멀티에셋은 2024년 4월 미래에셋자산운용에 흡수 합병되면 사라졌다

골딘파이낸셜 홀딩스 회장 연대 보증이 투자 보호 장치인가



시계추를 약 5년전으로 돌려보자. 2019년초 홍콩 부동산 개발 상장기업인 골딘 파이낸셜 홀딩스(Goldin Financial Holdings Limited)는 회장인 판 수통(Pan Sutong)과 자산 맞교환을 통해 유입된 현금으로 GFGC 빌딩 관련 대출금을 일부 갚고, 재무구조도 일부 개선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거래가 지연되면서 급하게 메자닌(중순위) 대출이 필요했다.


선순위 대출은 싱가포르투자청(GIC)이 미화 5200만 달러, 도이체방크 34600만 달러 등 약 1조원을  제공하는 상황에서 메자닌 투자자를 모집한 것이다. 메자닌은 미래에셋증권 3억 달러, 도이체방크 13300만달러를 투자하는 계획이었으나, 미래에셋은 최종적으로 약 28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자닌 조건은 만기 최초 1, 금리 8.5%로 담보인정비율(LTV) 60% 수준이었다.

 

20193월 당시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투자자에게 발송한 IM(Investment Memorandum)에서, 주요 채권 보전 방안으로 골딘 파이낸셜 홀딩스 및 판 수통 회장의 대출금 100% 지급보증을 제시했다. 미래에셋은 “2018년말 기준 골딘 파이낸셜 홀딩스의 자산은 약 7조원, 자본은 약 27000억원이다. 판 수통 회장은 포브스 선정 글로벌 부자 순위 334위이며 개인 자산은 약 62000억원으로 보증 이행 능력이 충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투자자 모집 당시 빌딩 임차율은 65.3%였고 추가 임차인 모집으로 201910월 이후에는 100%가 될 것으로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홍콩 현지 투자자는 이 빌딩은 한번도 임차율이 100%가 된 적이 없고, 도심 중심지인 홍콩 아일랜드가 아니라 구룡 반도에 위치해 있어 입지 측면의 매력도가 낮다현재 입주율도 60%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홍콩 오피스, 코로나 이전부터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

상황을 종합해보면, 빌딩의 입지와 임차인, 임대료, 현금흐름 등 본질적 가치보다는 연대 보증인의 재력에 더 의존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 사스(SARS) 사태가 터지고, 중국의 통제 시스템이 점차 강화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홍콩을 빠르게 떠났고, 아시아 태평양 본사를 싱가포르로 옮기기 시작했다.


이미 외국인 투자자 이탈 현상이 심화된 상황에서 2019년 홍콩에서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발생했기 때문에, 홍콩 아일랜드가 아닌 구룡(Kowloon) 반도에 위치한 대형 빌딩 임대율이 100%가 될 것으로 예상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따라서 2020년초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에 이미 홍콩 오피스 시장은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던 것이다

펀드 투자 부실 뒤늦게 공개…투명성 이슈 제기

다른 이슈는 투명성이다. 골딘 파이낸셜 그룹은 20207월 선순위 대출금 69억 홍콩 달러(1.1조원)를 갚지 못해 도이체방크가 GBGC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했다고 공시했다. 대출 집행 이후 1년도 안돼서 연체가 발생한 것이다. 202010월에는 34억 홍콩 달러 (5800억원) 메자닌 대출자도 법원에 빌딩 매각 요청서를 접수했다.


이후 채권단과 골딘 그룹의 법적 공방이 벌어졌고, 채권단은 20225월 새빌스(Savills)를 매각 자문사로 선정하며 원금회수 작업에 착수했다. 우여곡절 끝에,
20231PAG (Pacific Alliance Group)와 메이플 트리(Maple Tree)50:50 합작 법인을 설립해 이 빌딩을 미화 71500만달러에 인수했다. 선순위 대출자인 GIC, 도이체방크도 약 18% 원금 손실을 본 것이다.

 

미래에셋은 2020년부터 시작된 부실 우려 상황을 투자자에게 공개하지 않았고, 빌딩이 강제 매각된 지 한참이 지난 20237월에서야 펀드 손실을 공개했다메자닌 투자자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골딘 파이낸셜 홀딩스와 판 수통 회장에게 대출금을 회수해야 하는데, 골딘 파이낸셜 홀딩스는 이미 20224월부터 홍콩 증시에서 주식 매매가 정지됐다홍콩 법원은 20238월 회사에 대한 청산 결정을 내려서 미래에셋은 투자금 회수가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손실율이 100%인 셈이다


메자닌 대출상품의 개인 투자액은 약 1640억 원인데, 우리은행 PB센터를 통해 약 765억원이 펀드 형태로 판매됐다. 우리은행은 고객들에게 투자 원금의 40%~80%를 먼저 보상하고, 이후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상대로 구상권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은행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앞으로 치열한 소송전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