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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비 2.4조원 부산 다대 마린시티 좌초 위기

브릿지론 대주단, 만기 연장 않고 경/공매 절차 착수 금융권은 사업성 부족 판단, 본 PF 전환 어려워져 경/공매 들어가면 중/후순위 채권자는 원금 손실 불가피

2024-08-27 08:27:09김두영doyoung.kim@corebeat.co.kr

총 사업비 2조4000억원 (예상 매출액 기준 3조4000억원) 규모의 부산 다대 마린 시티 개발 프로젝트가 좌초 위기에 내몰렸다. 브릿지 대출 대주단은 더 이상의 만기연장은 어렵고, 본 PF 전환도 힘들 것으로 판단해, 경/공매 절차에 들어갔다. 부산은 제조업 경기 위축으로 인구 감소를 겪고 있기 때문에, 현재 부동산 경기 상황을 볼 때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주단은 이미 경/공매 절차에 착수했기 때문에, 정부의 획기적인 지원대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시행사가 자력으로 회생 조치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새마을금고는 선순위로 2000억원을 빌려줘서, 회수 여부가 새마을금고의 재무 건전성 회복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HSD, 옛 한진중공업 매입 부지에서 시작

다대 마린 시티 프로젝트는 부산 사하구 다대동 370-11 옛 한진중공업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한진중공업은 경영난을 겪으며 채권단 관리 상태로 들어갔고, 2017년 다대 공장이 철거된 이후 해당 부지는 방치돼 왔다. 2021년 3월 시행사인 HSD가 부지를 인수하면서, 세 번째 공공 기여 형태의 개발이 추진돼 왔다. HSD는 부지 매입을 위해 새마을금고 2000억원을 비롯해 총 3300억원의 브릿지 대출을 받았다.


2021년 9월 박형준 부산 시장은 다대포 일대를 서부산권 관광 거점으로 조성하는 이른바 ‘다대 뉴 드림 플랜’을 발표했다. 하지만, 부산시와의 공공 기여 협상이 늦어지고, 해당 부지에서 납과 아연 등 중금속이 검출돼 인허가 절차가 지연됐다.


HSD는 2023년 3월 연체 이자를 갚지 못해 기한이익 상실(EOD) 위기를 맞았으나, 간신히 시공사인 제일건설의 도움을 받아 400억원을 마련하며 기사 회생해, 대출 만기가 2024년 4월로 1년 연장됐다. 이 기간 중 공공 기여 협상이 마무리되고, 부산시의 주택건설 인허가 절차도 모두 마무리됐다. 그러나, 본 PF 전환을 위한 대주단 모집과 시공사 확보가 지연되면서 다시 이자가 연체됐고, 브릿지 대주단은 지난 6월에 만기 연장이 어렵다고 HSD에 통보했다.


경/공매 진행하면 중/후순위 채권자 손실 불가피

부산시 인허가 절차가 마무리됐지만, 본 PF 모집이 어려운 이유는 금융권에서 사업성이 낮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다대 마린 시티는 부산의 끝자락으로 다소 낙후된 지역에 위치해 있어 아파트 등의 분양율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부산은 해운대 주변을 중심으로 고급 주거지역이 형성돼 있다.


최근에는 아파트 브랜드가 분양 성공의 중요한 잣대이기 때문에, 삼성, 현대, GS, 포스코, 대우, DL 등 1군 건설사 유치가 관건이다. HSD도 1군 건설사와 양해각서(MOU) 체결을 추진하고 있으나, 대형 건설사들은 아직 답을 주지 않고 있다. 기존 시공사인 제일건설과 어떻게 공사를 나눌지에 대한 논의도 쉽지 않은 대목이다.


앞으로 공매 절차가 진행되면, 새마을금고를 제외한 중/후순 채권자의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업 규모가 크고, 사업장 위치와 수익성을 감안할 때, 잠재 매수인이 쉽게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매가 장기화되면 계속 유찰되거나, 낙찰 가격이 감정가의 50~60%까지 떨어질 수 있다. 선순위 채권자인 새마을금고는 잠재적 손실에 대비해 이미 대손충당금 440억원을 적립했다. 

 

이 프로젝트는 총 사업비에서 토지 매입 비용은 약 10%이며, 공사비가 50%를 넘는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수도권은 토지 비용이 거의 40%에 육박하지만, 지방 사업장은 공사비가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다. 만약 다음 사업자가 경/공매로 인수해 토지 매입 비용을 줄여도, 사업장 위치와 무관하게 동일하게 발생하는 공사비와 금융 비용을 줄이지 못하면,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