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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다대 마린 시티, PF 개발 구조적 취약성 드러내

시행사/시공사 합한 출자금 110억원 불과 시공사는 우선주로 시행 이익의 상당 금액 배당 확보 새마을금고는 토지담보대출 형태로 2000억원 대출 부산시는 지역 경제 활성화 위해 용도 변경 허가

2024-08-28 07:53:32김두영doyoung.kim@corebeat.co.kr

부산 다대 마린시티 개발 프로젝트는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불리는 부동산PF의 구조적 취약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시행사는 총 사업비의 1%도 안되는 자본을 투자하고, 새마을금고를 비롯한 2금융권의 대규모 브릿지 대출을 받아 토지를 매입했다.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용도 변경(준공업지역을 준주거와 일반상업지역으로) 인허가를 추진해 지구단위계획은 승인을 받았지만, 최종적으로 사업성을 인정받지 못해 본 PF 전환이 좌절됐다.


정부는 부동산 PF의 이러한 근원적 문제점을 인지하고, 시행사가 총 사업비의 20%까지 자기자본을 확충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행정 지도를 통해 강력하게 유도하고 있다. 


시행사의 취약한 자본구조

한국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의 가장 큰 취약점은 시행사의 자본력이 너무 약하다는 것이다. 다대 마린시티는 아파트와 주상 복합, 호텔, 상가 등을 개발하는 등 총 사업비 2조4000억원, 예상 매출액 기준 3조4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개발 프로젝트다. 개발 시행사인 HSD는 2021년 설립됐는데, 자본금은 총 9억2000만원에 불과하다.


2023년 HSD 감사보고서를 보면, 주주 구성은 하정모 대표 50%, 하 대표의 아들과 딸 각각 25%다. 하 대표는 2002년부터 골프장 개발 전문회사인 ㈜서전이앤디 등 여러 기업의 대표이사 및 회장을 지내면서 거제도 및 연천군 골프장 인허가 및 설계 용역을 맡아 진행했다. 아파트와 호텔, 대형 상가 등 복합 개발은 관련 경험이 전혀 없다.


HSD는 시공사로 아파트 ‘풍경채’ 브랜드로 알려진 제일건설과 손을 잡았고, 제일건설은 2021년HSD에 100억원을 후순위 (Tranche E)로 빌려주고 400억원의 지급보증을 섰다. 대신, 제일건설은 HSD 우선주 1주(액면가 5000원)를 보유하고 있는데, 누적적으로 시행 이익의 상당 금액을 우선 배당 받는 조건이다. 즉, 100억원을 빌려주는 대신 개발 이익의 상당 금액을 먼저 가져가고 남는 이익금을 HSD 보통주 주주가 갖는 구조다. 제일건설 대여금은 채권 변제순위가 가장 늦기 때문에, 사실상 출자금에 해당된다. 

 

새마을금고 중심으로 토지 매입 대금 3300억원 대출

HSD는 2021년 3월 사업장인 옛 한진중공업 부지 178,757 m2 (약 5만4000평)을 매입하기 위해 브릿지 대출 3300억원을 받았다. 당시 대출금은 새마을금고 2,000억원을 비롯해 OK캐피탈 340억원, 한국캐피탈 100억원 등이다.


당시 새마을금고는 브릿지 대출을 ‘토지 담보 대출’로 간주해 집행했다. 개발사업의 사업성을 심도 있게 검토해서 사업성에 기반한 대출을 하는 PF(Project Financing)로 분류하지 않고, 담보인정비율의 요건만 충족하면 간소하게 대출할 수 있는 절차를 택한 것이다. 감정평가법인 평가액이 3,019억원이어서, LTV(담보인정비율) 66%로 요건을 충족해서, 별도의 내부 사업성 검토를 거치지 않았다.



부산시는 시행사의 자금력과 경험 보다는 지역 경제 활성화가 우선

부산시는 2023년 10월 다대 마린 시티 지역을 준공업지역(100%)에서 준주거지역(84.9%)과 일반상업지역(15.1%)으로 변경해 아파트와 오피스텔, 해양관광 호텔 등이 조성되도록 허가했다. 시행사의 자금력과 개발 경험 보다는, 낙후된 다대 지구 재개발을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취지에서 상당한 혜택을 준 것이다. 


부산시 인구는 2020년 344만명에서 2024년 323만명으로 줄었는데, 다대 마린 시티가 위치한 사하구는 31만명에서 29만명으로 감소폭이 약간 더 크다. 부산시는 대신, 시행사와의 사전협상을 통해 공공 기여 1628억원을 얻어냈다. 하지만 자금력 부족으로 프로젝트 자체가 좌초되면 이런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