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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호황인데... 마스터리스가 걸림돌(?)

달아오른 호텔 투자 시장의 미운 오리 '마스터리스'

2024-08-30 07:45:21이현중hj.lee@corebeat.co.kr

북적이는 외국인...호텔 경기 '쾌청'

지난 상반기 여의도 콘래드 서울호텔이 ARA자산운용에 매각되면서 올해 호텔 매매에서 최대 딜 규모를 기록했다. 여전히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고 있고 부족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유동성도 나아질 조짐이 없지만 콘랜드호텔 매각 성사라는 이슈 앞에서 호텔 투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런 현상의 배경엔 엔데믹 이후 개선된 호텔 업황이 자리 잡고 있다. 세빌스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국내를 찾아온 외국인 수는 1103만 명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의 63% 수준까지 회복됐다. 최근 K-culture 붐으로 방한하는 해외 관광객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미국인 방한 관광객 수는 108만 6000명으로 이미 2019년 수준을 뛰어넘었다. 올 들어서 중국인 관광객까지 가세하면서 서울 시내 특급 호텔은 외국인들도 북적이고 있다. 


호텔의 실적 개선은 경영 상황을 가늠하는 여러 지표로도 확인된다. 2023년 서울 평균 객실 이용률(OCC)은 77%를 기록했고, 서울 호텔 평균 객실 요금(ADR)은 2019년 대비 31% 상승한 25만 6137원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완벽히 회복했다. 서울 도심 특급 호텔의 경우 ADR이 40만원을 넘어섰고, 일부 력셔리 호텔의 경우 50만원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관광객 유입 효과에 더해 력셔리한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 층 위주의 소비패턴 변화도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세빌스는 “럭셔리한 경험과 휴식을 중요시하게 여기는 트렌드가 이어지면서 력셔리 브랜드호텔들의 입지 확장과 신규 개업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들썩이는 호텔 투자 시장

코로나 19에 호텔은 불황의 나락으로 빠졌다. 대형 호텔들도 경영 환경 악화 속에 매물을 내놓고 시장에서 빠져나갔다. 때마침 찾아온 저금리 환경은 땅값 상승이라는 현상을 몰고 와 호텔 대주주로서는 높은 지가를 엑시트의 기회로 봤다. 밀레니엄 힐튼 호텔, 그랜드 하얏트 호텔, 르메르디앙 호텔, 크라운호텔, 프리마호텔, 쉐라톤 팔라스 강남 등 낯익었던 호텔 이름은 이제 오피스나 하이 엔드 주거로 전환 중이다. 


기존 호텔의 멸실 속에 치솟은 인플레이션은 건설 자재비, 인건비 등의 급등으로 이어져 신규 공급을 제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관심 밖에 머물던 기존 물건에 대한 매매가 지난해부터 살아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티마크그랜드호텔 명동이다. 지난 2016년 1980억 원에 하나대체운용이 개인자금을 모아 5년 만기의 부동산 공모펀드로 인수했는데 만기를 앞둔 2019년부터 매각을 시도, 펀드 상환을 노렸지만 번번이 매각 시도가 좌절됐다. 결국 올해 초 안젤로고든, 그래비티운용과 매각 협상이 타결되면서 애물단지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매각가는 2282억원이다. 그래비티운용은 호텔HDC와 위탁경영 계약을 맺고 운영을 맡겼다. 해당 자산을 리모델링한 후 글로벌 호텔체인 인터컨티넨탈호텔그룹(IHG)의 계열사 브랜드인 ‘보코’로 리브랜딩해 지난 6월 말 '보코 서울 명동'으로 개관했다.


1분기에 신라스테이 광화문도 거래됐다. 이 호텔이 들어선 광화문 G타워가 매매된 것인데 전체 매매가는 2890 억 원이었고 호텔 만은 1460억 원이었다. 매수처는 신한서부티엔디리츠다. 신라스테이 광화문은 신라스테이가 2030년까지 마스터리스해 장기간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마스터리스가 문제다(?)

호텔운영은 위탁운영과 마스터리스 방식이 있다. 위탁운영은 호텔 소유주와 운영업체 사이에 위탁 운용계약을 통해 호텔을 관리, 운영하는 방식이다. 운영회사의  전문성이 중시되는 형태로 소유주는 호텔 운용의 복잡한 사안들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해외에서는 위탁운영 방식이 일반화되어 있다. 호텔 투자는 입지가 중요한 일반적인 부동산 투자와는 다르다. 같은 입지의 호텔들이라도 수익은 다 다르다. 그 배경엔 오퍼레이터(operater) 즉, 운영사의 역량이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글로벌호텔체인들은 대부분 위탁운영사다. 1분기 매각된 콘래드호텔도 힐튼과 2012년 11월부터 2027년 11월까지 15년 동안 위탁 운영계약을 체결해 운영 중이다. 운용계약의 핵심은 수수료다. 


콘래드호텔 전경

이에 반해 마스터리스는 10년 이상 장기로 건물을 통째로 빌리고 정해진 임대료만 임대인에게 지급하고 호텔운영에 대해서는 호텔 운영회사가 임차인이 되어 전적으로 재량을 갖는 방식이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건물의 운영을 마스터리스 업체에 맡기고 안정적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임차인의 신용을 보강하기 위해 최소보장 임대료를 받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현금 흐름이 안정적이다 보니 투자 상품으로도 인식됐다. 특히 자산운용사가 펀드를 통해 매입했던 호텔들은 투자자들에게 익숙한 임대업을 기반으로 투자 의사 결정이 이루어져 이 때문에 자산운용사가 건물주이자 임대인의 입장에 서게 된다. 이렇게 임대된 건물들을 신라스테이나 롯데 등 호텔 운영사들이 마스터리스 형태로 임차해 호텔로 운영해 온 것이 국내에서 일반화됐다. 


그러나 안정성은 수익의 상승 가능성(upside potential)을 제약하는 요인이 된다. 경기가 좋아져 호텔의 객단가(ADR)가 올라가면 수익이 늘어난 부분은 고스란히 마스터리스 업체의 몫이 된다. 또한 안정적 수익의 보장수단인 최소보장 임대료도 마스터리스 업체가 이를 피해갈 수 있는 조항을 추가하기 시작했다. 천재지변이나 대유행 등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생기면 최소보장임대료를 내지 않는 조건들이 임대차계약 조항에 포함되고 있다. 전염병 사태를 지나오면서 이런 흐름이 강화되고 있는 건데 만약 이번 코로나 19와 같은 전염병 확산이 다시 일어난다면 호텔 소유자나 투자자는 임대료를 둘러싼 분쟁 가능성도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다. 


또한 마스터리스 계약이 장기이다 보니 중간에 계약해지와 관련된 이슈가 있다. 만약 호텔 소유주가 매각을 통해 수익을 내려고 할 때 매수 쪽에서는 남아 있는 마스터리스 계약이 부담이 된다. 위탁운영 계약으로 변경하고 싶어도 남아 있는 마스터리스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면 매수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 시장에 매물로 나온 호텔 가운데 마스터리스가 딜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신라스테이 서대문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지스운용이 지난해 10월 JLL을 매각 자문사로 선정해 엑시트를 추진해 왔지만 딜 추진이 여의치 않다는 전언이다. 이 호텔은 신라스테이가 마스터리스를 하고 있는데 지난 5월말 매수처로 등장한 캐피탈랜드와 이지스자산운용 사이에 마스터리스 중도해지를 놓고 갈등이 불거지면서 딜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캐피탈랜드는 자체적으로 호텔 운영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다. 오크우드인데 신라스테이 서대문을 인수 후 오크우드가 운영할 예정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라스테이의 중도해지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부분이 잘 해결되지 않아 캐피탈랜드와 이지스간 갈등이 증폭됐다는 것이다. 


머큐어 앰버서더 서울 홍대도 이런 케이스다. 현재 만기가 5년 정도 남아 있는 마스터리스업체 서현관광개발과의 임차계약이 매수에 걸림돌이라는 얘기다. 지금 호경기의 수혜를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마스터리스 계약을 5년 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잠재 매수처의 시각이라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22년 초 싱가포르계 호텔 투자자자이자 오퍼레이터 CDL과 매각협상을 벌렸지만 마스터리스 구조가 딜의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캡스톤이 한때 매각을 추진했던 나인트리명동도 마찬가지다. 매각 추진 당시 파르나스호텔이 마스터리스 계약 기간이 10년 정도 남아 있었고 CDL 등 호텔 운용 경험이 풍부한 해외 투자자들이 매수를 타진했지만 역시 마스터리스가 계약에 장애물이었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호텔 투자 분위기도 달아오르고 있지만 투자시 마스터리스의 장점 뿐 아니라 단점도 같이 들여 다 봐야할 것”이라면서 “호텔은 일반 오피스와 달리 위탁운영업자의 실력이 밸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운용시 운용배당과 엑시트시 자본차익을 생각한다면 마스터리스 구조는 아무래도 투자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라스테이 서대문(좌)/ 머큐어 앰버서더 서울 홍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