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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온 물류창고 임대차 사기 계약 잇따라
임차인 인센티브만 챙기고 임대료 체납하고 사라져 40% 공실율로 고전하는 운용사의 심리적 압박감 악용 임차인 신용도 철저히 사전 검증해야 피해 예방 가능
저온 물류창고에 ‘임차 사기’ 경고등이 켜졌다. 2022년부터 시작된 공급 과잉으로 몸살을 앓으며 높은 공실율에 시달리고 있는 자산운용사의 절박함을 악용한 것이다. 형태는 임차인 인센티브(TI. Tenant Incentive)로 수십 억원을 챙긴 다음에 임대료를 내지 않고 곧바로 도주하는 방식이다. 저온 물류창고 공실율 40%에서 비롯된 슬픈 현실이다.
교묘해진 사기 수법
A 자산운용사는 수도권의 저온 물류창고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고민이 많았다. 이때 소규모 기업인이 찾아와 저온 창고 일부를 5년간 임차하고 싶다는 의사를 보였다. 실제로 창고를 사용할 화주(貨主) 명단도 제시했다. 다급했던 A사는 기업인이 인근의 다른 저온 창고를 계약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 실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명목 임대료는 시장 수준인 평당 6만7000원으로 체결하고, 임대 보증금 10억을 받았다. 대신, 창고 사용에 필요한 랙 (Rack)설치비용을 비롯해 임차인 인센티브를 15억원을 먼저 지급했다.
하지만, 한달도 안돼 문제가 발생했다. 월 임대료를 내야 하는 시점에 도주한 것이다. 확인해보니 회사는 임대차 계약 체결 이후 부도 처리됐다. 난감해진 운용사는 임대 보증금 가압류로 손실을 만회하려 했으나, 보증금 10억원은 부도 처리된 회사의 다른 채권자에 우선 변제권이 있는 것으로 확인돼 압류도 어려웠다. 그렇다고 이미 저온 창고를 사용하는 화주의 창고 사용을 막을 수도 없는 상황에 처했다. A 운용사는 해당 기업을 상대로 각종 소송을 제기한 상태지만, 인센티브 15억원을 돌려받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이런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운용 능력에 상당한 의구심이 제기돼 투자자 유치가 어려워지는 평판 리스크 (reputation risk)도 안고 있다.
공급 과잉에 시달리는 저온 창고, 추가 비용 치르며 상온으로 전환
경기 김포에 위치한 저온 물류창고에서도 올해 초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B건설사는 올해초 책임준공 확약을 통해 저온 창고 공사를 완료했으나, 현재 100% 공실 상태다. 완공 이전에 모(某)기업이 찾아와 똑 같은 방식으로 인센티브 지급 및 임대 보증금 납부 계약을 맺었으나, 이 기업도 월 임대료 납부 직전에 회사를 부도 처리하고 도주했다. 물류센터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주단은 건설사와 협의해 매각을 진행하고 있으나, 매수자를 찾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사기 행각은 저온 창고의 높은 공실율로 마음 고생이 심한 자산운용사의 임차인 구하기 절박함에서 비롯된다. 물류센터는 전국적인 공급 과잉에 시달리고 있는데, 상온은 공실율이 20% 미만으로 떨어졌으나, 저온은 40%를 넘는다.
이에 다급해진 투자자와 운용사들이 저온 창고를 아예 상온 창고를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싱가포르투자청(GIC)이 7월말 그래비티자산운용과 함께 인수한 경기 부천시 내동 복합물류센터(약 2만5000평)도 100% 저온 창고로 설계됐는데, 현재 상온 전환 작업이 한창이다.
부동산 투자 회사 관계자는 “저온 창고를 상온으로 바꾸려면 평당 50만원의 적지 않은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며 “그래도 저온 창고를 장기간 공실 상태로 두기 보다는, 그나마 임차 수요가 있는 상온 창고로 바꾸는 작업이 한창”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