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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신뢰....신라스테이 서대문 딜에 무슨 일이

캐피탈랜드, "매각 주체 이지스의 마스터리스 중도해지 노력 미흡했다" 이지스, "MOU 체결 안된 것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양해 구했다"

2024-09-04 08:31:39이현중hj.lee@corebeat.co.kr

깨진 호텔 딜....매도자를 향한 비판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다양한 참여자들의 욕망이 녹아 있다. 투자자의 자금을 운용하는 운용사(GP), 연기금으로 대표되는 기관투자자(LP), 해외 투자자 등 수익률을 놓고 벌어지는 플레이어들의 힘겨루기는 한편의 드라마 와도 같다. 딜 프로세스가 진행되는 과정에 서로의 욕망이 충돌하며 원치 않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문제 없이 흘러가기보다 예상치 못한 이벤트들에 적응하고 대응해야 하는 경우가 더 많다.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을 뒷받침하는 것은 신뢰다.  


최근 한 건의 호텔 딜이 우선 협상 대상자가 선정된 후 양해각서(MOU) 체결이 차일피일 미루어 지다 딜이 무산된 것을 놓고 신뢰 위기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딜 종료라는 목표를 향해 이해 당사자들이 함께 노력하다 갑작스럽게 딜 무산이라는 이벤트가 돌출된데다 매각하는 곳이 국내에서 가장 큰 부동산운용사라 비판의 강도도 높다. 사옥수요자로 대변되는 전략적 투자자(SI)가 하루 아침에 딜 프로세스를 뒤집어 진행하던 딜을 깨는 경우가 최근 여러 차례 반복되면서 시장의 피로도도 누적된 가운데 이제는 유수의 운용사까지 신뢰를 깨는 행태를 보여 더 우려스럽다는 지적도 있다.    


'매도인 책임 하에 임차인 중도 해지'...

신라스테이 서대문이 문제가 된 딜이다. 이 호텔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이지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 43-1호’를 통해 보유하고 있다. 수익자는 KIC를 비롯한 다수의 개인투자자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던 호텔자산이다 보니 자산가격 방어에 이지스의 고민도 컸다. 최근 호텔 경기가 다시 살아나면서 국내외 투자자 사이에 호텔 매물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이지스는 지난해부터 매각을 검토했다.


지난해 10월 JLL을 매각 자문사로 선정하고 딜 프로세스를 진행했다. 11월 티저가 잠재 매수처에 전달되면서 12월에는 인수 의향을 가진 곳들이 현장 투어를 실시했다. 이때 자문사를 통해 알려진 매도 희망가는 1200억 원 수준으로 선뜻 매수에 나서는 곳이 없다. 해가 바뀌어 올해 2월 지난해부터 이 딜을 검토하던 캐피탈랜드가 등장한다. 자문자를 통해 캐피탈랜드가 수의 계약을 제안했지만 수익자인 한국투자공사(KIC)가 국가 기관이라 공개 입찰 밖에 되지 않는다는 답을 받았다.


딜은 5월 14일 신문에 공개 매각 공고가 나오면서 다시 재개됐다. 캐피탈랜드는 지난해부터 이 딜을 검토했기에 매각 공고가 나온 후 바로(5월22일) 자문사에 매입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캐피탈랜드는 매입의향서를 내기 전에도 자문사와 가격, 매도자 책임 하에 마스터리스 임차인인 신라스테이의 임대차 계약 중도해지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해왔다. 


이 딜에서 가장 핵심적인 사항은 마스터리스인 신라스테이와의 임대차 계약 중도해지 가능 여부였다. 캐피탈랜드는 인수 이후 자체 호텔 브랜드인 오크우드로 전환해서 호텔 운영을 이어갈 계획이었다. 현 임차인인 신라스테이의 중도해지가 딜의 전제 조건이었는데, 신라스테이와의 임대차계약상 재무적투자자(FI)가 아닌 전략적투자자(SI)가 매수를 할 경우에는 임대차 계약 중도해지가 가능하다는 조건이 임대차계약에 포함되어 있었다. 캐피탈랜드가 이 딜을 추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딜을 위해 캐피탈랜드는 호텔자산을 투자 대상으로 하는 펀드를 신규로 조성해 이 자금을 활용할 계획이었다. 이 펀드에는 캐피탈랜드가 공동LP로 참여하고, 운영(GP) 또한 캐피탈랜드가 할 예정으로 호텔 운영은 오크우드 등 자체 브랜드를 소유한 운영 전문 자회사 Ascott가 맡을 계획이었다. 


캐피탈랜드는 매입 의향서에 매매 계약 체결 후 3개월 이내에 매도인의 비용과 부담으로 임차인인 신라스테이의 임대차 계약 해지 및 명도를 완료해야 한다고 적시하기도 했다. 


7월 첫날 주간사는 캐피탈랜드에 우선협상자 선정 사실을 알린다. 신라스테이 임대차 계약의 중도해지와 명도 관련 의사를 현재 신라호텔 측에  확인 중이며 이 내용이 확인되는 대로 관련 사항을 알려주겠다는 내용도 덧붙여졌다. 


하지만 이후 MOU 체결은 지연됐다. 7월 중순 주간사와 MOU 체결을 위한 초안이 오고 갔지만 캐피탈랜드의 실사 일정 등이 순연된 끝에 이지스는 8월 22일 임차인  중도해지 및 명도 관련 사항 때문에 고심 끝에 더 이상 협상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해 우협 선정을 취소한다는 결정을 캐피탈랜드에 알렸다. 매입 의향서를 제출(5월22일)하고 우협까지 선정(7월1일)됐지만 결국 MOU 체결이 미루어지다 딜이 무산(8월22일)된 것이다.


캐피탈랜드는 이미 매입의향서 제출 단계부터 매매 계약 체결 후 3개월 이내에 신라스테이의 임대차 계약해지 및 명도를 매도인의 책임 아래 완료해야 한다고 알렸다는 부분을 근거로 제시하며 우협까지 선정하면서 명도 관련 부분을 명확하게 하지 않아 딜을 깨뜨린 이지스를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캐피탈랜드는 이번 딜이 신규펀드 설정 후 첫 투자인 만큼 본사 인력이 여러 차례 한국에 직접 와서 실사를 진행하는 등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쏟았고 이 신규펀드의 LP로 참여할 M&G도 본 자산을 실사하러 한국을 방문하는 등 수 많은 기관들이 움직여서 딜을 추진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이지스의 한 관계자는 “운용사는 수익자의 이익을 우선 하는 것이 기본인데 이번 딜은 현재 (캐피탈랜드보다) 좀 더 좋은 조건에 인수 의사를 제시한 곳과 딜을 진행하게 됐다”면서 “캐피탈랜드에 MOU체결이 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했고, 양해도 구했다”고 밝혔다. 


신라스테이 서대문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