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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투자 혹한기…판교는 첨단 제조업 도시(?)

위축된 IT경기에 첨단 제조업 위주로 판교 입성 줄이어

2024-09-23 08:28:05이현중hj.lee@corebeat.co.kr

스마일게이트 빠진 자리에 한화정밀기계 임차

지난 2012년 판교에 정착한 스마일게이트. 지주사인 스마일게이트 홀딩스는 분당구 삼평동 쏠리드 스페이스 빌딩의 일부를 임차해 사옥으로 쓰고 있다. 스마일게이트 캠퍼스,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 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 등 계열사들은 인접 빌딩에 입주해 사용하고 있다.


올 상반기 쏠리드 스페이스에서 도보로 약 8분 거리에 있는 미래에셋벤처타워에 스마일게이트가 사용하던 일부 공간의 임차가 끝났다. 이 공간을 메운 곳은 한화정밀기계다. 한화정밀기계가 입주해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빌딩에서 미래에셋벤처타워까지는 도보로 약 7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 공간을 반도체 R&D센터로 쓰고 있다 


IT와 게임업체를 중심으로 2000년대 이후 한국형 실리콘밸리로 자리잡은 판교. 산업의 부침에 따라 판교의 주인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필두로 한 신기술은 현재와 미래의 기술 혁신을 주도하면서 다양한 산업에 충격을 주고 있다. 그 영향력은 제조, 의료, 교육, 금융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있다. 첨단 제조업 위주의 기업들이 판교로 몰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대제철, HD현대, 현대차….’GO GO~~ 판교로’

2023년 1월 첫날 현대제철은 판교시대를 열었다. 15년 여간 머물렀던 현대차그룹 양재사옥을 떠나 판교로 왔다. 사무실 이름은 ‘현대제철 판교 오피스’. 신분당선 판교역 초역세권인 그레이츠판교(전 크래프톤 타워, 2018년 준공)의 9층부터 11층에 자리하고 있다.  현대제철이 이 공간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네이버 계열사들이 퇴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판교 일대에 철강업체가 들어서는 것은 현대제철이 처음이다. 


HD현대가 분당구 정자동에 글로벌R&D센터(GRC)로 본사를 옮기는 것은 현대제철보다 한 해 앞선 2022년이다. 연면적 5만 3000평, 지상 20층, 지하 5층 규모의 판교GRC는 HD현대가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한 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마련한 ‘내집’이다. 2016년 현대중공업그룹 전 계열사가 모이는 통합R&D센터 건립을 위해 성남시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 6년 만인 2022년 12월 계열사들이 입주했다. 현재 17개 계열사의 연구 인력과 경영 직군에 소속된 약 50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사실상 HD현대의 본사이자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차는 네이버와 네이버웹툰이 임차 중인 테크원타워로 올 하반기부터 입주가 진행중이다. 이 공간을 사용하던 네이버 조직은 정자동에 위치한 제1사옥인 그린팩토리로 이전한다. 올 초 네이버는 본사 건물인 그린팩토리 리모델링 완료를 앞두고 기존 임차 공간인 이곳을 전대 방식으로 활용했다. 현대자동차와 넥슨이 전대를 위한 입찰에 참여했고 최종적으로 현대차가 전차인으로 낙점됐다. 


판교에 둥지를 둔 제조업은 여러 곳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4년 판교R&D센터를 짓고 본사를 이전한 삼성중공업이 있고 , 두산그룹도 2020년 정자동에 27층 규모의 신사옥 분당 두산타워를 짓고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와 중장비 기업인 두산밥캣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이 입주했다.


본사는 용인에 있는 LIG넥스원도 R&D센터는 판교 삼평동에 있다. 올 상반기 LIG넥스원은 성남시 분당구에 소재한 세종연구소 부지(5만 7천여㎡)를 인수했다. 투자 금액은 약 3000억 원. 판교 R&D센터와 가까우면서도 우수한 입지 조건을 갖춘 곳에 추가 사업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JLL에 따르면 경기도의 업종 제한 정책으로 판교 중심 상업지역 오피스 임차 산업군에서 정보통신업이 여전히 높은 비율이지만 변화도 있다. 지난해 91.1%를 차지했던 정보통신업의 비율은 올 상반기 일부 제조업체의 입주로 85.7%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현대제철, 현대차 등의 입주가 영향을 줬다는 설명이다.  


부동산 시장의 한 관계자는 “한국의 실리콘밸리라는 유명세 때문인지 판교에는 IT기업만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다”면서 “그렇지만 첨단산업의 거점인 반도체클러스터로 수원, 화성, 평택 등이 선호되고 있고 그 중심에 판교가 입지적으로 큰 이점을 가지고 있어 첨단 제조업들이 이곳으로 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