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해외투자
이지스, 네슬레 바르셀로나 사옥 매각 진행 중
스페인 에너지 기업 악시오나와 협상중
이지스자산운용(이하 이지스)이 공모펀드를 통해 투자한 스페인 오피스 빌딩의 매각 협상이 진행 중이다. 이 빌딩은 네슬레의 바르셀로나 사옥이며, 매수자로 스페인 에너지 기업 악시오나(Acciona)가 나섰다. 이 빌딩에 투자한 펀드는 지난해 캐쉬 스윕(cash sweep) 상황에 놓여 분배금 지급이 중단된 가운데, 내년 만기 전까지 손실을 줄이기 위해 매각을 시도하고 있다.
캐쉬 스윕은 대출 상환을 보장 받기 위한 차원에서 대출 계약에 추가되는 항목으로 대출자의 임대료 수익이나 이익금을 별도 계좌에 대출 만기일까지 적립해두는 것으로 말한다. 이에 반해 캐쉬 트랩 (cash trap)은 건물 값이 하락해 대출 원금이 LTV기준치를 초과하는 경우 배당 재원을 유보하고 대출 상환에 대비하기 위해 현금을 묶어두는 것이다.
10일 이지스 관계자는 “자산 매각을 위한 협상을 매수의향자인 악시오나와 진행 중이며 올해 안으로 매각을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유럽 오피스 시장 상황의 개선이 요원한 만큼 원금 회수는 쉽지 않겠지만, 자산 매각을 통해 투자금 회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TV 높여 레버리지 효과 노려
이지스는 지난 1월 해당 자산의 매각을 위해 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Cushman & Wakefield)와 세빌스(Savills)를 매각 주간사로 선정하고 매각 절차를 시작했다. 이번 매각 협상에 나서고 있는 악시오나는 마드리드에 본사를 둔 스페인의 대표적 글로벌 기업의 하나로 에너지, 건설, 수자원을 3대 주력 업종으로 하고 있다. 스페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악시오나는 이 빌딩을 매입한 후 주거용으로 전환을 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는 지난 2018년 네슬레의 스페인 바르셀로나 사옥 투자를 목적으로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04호(파생형)’를 설정했다. 부대비용과 예비비를 포함해 건물 매입에 들어간 총 자금은 9561만 9000 유로(약 1291억 원)로 이지스가 기관과 개인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579억 원을 투자했고, 나머지 5270만 유로(약 712억원)은 대출로 조달했다. LTV가 55.1%에 달했다. 배당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LTV를 크게 높여 레버리지 효과를 노린 것이다.
펀드 설정 당시 이지스가 내세운 세일즈 포인트는 초우량 기업인 네슬레의 안정적인 장기임차(매입 당시 잔여 임차 기간 9년 6개월)와 약 6%의 배당 수익률이었다. 펀드는 모집 개시 3일 만에 완판됐다. 임대료로 배당금을 챙기고, 추후 매각 차익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2023년부터 분배금 지급 중단… 캐쉬 스윕까지 발동
2022년까지 분배금 지급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졌지만 잠재했던 문제는 지난해 5월 자산 재평가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감정 평가금액 변동 결과를 반영해 수익증권 기준가는 5월18일 1128.71원에서 19일 971.31원으로 13.9% 하향 조정했다. 원인은 기준금리 인상 및 조달 금리 상승으로 인한 부동산 감정평가액 하락, 네슬레와의 임차 만기가 다가옴에 따른 잔여 기간 축소였다.
작년 6월에는 배당금 지급이 중단됐다. 2023년 9월 만기인 통화스왑 계약에 환율이 일정 기준(1유로당 1307원) 이상으로 올라가면 추가 정산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10월에 캐쉬 스윕이 발생했다. 캐쉬 스윕은 대주가 대출금 상환이 우려될 때 분배금 지급을 묶어 두는 것으로 이 펀드의 경우 2018년 10월 받은 대출을 5년 안에 갚지 않을 경우, 자동적으로 캐쉬 스윕이 발동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캐쉬 스윕은 대출약정서에 따른 이행 사항으로 채무불이행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캐쉬 스윕 발동에 따라 임대료 수익 및 이익금 등은 대주가 통제 권한을 갖는 별도 계좌에 대출 만기일까지 적립돼 대출 원리금 상환 등에 사용된다.
이지스는 펀드 설정 당시 1%대였던 대출금리가 5~6%대로 크게 올라 건물의 자산 가치가 크게 떨어지자 매각으로 방향을 잡았다. 현재 임대 상황에는 변함이 없지만 건물 가치는 크게 하락했다. 자산재평가에 따라 펀드 기준가격은 지난 8월 20일 932.73원에서 596.42원으로 36% 급락했다. 펀드 설정 당시 556억 원이던 순자산 총액은 10월 7일 기준 331억 원으로 떨어져 40% 가까이 급감했다. 펀드 만기는 2025년 9월이고 현지 대출 만기는 2026년 9월이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임대 수익에는 문제가 없는데, 이자비용이 급등하면서 크게 타격을 받았다”면서 “인수 당시 대출 금리가 1%여서 LTV를 최대로 높이면 레버리지 수익률까지 합해 연간 6~7% 수익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높은 레버리지 비율이 역풍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