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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큐브시티 현대백화점 폐점 갈등 확산

디큐브시티 토지는 하나의 필지로 묶여 있어 주상 복합이 대지권 35% 보유, 주민 동의 필요 의견 제기돼 케펠, 호텔→오피스 전환시 주민 동의 받지 않아 이지스, "현대백화점 퇴점은 자체적 판단에 따른 것"

2024-09-06 08:14:31김두영doyoung.kim@corebeat.co.kr

이지스자산운용이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 부근의 디큐브시티 현대백화점을 폐쇄하고 오피스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계약 기간 10년 연장을 원했으나, 이지스는 만기 연장 없이 내년 6월 폐점하기로 했다. 이지스는 투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임대료가 저렴한 백화점을 수요가 많은 오피스로 전환하겠는 것이다. 반면, 인근 주민들은 “오피스 용도 변경은 재산가치 하락과 삶의 질 하락을 가져올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2000년대부터 판매, 업무, 주거 시설 등을 한 필지 위에 개발해  입주 기업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까지 편의를 함께 누릴 수 있는 복합 개발이 큰 유행이었다. 신도림 디큐브씨티도 이러한 복합 개발로 진행됐다. 하지만, 복합 개발은 소유자가 많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초기의 용도를 변경할 때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다.



신도림 디큐브시티 개발 히스토리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692 일대는 1970년대 초부터 대성산업의 연탄공장 부지였다. 2000년대 초반 영등포, 구로 일대에 재개발 바람이 불면서, 대성산업도 공장 부지의 용도 변경을 추진했다. 처음에는 아파트와 오피드 몇 개 동을 지을 예정이었으나, 일본 롯폰기 힐스 개발 회사의 자문을 받아 아파트, 쇼핑몰, 호텔, 뮤지컬 극장, 컨벤션 센터 등이 들어서는 복합개발로 방향을 바꿨다. 2011년 신도림 디큐브시티가 완공됐지만, 대성산업은 개발 비용과 초기 운영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이를 매각해야만 했다.


대성산업은 2012년 디큐브 오피스, 2013년 쉐라톤 서울 호텔, 2015년 디큐브 백화점을 JR투자운용에 매각했다. JR투자운용은 2020년 3월 디큐브시티 현대백화점을 퍼시픽투자운용-신한금융투자 컨소시엄에 매각했고, 4월에는 오피스를 1750억원에 케펠자산운용에 매각했다. 2021년 9월에는 디큐브시티 쉐라톤 호텔을 1780억원에 케펠에게 매각했고, 케펠은 호텔을 오피스(스페이스 K)로 전환했다. 케펠은 디큐브시티 현대백화점도 인수하려 했으나, 이지스자산운용이 2022년 6월 인수했다. 

토지는 아파트와 업무시설이 공유하고 있어…주민 동의 받아야 하지 않을까

토지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대성산업은 2011년 8월 디큐브시티가 위치한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692 일대 소유권 보존 등기를 했다. 대지 면적 25,756m2 가운데 업무용/판매용 시설 등이 들어선 디큐브시티 타워동이 16,922 m2 (약 65%), 디큐브시티 아파트동이 8,834 m2 (약 35%) 보유하고 있다. 토지를 공동 소유하면서 대지권을 나눠 갖는 구조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대지권 소유주가 대지권이 포함된 건물을 사고 팔때는 아무런 제약이 없지만, 토지 위에 지어진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지을 때는 토지 공동 소유자의 동의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케펠자산운용이 2021년 디큐브시티 쉐라톤호텔을 오피스로 전환할 때 아파트 주민들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 이지스도 올해 3월 구로구청에 용도 변경 신청서를 제출했고, 구로 구청은 법률적 기준을 충족하면 용도 전환에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구로구청은 “오피스 용도 전환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크니, 이를 감안해 달라”는 입장을 이지스에 전달했다. 이지스는 오피스로 용도 전환하더라도 저층부엔 리테일 상가를 둬서 지역 주민들의 이용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으나, 주민들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지스자산운용은 "현대백화점은 자체적으로 퇴점을 결정했으며, 이에 지역 경제 활성화와 소비 진작 등을 목표로 업무 시설로 용도 변경을 추진중"이라며 "면적의 증감이 없는 대수선 및 용도 변경은 주거동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으며, 구로구청에서도 확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개발사 관계자는 “호텔과 달리, 백화점은 지역 주민들의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편의 시설과 커뮤니티 공간이어서 반대가 심한 것”이라며 “동탄을 비롯해 신도시에도 많은 복합 건물들이 지어져서 앞으로 비슷한 형태의 이해관계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