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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래스 호텔 브릿지론 만기연장 실패는 저조한 사전예약 탓
대주단, 50% 사전예약률 요구 삼성물산도 일정 수준 사전예약 시공계약 조건으로 제시 1000억 원 브릿지론 제공한 최대 대주 롯데손보 난감
브릿지론 대주단, 시행사가 50% 사전예약률 못 맞추자 만기연장 거부
옛 쉐라톤 팔래스 호텔 부지에 고급 주거시설을 새로 짓는 ‘더팰리스 73’ 프로젝트가 브릿지론 만기연장에 실패한 것은 사전예약 실적이 저조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팰리스 73의 시행사인 더랜드와 시공계약을 체결한 삼성물산도 일정 수준 이상의 사전예약을 조건으로 내걸었고, 브릿지론 대주단도 50%의 사전예약을 요구하며 만기연장을 거부했다.
6일 상업부동산 투자업계에 따르면 더팰리스 73 프로젝트의 브릿지론 대주단은 더랜드 측에 사전예약 50% 미달을 만기연장 거부의 이유로 제시했다.
지난 2020년 서주산업개발로부터 3500억 원에 팔래스 호텔을 사들인 더랜드는 계열사인 랜드미를 통해 같은 해 4050억 원의 브릿지론을 조달했다.
브릿지론 대주단은 그동안 4차례에 걸쳐 만기연장을 해준 바 있는데 더랜드 측에 또다시 만기연장을 받으려면 50%의 사전예약을 맞춰올 것을 요구했다. 상업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통상 대주단은 안정적인 대출 회수를 위해 일정 수준의 사전예약을 요구하는데 보통 20~30% 수준이었다”며 “더팰리스 73 대주단이 50%의 사전예약을 요구하자 부담을 느낀 더랜드 측이 이를 낮춰줄 것을 요청했지만 대주단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작년 3월부터 사전예약을 받아온 더랜드는 대주단이 요구한 사전예약률을 맞추지 못했고, 대주단은 지난달 19일 최종 만기가 돌아왔을 때 결국 만기연장을 거부했다.
대주단의 50% 사전예약률 요구는 삼성물산 시공계약 조건 때문
하이엔드 주거시설 프로젝트의 경우 시행사는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잠재적인 입주자들을 대상으로 사전예약을 받는다. 정식 분양은 착공 후 구청으로부터 분양 승인을 받고 모집공고를 내야 진행되지만 고가 주택은 분양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슈퍼리치로 제한되기 때문에 사전예약을 통해 입주자들을 미리 확보하는 것이다. 시행사는 사전예약을 하면서 예약금까지 받는다.
사전예약 실적이 좋고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기업인 등 셀럽들이 예약을 신청해 화제가 되면 브릿지론 만기연장과 PF 대주단 모집도 원활하게 이뤄지고 건설사와의 시공계약도 순조롭게 마무리된다.
브릿지론 대주단은 시행사가 PF 대주단을 모집해야 대출을 회수할 수 있다. 시행사가 PF를 받으려면 인허가를 받는 동시에 시공능력이 뛰어난 건설사를 시공사로 확보해야 한다. PF 대주들이 믿을 만한 시공사가 지급보증을 서거나 책임준공 확약을 해야 PF를 대기 때문이다. 브릿지론 대주단이 인허가 과정뿐만 아니라 시공사 확보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팰리스 73의 브릿지론 대주단이 만기연장의 조건으로 50%의 사전예약률을 요구한 것은 더랜드가 시공사로 확보한 삼성물산이 더랜드에 일정 수준의 사전예약을 요구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랜드는 1년간 삼성물산을 설득한 끝에 시공사로 참여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다만 삼성물산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시공참여의향서를 제공하면서 더랜드가 일정 수준 이상의 분양률을 달성해야 시공사로 참여한다는 단서를 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으로서는 현대건설이나 대림건설처럼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수익성 확보를 위해 고급 레지던스 시장 참여를 고려할 시점이지만 사전예약을 통해 분양 가능성이 확인된 사업장에 선별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한 브릿지론 대주단이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붙잡아 두기 위해서는 50% 수준의 사전예약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이를 만기연장의 조건으로 내세웠다는 것이다.
공매 시 최대 대주 롯데손보 등 1순위 대주도 손실 불가피
시행사 측과 투자금 회수 방안을 협의하고 있는 브릿지론 대주단은 향후 더팰리스 73의 처리 방향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4050억 원의 대출 가운데 선순위 대출이 81%를 차지하고 있어 공매로 넘길 경우 1순위 대주의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선순위 대출 1000억 원을 제공한 롯데손보가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2019년 롯데손보를 인수한 사모펀드 JKL파트너스가 롯데손보 매각을 추진하고 있어 매각 협상 과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상업부동산 투자업계 관계자는 “브릿지론은 통상 고금리를 추구하는 저축은행이나 캐피탈이 주로 참여하고 보험사와 은행은 금리가 낮아도 회수 가능성이 높은 PF에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고급 레지던스가 분양이 잘 되는 시점이라고 하지만 롯데손보가 더팰리스 73에 거액의 브릿지론 대주로 참여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