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velopment • 정책
지자체 인허가 리스크에 발목 잡힌 데이터 센터
마지막 착공 단계에서, 불허 결정 내려져 사업 중단 행사는 행정 심판/소송 제기로 맞서 재생 에너지 사업과 유사한 정치적 리스크 해결 과제
AI(인공 지능) 시대를 맞아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데이터 센터(Data Center)가 지방자치단체의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사업 시행자는 행정 소송을 제기하고 있으나, 데이터 센터 인근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대하면 인허가를 받기 만만치 않은 현실이다.
이는 바이오 SRF(Solid Reuse Fuel. 고형연료.), 해상 풍력 등 재생 에너지 발전 사업이 지역 주민의 반대로 무산된 것과 유사하다. 따라서, 데이터 센터 입지 선정과 지역 주민 상생 방안 마련이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다. 유권자들의 표심과 선거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시장과 군수 등 지자체 단체장을 둘러싼 정치적 리스크를 감안해야 하는 것이다.
데이터 센터 건축 시행사, 지자체의 착공 반려 결정에 행정심판/소송 제기
마그나PFV㈜는 경기도 고양시 덕이동 309-56 일대에 지하 2층~지상 5층, 연면적 5126평 규모의 데이터 센터 건립을 추진해왔다. 2023년 3월 건축허가를 받았고, 2024년 6월 착공신고서를 제출했으나, 고양시는 8월말 최종적으로 착공 신고서를 반려했다. 이에 마그나PFV는 최근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에 '고양시의 데이터센터 착공신고 반환 처분 취소'를 요청하는 심판을 청구했다.
문제는 해당 데이터센터 부지가 사방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초.중.고등학교가 밀집해 있다는 점이다. 마그나PFV㈜는 전자파 영향이 미미하다는 시뮬레이션 결과와, 열과 소음 저감 설계, 지역주민 고용 계획 등이 담긴 보완서를 고양시에 제출했으나, 인정받지 못했다.
마그나PFV㈜의 주주는 GS건설 31.4%, 케이원프리미어 리츠(REITs) 41.7%이다. GS건설은 경기도 안양 에포크(EPOCH) 데이터 센터 건립 성공 이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데이터 센터를 집중 육성하고 있는데 발목이 잡힌 것이다.
디지털 리얼티(Digital Realty)가 DL이앤씨와 함께 경기도 김포시 구래동 6877-9에 짓고 있는 데이터 센터도 마찬가지다. 시행사인 디지털서울2(유)는 2021년 6월 김포시의 건축 허가를 받았으나, 2023년 6월 인근 주민들의 집단 반발이 시작됐다. DL이앤씨는 김포시에 착공 연기를 신청했으나, 김포시는 올해 7월 최종적으로 착공 신고를 반려했다. 시행사는 김포시를 상대로 행정 심판 및 소송을 제기했다.
대구시의 바이오 SRF 발전소 인가 및 취소 사례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주목할 케이스는 맥쿼리가 추진했다가 좌절된 바이오 SRF(Solid Reuse Fuel. 고형연료) 발전소다. SRF는 기존에 소각 또는 매립하던 폐 합성수지, 폐 고무, 폐 목재 등을 압축한 것으로 석탄 수준의 열량(4,000∼5,000㎉/㎏)을 낼 수 있어 전용 발전소와 산업용 보일러, 일반 가정의 난방열로 공급된다. 맥쿼리가 50% 지분을 갖고 있던 리클린대구㈜는 2015년 6월 대구시 달서구 성서 공단에 전기(15 MW) 및 증기(40톤) 공급 설비를 건설하는 내용의 개발/실시 계획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사업이 지연되면서 2018년부터 “바이오 SRF를 가동하면 인체 및 환경 유해물질이 대량으로 배출된다”는 주민들과 지역 환경단체의 집단 민원이 크게 불거졌다. 결국, 대구시는 2019년 4월 리클린대구의 사업기간 요청 안건을 부결시켜 사업이 중단됐다. 회사측은 2019년 6월 김앤장/광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해 대구시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1, 2, 3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의아한 점은 인가를 받았다가 취소된 기간(2014 - 2022년)의 대구 시장은 권영진 전 시장으로 같았다는 점이다. 산업단지 내부의 전기 및 열 공급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건설 인가를 내줬다가, 주민 반대가 커지자 2018년 지방 선거를 의식해 취소한 것이다.
부동산 투자 업계 관계자는 “재생 에너지 사업은 지역 주민들의 동의를 받지 못하면, 선거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단체장 및 지자체의 인가를 받지 못한다”며 “앞으로 데이터 센터 건립도 다양한 상생 방안을 통해 주민 동의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